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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코리아=김관수 기자] 잠시 들렀다 가는 여행이 아닌, 유네스코 세계유산 병산서원을 최대한 즐길 수 있는 여행이 마련됐다. 병산서원에서 1박 2일 머물며 옛 유생이 되어 보는 스테이 체험이 5월 첫 주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진행되는 1회를 시작으로 올해 약 12회 이상 진행될 예정이다.
인문 힐링 여행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병산서원 유생체험은 단순히 보고 지나가는 여행이 아니라 머물며 체화하는 여행이라는 점에서 주목 받는다. 전통 공간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강학이라는 인문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병산의 대자연 안에서 조용히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다. 또한, 옆 동네 하회마을에서 특별한 체험과 탈놀이도 관람하도록 일정이 준비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병산서원에서의 유생체험첫날 오후 1시 하회마을회관 앞에서 일정이 시작된다. 하회탈을 직접 만들어 보고 바로 하회별신굿탈놀이를 관람한다. 하회탈은 고려시대 이 마을에 살던 허도령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총 13종 중 3종이 분실되어 전승이 안되고 10종만 전승되고 있다. 주지, 각시, 중, 양반, 선비, 초랭이, 이매, 부네, 백정, 할미 등 하회별신굿탈놀이에 출연하는 탈을 직접 만들어 보고 탈놀이를 감상하면 보다 흥미로운 관람이 될 예정이다.
탈놀이 관람이 끝나면 병산서원으로 이동해서 서원에 입교한다. 준비된 도복을 착용하고 진짜 유생이 되어 입교식과 함께 묘우 참배를 진행한다. 도시뿐만 아니라 안동시민들조차 경험해보지 못한 옛 서원의 의례와 절차를 경험하는 시간은 강학으로 이어진다. 스승이 유교 경전과 학문을 가르치며 함께 배우는 수업이다.
입교당 마루에 앉아 TV에서만 보던 장면에 직접 들어가보는 시간을 몸소 체험하고 나면 어느덧 저녁이다. 풀벌레 소리 외에는 어떤 소음도 없는 고요한 곳에서 야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시회가 열리기도 하고 음악회가 진행되기도 한다. 때로는 또 다른 주제로 야간 강학이 열릴 수도 있다. 참가자들이 도란도란 모여 유생체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야화를 마치면 첫날 일정이 마무리 된다.
둘째날 아침은 병산서원의 자연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시간이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낙동강변으로 나가 산책을 즐긴다. 오직 와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병산의 아침을 온몸으로 느끼고 그 속에서 진정한 힐링을 만끽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수료식을 마치면 병산서원에서의 일정이 마무리된다. 1박2일의 마지막 일정으로 하회마을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부용대로 이동해서 한국 최고의 명승이자 명당을 내려다보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좋은 기운을 담아갈 수 있다.
유생스테이는 호텔과 같은 숙박시설이 아닌 오래된 고택에 머무는 시간으로 현대 도시생활에 익숙한 이들에게 잠자리 등에 있어 여러 불편이 따를 수 있다. 또한, 안전 등을 고려해서 아쉽게도 초등학교 5학년 이상부터 참여가 가능하다. 한국정신문화의수도 안동을 찾아 조용한 힐링과 함께 전통과 인문을 생생하게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할까?”에 대한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들어볼 수 있는 병산서원 유생스테이는 로컬체험 전문여행사 길과 마을을 통해 예약 가능하다.
병산서원 전경병산서원은 낙동강을 따라 이어진 이웃 하회마을에 이어 2019년 '한국의 서원'이란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됐다. 서애 류성룡 선생과 아들 수암 류진 선생 두 사람의 위패를 모시고 있는 병산서원은 풍산현에 있던 풍악서당을 류성룡이 이곳으로 옮겨오며 역사가 시작됐다. 서당이 읍내 도로변에 있어 시끄러워 공부하기에 적당하지 않다는 이유로 1572년(선조 5)에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전한다. 이후 이 서당은 임진왜란으로 소실되었다가 1607년 재건됐다.
풍악서당이 서원으로 변경된 것은 1614년(광해군 6) 사당을 건립하고 류성룡의 위패를 모시면서부터다. 1863년(철종 14) 조정으로부터 '병산서원'으로 사액을 받았고, 1871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 때 훼철되지 않고 존속한 서원 47곳 중의 한 곳으로 남아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병산서원은 하회마을과는 화산(花山)을 사이에 두고 있다. 화산의 동쪽 기슭에 병산서원이, 그 반대쪽에 하회마을이 각각 자리 잡고 있다. '병산'은 낙동강 물줄기가 돌아 나가는 강변에 병풍처럼 산이 펼쳐져 있다고 해서 그 이름을 얻었다. 서원은 병산과 그 기암 절벽 아래로 낙동강이 펼쳐진 절경을 마주보고 있어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내어준다.
차경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만대루. 누각 너머 병산과 낙동강이 펼쳐진다병산서원은 건축학적으로도 매우 뛰어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한국의 건축학도들에게 반드시 견학을 다녀와야 할 국내 필수 건축물로 손꼽힌다. 사실 병산서원을 구성하는 건물 자체는 제향을 지내는 사당과 학문을 돈독히 하며 심신을 정진하는 강당, 재사 등의 건물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여타 서원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병산서원이 성리학적인 원칙에 바탕을 둔 건물들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이러한 건물들이 자연과 하나가 되는 빼어난 공간감을 보여주며 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흔히 얘기하는 차경의 정수를 병산서원에서 만날 수 있다.
그 장소는 만대루다. 2020년 12월 보물로 지정된 만대루는 그림 같은 풍경을 고스란히 건물 안으로 들여놓은 솜씨가 뛰어난 우리나라 서원 누각의 대표작이자 병산서원의 백미로 꼽힌다. 군더더기 없는 7칸 기둥 사이로 강과 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마치 7폭의 아름다운 풍경화를 감상하는 듯하다. 다만 현재 문화재 보호로 인해 일반에게 개방되지 않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만대루의 '만대'는 중국 당나라 때 시인 두보의 시 ‘백제성루’에 나오는 "푸른 절벽은 오후 늦게 대할 만하니"에서 인용한 것으로, '병산의 푸른 절벽은 오후 늦게서야 대할 만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만대루 아래를 지나 마당에 들어서면 마당 좌우로 동재와 서재가 있고, 맞은편으로는 강당 건물인 입교당이다. '가르침을 바로 세운다'는 뜻에 걸맞게 입교당은 서원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한국 전통 연못의 정석을 보여주는 광영지, 야간에 불을 지피던 정료대, 독특한 모습의 달팽이 화장실 등도 독특한 조선시대의 서원 문화를 보여준다.
병산서원의 계절꽃들도 놓칠 수 없다. 병풍처럼 펼쳐진 병산, 고요히 흐르는 낙동강, 드넓은 모래사장을 앞마당으로 둔 병산서원은 주변의 수려한 풍광과 함께 계절마다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3월엔 입교당 앞마당에 홍매화, 청매화 나무가 봄소식을 알리고, 7-8월이면 서원 일대는 120여 그루의 짙은 핑크빛 배롱나무들이 꽃대궐을 이룬다. 입교당 뒤 장판각과 사당인 존덕사 주변에는 수령 390년 이상의 나이 많은 배롱나무들이 세월이 무색한 원색미를 화려하게 뽐낸다. 입교당 바로 앞 수령 100년이 넘은 안동무궁화 한 그루 역시 놓칠 수 없다.
한여름 병산서원을 핑크빛으로 물들이는 배롱나무병산서원과 하회마을을 걸어서 오갈 수도 있다. 과거 서애 류성룡과 이 지역의 수많은 선비들이 왕래하던 숲속의 오솔길. 약 4km의 거리의 오솔길은 어른 걸음으로 1시간~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산책하기 딱 좋은 코스다. 그리 가파르지 않은 언덕을 가볍게 하이킹 하듯 넘는 동안 이따금 낙동강의 비경들이 짠하고 모습을 드러내서 원초적 자연으로 둘러싸인 주변 풍경을 음미하며 느릿느릿 걸을 수 있다. 놓쳐서는 안 될 풍경이 있다면 숲속을 빠져나와 하회마을로 접어드는 언덕에서 바라보는 마을 전경이다. 일반적으로 정반대 방향에 있는 부용대에 올라 하회마을을 감상하지만,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하회마을은 또 다른 감성을 자아낸다. 인적이 뜸한 오솔길이지만 대체로 널찍하게 잘 닦여 있고, 이정표도 적절하게 설치되어 있어 길을 잃거나 안전사고에 대한 염려는 없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서 또 다른 유네스코 세계유산까지 산책하는 길, 학식 높은 선비들의 불타는 학구열을 느껴보는 오직 병산서원과 하회마을에서만 가능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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