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민 개인전 《고독의 지리학》 개최, 금강산을 향한 여성의 시선과 욕망

[투어코리아=유지훈 기자]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옥 공간 호호재 서울에서 작가 김보민의 개인전 《고독의 지리학(Geographies of Solitude)》이 오는 5월 19일부터 31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금강산을 둘러싼 여성의 이동과 시선, 그리고 근대적 풍경 인식의 형성과정을 회화적 언어로 풀어낸 자리로 주목받고 있다.

포스터_고독의지리학포스터_고독의지리학

전시 《고독의 지리학》은 조선 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시간 속에서 여성들이 금강산이라는 공간에 접근하고 상상해온 방식에 집중한다. 조선 시대 산수화와 유람 문화가 오랫동안 남성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던 가운데, 황진이와 김만덕, 김금원 같은 여성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금강산에 도달하며 금지된 풍경을 자신의 시선으로 마주했다. 작가는 이러한 여성적 이동과 열망의 계보를 현재적 감각으로 다시 호출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19세기 말 조선을 여행한 영국의 지리학자 이사벨라 비숍의 기록이 중요한 단서로 등장한다. 작가는 이방인의 시선 속에 담긴 편견과 감수성을 함께 읽어내며, 타자의 기록과 아카이브 영상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재현되고 상상되어 왔는지를 탐색한다. 이를 통해 금강산은 단순한 자연 풍경을 넘어 민족적 상징과 식민지 근대의 욕망, 그리고 여성의 이동 욕망이 교차하는 복합적 공간으로 재해석된다.

김보민은 닿을 수 없는 금강산을 직접 재현하기보다, 기록과 기억, 상상과 감정이 교차하는 우회적 풍경으로 접근한다. 서로 다른 시대의 감각과 서사를 한 화면 위에 중첩시키며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배치하고, 풍경 속에 축적된 시선의 방향을 새롭게 전환한다. 전시는 과거의 이미지와 서사를 오늘의 회화 언어로 다시 엮으며 ‘내면의 지도’를 제시한다.

이번 전시가 열리는 한옥 공간 호호재 역시 작품과 긴밀하게 호응한다. 빛과 그림자,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흐르는 공간적 특성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이동과 체류의 감각 속에서 풍경을 경험하도록 이끈다. 작품과 공간, 관람자의 동선이 어우러지며 전시는 하나의 사유적 풍경으로 확장된다.

전시에는 <결심의 계곡>(2025), <구-H>(2025), <비숍의 배>(2024) 등 신작들이 소개된다. 작가는 마와 비단 위에 먹과 엷은 색을 사용하는 전통 산수화 기반의 재료 실험을 통해 현대적 풍경 감각을 구축해왔다.

한편 김보민은 회화와 드로잉, 벽화 작업을 통해 역사와 전통, 개인적 경험과 감정의 흔적을 풍경으로 은유해 온 작가다. 주요 개인전으로 《그림자의 강》(2023), 《섬》(2021), 《나는 멀리 있었다》(2019) 등이 있으며,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포스코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기관 전시에 참여했다. 또한 수림미술상과 중앙미술대전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뉴욕 폴록-크라즈너 재단지원과 서울문화재단 지원 등을 받았다.

이번 전시는 서울특별시와 서울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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