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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코리아
선운각 입구의 돌담과 박석 / 사진-서울관광재단[투어코리아=유경훈 기자] 5월 서울에서 멀리 떠나지 않고도 특별한 여행을 찾고 있다면 한옥으로 향해보자. 빌딩 사이로 번지는 신록, 돌담 너머로 스며드는 봄바람, 오래된 처마 아래 고요히 내려앉은 햇살, 그리고 잠시 쉬어갈 마음의 자리를 내어주는 마당. 영화와 드라마, 광고 등 K-컬처가 선택한 한옥들은 지금도 서울 곳곳에서 또 다른 장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서울관광재단(대표이사 길기연)은 신록의 계절을 맞아 일상의 소음을 잠시 비우고 쉼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도심 속 한옥 명소 4곳을 소개했다. 선운각, 백인제 가옥, 운현궁, 수연산방은 궁궐에 버금가는 전통 한옥부터 일제강점기 근대 가옥, 1960년대 고급 요정, 문인들의 사랑방이었던 찻집까지 각기 다른 시대와 이야기를 품은 공간들이다.
이번 여정의 키워드는 ‘내 인생의 드라마를 만나는 한옥’이다. 이들 공간은 영화·드라마·광고 등 K-콘텐츠의 배경으로도 익숙하지만, 한옥의 매력은 단순한 촬영지에 머물지 않는다. 우리 전통 건축은 자연을 거스르기보다 지형과 조화를 이루고, 창과 문을 통해 바람과 빛, 계절을 실내로 끌어들인다. 특히 ‘자연을 빌려 내 정원으로 삼는다’는 뜻의 차경(借景)은 한옥이 수백 년이 지나도 여전히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담장 너머 산과 하늘, 숲의 풍경까지 하나의 액자처럼 품어내는 방식이다.
그래서 5월의 서울 한옥 산책은 단순한 나들이가 아니다. K-컬처가 사랑한 장면을 따라 걷고, 오래된 시간 속에서 잠시 쉬어가며, 나만의 한 장면을 만나는 여행이다.
북한산 자락에 숨은 드라마의 장면, 선운각
서울 도심을 벗어나 북한산 우이동 계곡으로 향하면, 웅장하면서도 단아한 한옥 선운각이 모습을 드러낸다. 1960년대 세워진 대규모 민간 한옥으로, 서울 도심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고즈넉한 풍경을 품고 있다. 근대사의 흔적을 간직한 이곳은 현재 한옥 카페이자 야외결혼식장으로 운영되며 일반 방문객에게도 문을 열고 있다.
신록이 드리운 선운각 한옥마당 / 사진-서울관광재단서울 민간 한옥 중 최대 규모로 알려진 이 곳은 긴 돌담길과 넓은 마당, 북한산 능선을 배경으로 한 한옥의 풍경이 어우러져 드라마 속 한 장면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선운각의 돌담길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유진 초이가 근무하던 미국 공사관 배경으로 등장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이 길에서 드라마 속 한 장면 같은 사진을 남긴다.
자개테이블을 놓은 선운각 한옥내부 / 사진-서울관광재단본관 2층 테라스에 오르면 북한산 능선이 막힘없이 펼쳐지고, 한옥 내부로 들어서면 커다란 등이 은은한 빛을 내고 자개 테이블이 놓인 좌식 공간이 한국적인 정취를 더한다. 백미는 잔디가 넓게 펼쳐진 한옥 마당이다. 5월의 초록이 마당을 채우고, 기와지붕 너머 북한산이 병풍처럼 둘러서는 풍경은 그 자체로 휴식이 된다.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단풍이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며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선운각에서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 3.1운동의 발상지이자 천도교 성지인 봉황각도 함께 만날 수 있다. 1912년 의암 손병희 선생이 독립운동가 양성을 위해 세운 한옥으로, 단청을 입히지 않은 기둥과 보에서 나무 본연의 결이 살아난다. 내부에는 손병희 선생의 초상화와 유품이 전시돼 있으며, 후문에서 언덕을 50m 오르면 손병희 선생의 묘에 닿는다.
북한산의 봉우리를 품고 있는 봉황각선운각
주소: 서울 강북구 삼양로173길 223 선운각
교통: 지하철 북한산 우이역 2번 출구
운영: 11:00~19:00, 매주 수요일 휴무, 대관 행사 시 휴무는 인스타그램 확인
대표 메뉴: 히비스커스 청 에이드 9,500원
봉황각
주소: 서울 강북구 삼양로173길 107-12
교통: 지하철 북한산 우이역 2번 출구
재벌가 저택처럼 남은 근대 한옥, 백인제 가옥
북촌 한옥마을 골목을 따라 오르면, 주변 한옥과는 다른 스케일의 대문이 시선을 붙든다. 백인제 가옥은 일제강점기 서울 최상류층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근대 한옥이다. 전통 한옥의 골격 위에 근대적 생활 방식과 건축 기술이 더해져, 익숙하면서도 낯선 아름다움을 만든다.
백인제 가옥 안채 유리창과 붉은벽돌 / 사진-서울관광재단이 집은 1913년 당시 한성은행 전무였던 한상룡이 압록강 흑송을 들여와 지은 가옥이다. 이후 언론인 최선익을 거쳐 1944년 외과 의술의 권위자이자 백병원 설립자인 백인제 선생의 소유가 됐다. 백인제 선생은 한국전쟁 당시 납북됐지만, 이후 부인 최경진 여사와 자녀들이 이곳에 머물며 오늘날 ‘백인제 가옥’이라는 이름으로 남았다.
백인제 가옥이 특별한 이유는 내부 구조에 있다. 사랑채와 안채를 엄격히 나누던 전통 한옥과 달리, 두 공간을 복도로 연결해 신발을 다시 신지 않고도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백인제가옥 사랑채 내부 / 사진-서울관광재단유리창을 넓게 내고 붉은 벽돌 담장을 세운 점도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시도였다. 툇마루에 앉아 정원을 바라보거나 집 안을 천천히 걸으면 근대 서울의 풍경이 조용히 되살아난다.
K-콘텐츠 팬들에게도 익숙한 장소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이성민이 연기한 진양철 회장의 집으로, 영화 <암살>에서는 이경영이 맡은 강인국의 저택으로 등장했다.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하면 해설사와 함께 안채, 부엌, 사랑채 내부까지 둘러볼 수 있다. 복도를 따라 걷는 순간, 어느새 드라마 속 장면 안으로 들어간 듯한 기분이 든다.
백인제가옥의 가장 큰 특징은 복도가 있다는 것이다. /사진-서울관광재단백인제 가옥과 함께 둘러보기 좋은 곳은 북촌동양문화박물관이다. 북촌한옥마을 높은 지대에 자리한 이곳은 고가구와 다기, 문방사우 등 한국과 아시아의 문화를 만날 수 있는 박물관이자 전통차를 즐길 수 있는 찻집이다.
2층 테라스에서는 북촌의 기와지붕이 발아래 펼쳐지고, 멀리 경복궁과 광화문, 반대편으로는 북악산 능선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북촌동양문화박물관 테라스에서 바라본 풍경 /사진-서울관광재단백인제 가옥
주소: 서울 종로구 북촌로7길 16
교통: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
운영: 09:00~18:00, 매주 월요일 휴무
문의: 02-724-0200
북촌동양문화박물관
주소: 서울 종로구 북촌로11길 76 북촌동양문화박물관
교통: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
운영: 10:00~18:30
이용료: 관람료 6,000원, 음료 1잔 제공, 일부 메뉴 추가 금액 있음
왕이 자란 집, 드라마가 사랑한 공간…운현궁
종로 한복판, 현대적인 빌딩들 사이에서 운현궁은 다른 속도로 시간을 품고 있다. 두터운 돌담 안쪽으로 들어서면 도시의 소음이 한 겹 멀어지고, 조선 후기 정치사의 중심이었던 공간 특유의 기품이 느껴진다.
흥선대원군 거처였던 운현궁 사랑채 노안당 . / 사진-서울관광재단운현궁은 흥선대원군의 사저이자 고종 황제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일반 사대부 가옥과는 다른 규모와 격식을 갖췄으며, 흥선대원군의 거처였던 노안당과 안채인 노락당으로 이어지는 건축미는 궁궐에 가까운 무게감을 보여준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규모는 축소됐지만, 왕실의 권위와 시대의 흔적은 여전히 깊게 남아 있다.
운현궁의 매력은 무엇보다 도심과 담장 하나로 나뉜 고요함이다. 툇마루에 앉아 봄바람을 맞거나, 기와 끝에 걸린 구름을 바라보는 짧은 시간만으로도 일상의 속도가 느려진다. 점심시간이면 인근 직장인들이 잠시 찾아와 쉬어가는 풍경도 자연스럽다.
운현궁 안채 이로당, 뒤에 운현궁 양관 건물이 보인다 / 사진-서울관광재단운현궁 안쪽 언덕 위에는 또 다른 장면이 있다. 1912년경 일제가 황실 인사를 회유할 목적으로 선대 사당 자리에 지은 르네상스 양식의 2층 저택, 운현궁 양관이다. 일본인 건축가 가타야마 도쿠마가 설계했으며, 아치형 외관과 베란다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그러나 외벽의 이화(李花) 문양은 이곳이 끝내 조선 왕실과 연결된 공간임을 말해준다.
운현궁은 드라마 촬영지로도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2026년 아이유, 변우석 주연의 <21세기 대군부인>을 비롯해 MBC 드라마 <궁>, KBS <각시탈>, MBC <더킹 투하츠>에도 등장했다. 특히 20.5% 시청률을 기록한 tvN <도깨비>에서는 공유가 연기한 도깨비 김신의 집으로 알려지며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현재 양관은 덕성여대 종로캠퍼스 안에 있어 운현궁 담장 밖에서 외관을 볼 수 있다.
운현궁 노안당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는 방문객 / 사진-서울관광재단운현궁을 더 깊게 즐기고 싶다면 서울관광재단의 도보해설관광을 활용해볼 만하다.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하는 북촌한옥마을 코스는 운현궁에서 시작해 석정보름우물터, 중앙중고교, 가회동성당, 정독도서관, 백인제 가옥까지 이어진다. 예약은 서울도보관광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근처 서울우리소리박물관도 함께 들르기 좋다. 흥선대원군이 판소리의 후원자였다는 점을 떠올리면, 운현궁에서 우리 소리로 이어지는 동선은 더 자연스럽다. 이곳에서는 농요, 뱃노래, 사당패 노래, 상여소리와 호상놀이 등 서민의 삶과 애환이 담긴 향토 민요를 헤드셋으로 감상할 수 있다.
서울우리소리박물관 각종 민요를 들어볼 수 있다. / 사진-서울관광재단운현궁
주소: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 464 운현궁
교통: 지하철 3호선 안국역 4번 출구
운영: 09:00~19:00, 매주 월요일 휴무
서울우리소리박물관
주소: 서울 종로구 율곡로 96
교통: 지하철 3호선 안국역 4번 출구
운영: 09:00~18:00, 매주 월요일 휴무
문인들의 사랑방에서 찻집으로, 수연산방
성북동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오래된 돌담 너머로 단아한 한옥 한 채가 나타난다. 수연산방이다. 한국 단편소설의 선구자인 상허 이태준이 1933년 직접 지은 집으로, ‘문인들이 모이는 산속의 집’이라는 뜻을 담아 수연산방이라는 당호를 붙였다.
수연산방 기품이 느껴지는 외관 / 사진-서울관광재단수연산방은 사랑채와 안채를 한 건물에 모은 개량 한옥이다. 전통 한옥의 형식을 따르면서도 공간의 기능은 보다 현대적으로 구성했다. 특히 안방 앞 누마루는 이 집의 가장 아름다운 포인트다. 섬세하게 짜인 누마루에서 바라보는 정원은 작은 그림처럼 고요하고, 마당의 나무와 꽃은 한옥과 어우러져 공간 전체를 부드럽게 감싼다.
수연산방 봄볕드는 툇마루 / 사진-서울관광재단이곳은 한때 문인들의 사랑방이었다. 정지용, 이상 등 당대 문인들이 모여 문학과 삶을 이야기했고, 이태준 역시 이 집에 머물며 여러 작품을 집필했다. 지금은 전통차를 즐길 수 있는 찻집으로 운영된다. 댓돌 위에 신발을 벗고 방 안으로 들어서면 오래된 서재에 초대받은 듯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나무 향과 봄볕, 조용한 한옥의 기운이 어우러져 바쁜 일상에 작은 쉼표를 찍어준다.
수연산방 누마루의 내부 / 사진-서울관광재단수연산방은 영화 <하녀>, 드라마 <부부의 세계>, 예능 <놀면 뭐하니?> 등 다양한 콘텐츠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한옥의 정취를 직접 느끼고 싶은 이들이 꾸준히 찾는 이유다.
성북동 한옥 산책을 이어가고 싶다면 최순우 옛집도 추천할 만하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저자 최순우가 1976년부터 1984년까지 살던 집으로, 1930년대 지어진 한옥이다. 사랑방과 안방, 대청과 건넌방이 ‘ㄱ’자 형태로 이어지고, 행랑채까지 어우러져 ‘ㅁ’자형 구조를 이룬다. 소나무, 산사나무, 모란 등이 심긴 마당에서는 한국의 미를 사랑했던 그의 안목이 조용히 전해진다.
최순우옛집 뒷뜰 풍경 사진-서울관광재단수연산방
주소: 서울 성북구 성북로26길 8 상허 이태준 가옥
교통: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
운영: 11:30~17:50, 수~금 / 11:30~19:50, 토~일 / 매주 월·화요일 휴무
대표 메뉴: 대추쌍화차 15,500원, 단호박빙수 16,000원
최순우 옛집
주소: 서울 성북구 성북로15길 9 최순우 옛집
교통: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
운영: 10:00~17:00, 매주 일·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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