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1선 가문’의 귀환인가, ‘피로감’의 심판인가
▲류석만 투어코리아뉴스 충남·대전·세종 취재본부장.▲류석만 투어코리아뉴스 충남·대전·세종 취재본부장.

[투어코리아=류석만 기자] 충남 공주·부여·청양의 시계가 다시 거꾸로 흐르기 시작했다.

박수현 의원의 충남도지사 출마로 비어버린 공간에 정진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이름이 유령처럼, 혹은 구원투수처럼 떠오르면서다.

지역 정가는 벌써부터 들썩인다.

하지만 그 소음은 반가움보다는 ‘또다시 과거로의 회귀냐’는 냉소와 ‘거물급의 복귀’라는 기대가 뒤섞인 기묘한 파열음에 가깝다.

■ ‘가문 정치’라는 낡은 외투

이 지역구에서 ‘정진석’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정치인 이상이다.

고(故) 정석모 전 의원부터 이어온 부자(父子) 합산 11선의 역사는 그 자체로 지역의 성벽이자, 동시에 거대한 족쇄다.

지지자들에게는 ‘검증된 중량감’일지 모르나, 변화를 갈망하는 이들에게는 ‘세습 정치의 상징’일 뿐이다.

“신중히 판단하겠다”는 그의 말은 정치적 결단을 앞둔 고뇌라기보다, 여론의 간을 보는 노회한 전략으로 비친다.

■ 방패가 필요한 자와 심판을 벼르는 자

지금 정 전 실장을 향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이유는 또 있다.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사법적 리스크다. 수사선상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그의 등판설은 필연적으로 ‘방탄용 출마’라는 비판을 자초한다.

야권은 이미 이를 ‘정권 심판’의 도구로 삼기 위해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결국 그의 복귀는 지역 발전을 위한 헌신이 아니라, 개인의 정치적 생존을 위한 마지막 도박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짙게 깔려 있다.

■ ‘세대교체’라는 임계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계산기는 복잡하다.

거물의 복귀는 조직 결집에는 유리하겠으나, 중앙정치의 오물까지 지역으로 끌어오는 독배(毒杯)가 될 수 있다.

그 틈새에서 세대교체를 외치는 신진 주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민주당 역시 승리 공식과 정치적 대의 사이에서 머리를 싸매고 있다.

■ 민심은 ‘과거’를 택할 것인가

이번 보궐선거는 단순한 의석 하나를 채우는 과정이 아니다.

낡은 ‘가문 정치’의 유효기간이 끝났음을 선언하느냐, 아니면 여전히 ‘중량감’이라는 허명에 기대를 거느냐를 결정하는 잔인한 시험대다.

정 전 실장의 선택이 변수는 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민심의 피로감이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는 사실이다.

텃밭 정치를 사유화해 온 세력에게 공주·부여·청양은 더 이상 안온한 피난처가 될 수 없다.

정치적 명분이 빈약한 귀환은 결국 ‘심판’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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