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취향만 콕 집었다”…유통업계, 찐고객 붙잡는 ‘핀스킨 마케팅’ 확산

[투어코리아=조성란 기자]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마케팅에서 벗어나, 브랜드를 이미 좋아하는 ‘찐고객’과의 ‘깊은 연결’에 집중하는 유통업계의 '핀스킨'전략이 한층 진화하고 있다.

‘핀스킨 마케팅’은 특정 소비자를 정밀하게 겨냥하는 핀셋 전략에, 체험과 감정적 교감은 넓히는 ‘스킨십 마케팅’을 결합한 방식이다. 단순 노출이 아닌, 브랜드와 이미 친밀도가 높은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고 브랜드 경험을 함께 만들어가도록 함으로써 충성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사연 읽고, 취향 맞추고…“브랜드 경험도 개인화”

가장 상징적인 사례로는 네스프레소의 커피 클래스가 꼽힌다.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 네스프레소는 최근 ‘당신만을 위한 네스프레소 커피 타임’을 운영하며, 단순 시음 행사를 넘어 고객 사연 자체를 브랜드 경험으로 끌어들였다.

네스프레소의 ‘당신만을 위한 네스프레소 커피 타임’ 티파니 영 /사진제공=네스프레소네스프레소는 ‘당신만을 위한 네스프레소 커피 타임’에 티파니 영을 초청해 맞춤형 클래스를 진행했다. /사진제공=네스프레소

이번 프로그램은 글로벌 창립 40주년을 맞아 공식 홈페이지에서 진행한 ‘나의 커피 스토리’ 이벤트를 통해 마련됐다. 네스프레소는 총 4500여 명의 응모자 가운데 인상 깊은 사연을 보낸 40명에게 커피 캡슐 4종과 꽃다발을 전달했고, 이 가운데 의미 있는 사연의 주인공 3명과 브랜드와 오랜 인연을 이어온 티파니 영을 초청해 맞춤형 클래스를 꾸렸다.

현장에서는 네스프레소 커피 전문가 바드(Bard)가 고객 사연과 선호하는 커피 취향을 반영해 커스텀 레시피를 직접 만들고, 해당 커피에 이름을 붙이는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티파니 영이 직접 이름을 붙인 ‘once in a lifetime’은 이번 경험이 단 한 번뿐인 특별한 순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브랜드가 제품 설명보다 고객의 이야기 자체를 중심에 둔 셈이다.

반려동물 식품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반려견 자연화식 브랜드 듀먼은 자사몰 리뉴얼을 계기로 단순 할인보다 ‘실제 구매자 편의’에 초점을 맞춘 접점 강화에 나섰다. 듀먼은 이달 31일까지 자사몰 단독 프로모션을 열고, 대표 제품인 자연화식을 특가에 선보였다.

듀먼 자연화식은 그레이드 등급 원료를 100% 사용하고, 산화방지제와 착색제 등 합성 첨가물을 배제한 제품이다. 구성은 총 10종으로, 오리지널 6종과 기능성 4종으로 나뉜다. 이번 행사에서는 화식 50팩을 50g 팩당 790원, 100g 팩당 1100원에 판매했다. 여기에 앱 설치 고객에게는 3000원 할인 쿠폰, 반려동물 정보 등록 시 2000원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5만원·7만원·10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는 각각 ‘초유단백 챱챱펫밀크 눈가반짝’, ‘플레이츄 덴탈껌 치즈’, ‘고구마 치킨 돌돌이’를 1팩씩 증정한다.

“고객이 만든 메뉴가 나온다”…참여형 제품 출시 확대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브랜드에 애정을 가진 소비자의 의견을 제품에 직접 반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소비자를 단순 구매자가 아닌 ‘공동 기획자’로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KFC는 자사 앱을 통해 신메뉴 ‘투움바 켄치밥’과 어울리는 구성을 소비자 투표로 결정하는 ‘THE BOX’ 이벤트를 진행했다. 치킨, 소스, 사이드 등 각 카테고리별 후보 메뉴 가운데 원하는 항목에 직접 투표하도록 설계했고,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조합이 실제 상품 구성으로 확정됐다. 여기에 탄산음료(M)까지 기본 포함해 하나의 세트 메뉴로 완성했다. 소비자가 메뉴 조합 과정에 참여하고 결과까지 경험하도록 만든 대표적인 사례다.

(좌) KFC ‘THE BOX 이벤트’ 이미지 (우) 농심 ‘웰치스 제로 애플망고맛’ 이미지 (사진제공=KFC, 농심)(좌) KFC ‘THE BOX 이벤트’ 이미지 (우) 농심 ‘웰치스 제로 애플망고맛’ 이미지 (사진제공=KFC, 농심)

농심 역시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제품을 출시했다. ‘웰치스 제로 애플망고맛’은 지난해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진행된 신제품 선호 조사에서 ‘망고 맛’이 댓글 1위를 기록한 데서 출발했다. 이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해 제로 칼로리 라인업을 확장한 것이다. 애플망고 특유의 달콤하고 상큼한 풍미를 살리면서도 칼로리를 낮춘 점이 특징이다.

이처럼 제품 기획 단계부터 소비자의 선택을 반영하는 방식은 브랜드에 대한 관여도를 높이고, ‘내가 만든 제품’이라는 인식을 강화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깊게”… 공간·행사·플랫폼으로 확장

브랜드 체험 공간을 중심으로 고객 접점을 넓히는 사례도 눈에 띈다. 지앤푸드는 굽네치킨의 플래그십 공간 ‘굽네 플레이타운’을 청년 창작자와 기술, 문화를 잇는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 최근 이 공간에서는 홍익대학교와 협업한 제2회 AI 영상제 ‘스무 살의 장면들, 그리고 AI’가 열렸다.

이번 영상제는 홍익대학교 아트앤디자인밸리 프로그램 수업 결과물을 바탕으로 기획됐으며, 총 19명의 학생 작가가 참여해 23편의 생성형 AI 영상 작품을 선보였다. 작품들은 ‘스무 살’을 키워드로 굽네치킨의 브랜드 가치를 20대의 감정과 시선으로 다시 해석한 결과물이다. 행사는 별도 인쇄물 없이 디지털 안내 중심으로 운영돼 친환경 운영 방향도 함께 드러냈다.

굽네치킨은 체험형 오프라인 행사도 더 키우고 있다. 오는 5월 3일 부산 대저생태공원에서 열리는 ‘굽네 오븐런-부산’이 대표적이다. 참가자 모집은 3월 23일 오전 9시 시작됐고, 규모는 선착순 4000명, 참가비는 4만5000원이다.

이 행사는 지난해 서울에서 첫선을 보였을 때 티켓 오픈 10시간 만에 3000명 전량 매진, 참가자 만족도 4.6점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 부산 행사에서는 5km 코스 곳곳에 ▲오리지널존 ▲고추 바사삭존 ▲시카고 피자존을 배치해 브랜드 메뉴를 러닝 경험과 결합했다. 완주 후에는 4월 출시 예정 신제품을 미리 만나는 ‘굽네 브랜드관’, 게임형 콘텐츠 공간 ‘굽네 플레이그라운드’, 초대형 오븐 콘셉트 포토존 등이 운영된다. 참가자 전원에게는 ▲오븐런 러닝 티셔츠 ▲굽디백 ▲굽네치킨 1만원 상품권 ▲랜디스도넛 4000원 상품권 ▲배번호 ▲치킨 머리띠 ▲플로깅 봉투 등으로 구성된 기념품 패키지도 제공된다.

배달 플랫폼 안에서 특정 고객과의 접점을 키우는 방식도 활발하다. 푸라닭 치킨은 배달의민족과 함께 오는 29일까지 ‘배민페스타’를 열고 전 메뉴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신메뉴 ‘마요피뇨’를 포함한 전 메뉴가 대상이며, ▲배민배달 주문 시 5000원 할인 선착순 쿠폰 ▲배달·포장 공통 3000원 할인 쿠폰을 준비했다. 각 쿠폰은 ID당 1일 1회 발급 가능하다.

이 기간 기존 ‘배민클럽’ 구독자에게 한정됐던 무료배달 혜택을 일반 고객까지 넓혔다. 앵콜 행사 배경에는 신메뉴 성과가 있다. 푸라닭의 ‘마요피뇨’는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30만 개를 돌파했다.

“직접 보고, 체험하고, 참여한다”…오프라인 경험도 진화

오프라인 공간을 활용한 체험형 마케팅도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단순 전시를 넘어 참여와 몰입을 중심으로 한 경험 설계가 핵심이다.

롯데칠성음료는 3월 21일부터 4월 5일까지 16일간 서울 성수동에서 방탈출 콘셉트의 팝업스토어 ‘새로중앙박물관’을 운영한다. 지난 1월 리뉴얼된 ‘새로’의 차별점을 전달하기 위해 기획된 공간으로, ‘비법서 복원’이라는 스토리를 따라 체험이 이어지는 구조다. 전시 도입부에서는 새로의 브랜드 히스토리를 소개하고, 이후 방탈출 형식의 체험 공간에서 숨겨진 단서를 찾아 비법서를 완성하도록 구성했다. 관람객이 직접 라벨을 제작하거나 미니어처 병을 만드는 굿즈존도 마련됐다. 마지막 체험 공간에서는 카페 아우프글렛과 협업한 디저트를 통해 브랜드 콘셉트를 미각으로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좌)롯데칠성음료 ‘새로중앙박물관’ 이미지 (우)센트룸 ‘센트룸 데이 개최’ 이미지 (사진제공=롯데칠성음료, 센트룸)(좌)롯데칠성음료 ‘새로중앙박물관’ 이미지 (우)센트룸 ‘센트룸 데이 개최’ 이미지 (사진제공=롯데칠성음료, 센트룸)

센트룸도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자리를 확대하고 있다. 센트룸은 4월 14일 열리는 ‘센트룸 데이’ 참가자를 모집하며 브랜드 철학과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행사는 소비자 의견을 직접 듣고 소통하기 위한 목적에서 기획됐으며, 지난 40여 년간 축적된 연구 기반을 쉽고 흥미롭게 전달하는 프로그램과 함께 다양한 참여형 콘텐츠가 운영될 예정이다.

이처럼 유통업계는 이제 소비자를 ‘설득해야 할 대상’이 아닌 ‘함께 경험을 만들어가는 파트너’로 바라보고 있다.

제품 기획부터 체험, 소통까지 전 과정에 고객을 참여시키는 구조가 확대되면서, 브랜드 경쟁력의 기준도 ‘얼마나 많이 알리느냐’에서 ‘얼마나 깊게 연결되느냐’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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