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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투어코리아=최인철 기자] 아이를 키우다 보면 고개가 늘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거나, 젖을 먹일 때마다 특정 방향으로만 고개를 돌리려는 모습을 발견하게 될 때가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습관이나 수면 자세의 문제로 여기기 쉽지만, 이것이 반복된다면 '사경(斜頸, torticollis)'을 의심해 봐야 한다. 사경은 목이 한쪽으로 기울거나 회전된 상태가 지속되는 질환으로,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수록 예후가 훨씬 좋다.
사경은 목 근육 또는 뼈·신경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머리가 한쪽으로 기울고, 턱이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는 자세 이상을 총칭한다. 출생 직후부터 생후 6개월 사이의 영아에서 비교적 흔하게 발견되며, 신생아 약 300명 중 1명꼴로 나타난다는 보고도 있다.
사경의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가장 흔한 형태는 목 근육이 짧아지거나 굳으면서 발생하는 '근육성 사경'이고, 경추(목뼈)의 구조적 이상에 의한 '골성 사경', 그리고 사시(斜視)처럼 시각적 불균형을 보상하려는 과정에서 생기는 '안성 사경'도 있다. 이 밖에 중추신경계 이상, 청각 불균형 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드물게 존재한다.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선천성 근육성 사경'은 목 좌우에 자리한 흉쇄유돌근(胸鎖乳突筋, sternocleidomastoid muscle)이 짧아지거나 굳으면서 생긴다. 흉쇄유돌근은 귀 뒤쪽에서 시작해 쇄골과 흉골까지 이어지는 굵은 근육으로, 고개를 좌우로 돌리거나 앞으로 숙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근육이 한쪽에서 단단하게 뭉치거나 수축되면 아이의 고개는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당겨지게 된다.
원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 경로가 꼽힌다. 첫째는 태내 환경이다. 임신 후기에 자궁 내 공간이 좁아지면서 태아의 목이 장시간 한쪽으로 눌리거나, 쌍둥이·거대아처럼 공간적 제약이 클수록 흉쇄유돌근에 지속적인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 둘째는 분만 과정의 손상이다. 난산이나 흡입·겸자 분만 시 목 근육에 물리적 충격이 가해져 근육 내 혈종이 생기고, 이것이 섬유화되면서 근육이 딱딱하게 굳는다. 실제로 사경 아이의 목 부위를 만져 보면 단단한 멍울이 잡히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바로 섬유화된 조직이다.
사경을 치료하지 않고 성장하게 두면 연쇄적인 신체 변형이 일어날 수 있다. 우선 고개가 한쪽으로 지속적으로 기울면 두개골이 눌리는 방향에 따라 납작해지는 '사두증(斜頭症)'이 나타날 수 있다. 두개골이 아직 유연한 영아기에는 자세에 의한 두개골 변형이 빠르게 진행된다. 또한 좌우 안면 근육과 뼈의 발달 속도가 달라지면서 얼굴 비대칭이 굳어지고, 이것이 성인이 된 이후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장기적으로는 척추 전체의 균형이 무너지는 척추측만증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진단은 크게 임상 관찰과 영상 검사로 이루어진다. 전문의가 아이의 머리 위치, 목 움직임 범위, 근육의 긴장 상태를 직접 살피고 촉진으로 멍울 여부를 확인한다. 필요하다면 초음파 검사로 근육 내 혈종이나 섬유화 정도를 파악하고, X선(엑스레이)으로 경추 뼈 구조의 이상 유무도 함께 점검한다.
근육성 사경으로 확인되면 물리치료가 우선이다. 굳어진 흉쇄유돌근을 서서히 늘려 주는 스트레칭과 함께, 반대쪽 약해진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병행해 좌우 균형을 맞춰 준다. 물리치료에도 불구하고 호전이 없거나 근육 단축이 심한 경우에는 흉쇄유돌근의 길이를 외과적으로 조절하는 수술도 고려한다.
근육성 사경이 아닌 경우에는 원인부터 밝혀야 한다. 경추 구조 이상이라면 중증도에 따라 보존적 치료나 수술적 교정을 택하고, 사시가 원인이라면 안과적 치료로 시각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자세 이상도 함께 개선된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재활의학과 김기훈 교수는 치료 시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생후 3~4개월이 지나면 아이 스스로 목을 가누기 시작하면서 외부의 스트레칭 동작에 저항하게 된다. 이 시기가 되면 치료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지고 아이의 불편감도 커진다. 반면 생후 3개월 이전에 치료를 시작하면 근육이 아직 유연해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또한 가정에서 보호자의 역할을 빠뜨릴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의에게 스트레칭 방법을 정확히 배운 뒤 하루에 여러 차례 꾸준히 시행하는 것이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결정적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치료를 통해 증상이 해소된 이후에도 목뼈가 성장하면서 재발할 수 있으므로 만 3세까지는 정기적인 추적 검진이 권장된다.
이런 증상 보이면 병원으로
▶ 고개를 항상 같은 방향으로만 돌리고 반대쪽 회전이 제한된다
▶ 목 부위에 딱딱한 멍울이 만져진다
▶ 수유 시 한쪽 방향에서만 젖을 물려야 한다
▶ 머리 한쪽이 납작하게 눌리는 변형이 보인다
▶ 얼굴이 좌우 비대칭으로 발달하는 것 같다
사경은 적절한 시기에 올바른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완전히 회복될 수 있는 질환이다. 부모가 아이의 자세 변화를 주의 깊게 살피고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심 증상이 있다면 재활의학과나 소아청소년과를 방문해 전문적인 평가를 받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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