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 덜고 품격을 채웠다”…영주 선비문화축제, 전통의 힘으로 흥행
선비세상과 선비문화수련원에서 진행된 어린이 선비축제 모습/ 사진- 영주시선비세상과 선비문화수련원에서 진행된 어린이 선비축제 모습/ 사진- 영주시

[투어코리아=김동환 기자] 영주가 나흘 동안 ‘선비의 도시’로 다시 깨어났다. 화려한 대형 공연보다 국악의 선율을 앞세우고, 볼거리 중심 축제보다 전통문화의 깊이를 체험하는 시간에 무게를 둔 '2026 영주 한국선비문화축제’가 지난 5일 폐막식을 끝으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올해 축제는 5월 2일부터 5일까지 4일간 순흥면 소수서원을 비롯해 선비촌, 선비세상, 선비문화수련원 일원에서 펼쳐졌다.

주제는 ‘선비, 세대를 잇다 미래를 열다’. 영주는 이 주제 아래 선비정신을 오늘의 감각으로 풀어낸 공연, 전시, 체험, 학술 프로그램을 촘촘하게 배치하며 시민과 방문객이 함께 즐기는 전통문화 축제의 장을 만들었다.

영주 한국선비문화축제 개막식 전경 / 사진- 영주시영주 한국선비문화축제 개막식 전경 / 사진- 영주시

가장 눈에 띈 변화는 축제 공간의 집중이다. 기존에는 문정둔치와 순흥면 등으로 나뉘어 운영됐지만, 올해는 순흥면 일원으로 무대를 모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소수서원을 중심으로 선비촌, 선비세상, 선비문화수련원 등 영주의 대표 역사·문화 자원을 연결하면서 축제의 정체성을 한층 또렷하게 드러냈다.

축제 첫날인 2일에는 고유제를 시작으로 영주향교의 붓글씨 퍼포먼스와 한국무용 등 전통문화 공연이 이어졌다. 또 ‘선비문화와 한복생활’을 주제로 학술포럼이 열려 선비문화가 오늘의 생활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조명했다.

영주 향교의 붓글씨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영주시영주 향교의 붓글씨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영주시

개막식은 선비세상 주무대에서 열렸다. 개막선언과 환영 퍼포먼스, ‘제8회 대한민국 선비대상 시상식’이 진행됐고, 이어 주제공연과 김덕수·앙상블 시나위의 축하공연이 축제의 첫날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무대는 올해 축제가 지향한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둘째 날에는 ‘큰별쌤’ 최태성과 함께하는 선비아카데미가 열렸다. 최태성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매개로 영주의 역사와 선비문화의 의미를 쉽고 흥미롭게 풀어냈고, 현장에는 500여 명의 시민과 관광객이 참여해 뜨거운 호응을 보냈다.

큰별쌤 최태성과 함께하는 선비아카데미가 많은 방문객들이 참여해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사진-영주시큰별쌤 최태성과 함께하는 선비아카데미가 많은 방문객들이 참여해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사진-영주시

어린이날이었던 마지막 날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프로그램이 축제장을 채웠다. ‘선비소풍’에서는 어린이 한복 패션쇼와 체험활동이 진행됐고, 선비세상 한음악당에서는 차와 음악, 궁중악과 무용이 어우러진 ‘선비다악’이 펼쳐졌다. 이어 폐막식과 국악인 박애리의 공연을 끝으로 나흘간의 일정은 마무리됐다.

영주 향교의 붓글씨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어린이 장원급제 문과 체험 진행 모습 / 사진-영주시 어린이 장원급제 문과 체험 진행 모습 / 사진-영주시

특히 이날에는 엄태현 영주시장 권한대행과 경상북도지사 권한대행 황명석 경상북도 행정부지사를 비롯한 주요 내빈들이 선비다악, 국제 장승·토템폴 문화제, 폐막식 등 주요 행사에 함께해 축제의 의미를 더했다.

축제장 곳곳에서도 전통문화의 결이 이어졌다. 소수서원에서는 성악, 합창, 전통악기 연주가 어우러진 음악회가 열렸고, 밤에는 서원 야간개장과 선비유등 전시, ‘선비풍류’ 국악 공연을 결합한 ‘선비달빛야행’이 운영됐다. 낮의 서원이 고즈넉한 역사의 공간이었다면, 밤의 서원은 음악과 빛이 흐르는 풍류의 무대로 변신했다.

  어린이 장원급제 무과 체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영주시 어린이 장원급제 무과 체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영주시

선비촌에서는 마당놀이 ‘덴동어미 화전가’와 관광객 참여형 마당극 등 전통 공연이 이어졌다. 선비장터에서는 지역 농특산물이 판매되며 축제의 먹거리와 지역 상생의 의미를 더했다.

선비세상과 선비문화수련원에서는 ‘어린이 선비축제’가 운영됐다. 장원급제 체험, 서당교육, 퍼레이드, 한지뜨기, 천연염색, 다도체험 등 아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가족 단위 방문객의 만족도를 높였다.

"영주-1-9 한 어린이가 선비촌 축제장에 마련된 줄타기를 체험하고 있다" "영주-1-8 어린이 장원급제 무과 체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영주시 한 어린이가 선비촌 축제장에 마련된 줄타기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영주시

또한 4일부터 5일까지 선비문화수련원 일원에서는 ‘국제 장승·토템폴 문화제’와 체험행사가 열려 국내외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색 콘텐츠를 제공했다. 금성대군 신단에서는 역사 해설과 포토존 운영, 소원빌기 체험 등이 진행돼 역사 공간을 체험형 콘텐츠로 확장했다.

연계행사도 풍성했다. 소수박물관과 인삼박물관 특별전을 비롯해 안향선생 휘호대회, 전국 백일장, 민속사진 촬영대회, 그림그리기 대회, 소백야생화 전시회 등이 함께 열렸다. 영주 도심 ‘문화의 거리’ 일원에서는 풀업 및 댄스챌린지 경연, 청년 예술인 버스킹 공연이 운영되며 축제 분위기를 도심으로 넓혔다.

소수서원 경렴정에서 처음 열린 풍류음악회

올해 축제의 품격을 높인 대표 콘텐츠는 소수서원 경렴정에서 열린 풍류음악회였다. 영주시와 영주문화관광재단은 5월 2일부터 5월 5일까지 매일 오후 7시부터 1시간 동안 소수서원 경렴정에서 ‘서원에 깃든 고요의 풍류음악’을 주제로 고품격 풍류음악회를 개최했다.

소수서원에서 선비풍류 국악 음악회가 진행됐다. /사진-영주시소수서원에서 선비풍류 국악 음악회가 진행됐다. /사진-영주시

소수서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이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역사 공간이다. 이곳의 경렴정에서 풍류음악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연에는 임진옥 국가무형유산 대금정악 보유자, 민의식 한국예술종합학교 가야금 명예교수, 강영근 이화여자대학교 피리 명예교수, 조주선 한양대학교 판소리 교수, 국립부산국악원 연주단 등 국내 정상급 명인·명창·명무들이 출연했다.

소수서원에서 국악으로 만나는 선비풍류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사진-영주시소수서원에서 국악으로 만나는 선비풍류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사진-영주시

공연은 한국 풍류음악과 춤의 깊이를 한자리에서 만나는 무대로 꾸며졌다. 선비들의 음악으로 꼽히는 정악과 가곡, 판소리, 가야금병창, 궁중무용 춘앵전, 민속무용 살풀이춤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매일 다른 출연진과 구성으로 펼쳐졌다. 고요한 서원의 밤, 전통 선율과 춤이 어우러지며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매회 200여 명의 관람객이 객석을 채웠으며, 시민뿐 아니라 외지 관광객의 발길도 이어졌다.

차와 음악이 만난 ‘영주 선비 다악’, 축제의 격을 높이다

선비문화와 공연예술의 결합은 ‘영주 선비 다악(茶樂)’에서도 빛났다. 영주시와 영주문화관광재단은 5월 5일 오후 2시부터 1시간 동안 선비세상 한음악당에서 ‘영주 선비 다악’ 공연을 선보였다.

이번 다악 공연은 선비의 차문화와 풍류음악을 결합한 무대로, 경북에서는 처음 열린 행사다. 공연 내내 180여 명의 관객이 함께했으며, 차와 음악, 무용, 서예가 어우러진 무대는 선비문화의 예술성과 품격을 한층 돋보이게 했다.

한음악당에서 진행된 선비다악 /사진-영주시한음악당에서 진행된 선비다악 /사진-영주시

진행은 드라마 ‘대장금’ 주제곡 ‘오나라’를 부른 방송인 이안이 맡았다. 차 문화 시연은 영주의 차문화 보급 연구원인 명가다례원 윤하숙 원장이 이끌었다. 궁중무용 춘앵전, 여창가곡, 가야금산조, 판소리 등은 국립부산국악원 단원들이 참여해 무대를 채웠고, 서예 퍼포먼스에는 드라마 ‘성웅이순신’, 영화 ‘서울의 봄’을 직접 쓴 김성태 작가가 함께했다.

공연에서는 김병기 영주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8명이 접빈으로 무대에 초대됐다. 엄태현 영주시장 권한대행과 황명석 경북도지사 권한대행도 객석에서 공연을 관람하며 자리를 빛냈다.

‘영주 선비 다악’은 올해 처음 선보인 콘텐츠였지만, 차와 음악을 통해 선비문화의 정서를 섬세하게 전달했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일회성 공연을 넘어 영주를 대표하는 선비 문화예술 콘텐츠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남겼다.

이외에도 영주시는 축제 기간 종합안내소를 운영하고 교통·안전 관리에도 힘을 쏟았다. 체계적인 셔틀버스 운행, 관광지와 숙박·음식 정보 제공, 공정한 가격 운영 등을 통해 방문객 편의를 높이고 신뢰도 있는 축제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무엇보다 올해 축제는 ‘화려한 무대’보다 ‘선비문화의 본질’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남겼다. 의식행사는 간소화하고, 특정 장르의 대형 공연에 치우치기보다 전통문화와 선비정신, 시민 참여를 중심에 뒀다. 그 결과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선비문화를 경험하고, 전통의 의미를 나누는 문화 향유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엄태현 영주시장 권한대행은 “이번 축제는 선비문화의 가치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내며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영주만의 역사문화 자산을 활용해 선비정신을 널리 알리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신문화축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영주 한국선비문화축제 선비세상 축제장 전경 / 사진- 영주시영주 한국선비문화축제 선비세상 축제장 전경 / 사진- 영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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