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 다음은 약국?”…골든위크 외국인 지갑, 3년 연속 ‘약국’에서 터졌다

[투어코리아=조성란 기자]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여행 소비 지도가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명동에서 화장품을 사고, 홍대와 강남을 둘러보는 일정이 대표적이었다면, 이제는 그 동선 안에 ‘약국’이 새롭게 들어왔다.

K-뷰티 쇼핑의 중심이 올리브영으로 대표되는 화장품 매장에 머물지 않고, 건강·뷰티 상품을 함께 살 수 있는 약국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방한 외국인 전용 결제 플랫폼 와우패스(WOWPASS)를 운영하는 오렌지스퀘어(대표 이장백)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일본 골든위크(4월 29일~5월 6일)와 중화권 노동절 연휴(5월 1~5일)가 겹친 올해 연휴 8일 동안 와우패스 카드 결제액은 전년 대비 약 18% 증가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약국 결제다. 같은 기간 약국 결제액은 전년 대비 156% 급증했다. 2024년 대비 2025년 188% 증가한 데 이어, 올해도 156% 늘어나며 3년 연속 세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약국이 단순 의약품 구매처를 넘어, 건강·뷰티 쇼핑을 즐기는 새로운 여행 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포그래픽 -AI인포그래픽 -AI

‘올리브영 다음은 약국’…건강·뷰티 쇼핑 채널로 급부상

와우패스 결제 데이터에서 가장 강하게 드러난 키워드는 ‘약국’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약국 결제는 최근 3년 동안 빠르게 커졌다. 2024년 대비 2025년 188%, 2025년 대비 2026년 156% 증가하며 폭발적인 성장 흐름을 이어갔다.

건당 평균 결제액은 약 4만7,000원대였다. 고가 제품을 한 번에 구매하기보다는, 비교적 부담 없는 금액으로 여러 상품을 구매하는 ‘소액 다건’ 형태의 쇼핑이 많았다는 의미다. 결제 상위권에 오른 약국은 외국인 관광객 특화 드럭스토어 성격을 띠는 곳들이었고, 명동·홍대·강남·성수 등 주요 관광 상권에 집중됐다.

일본 여행에서 마츠모토키요시 같은 드럭스토어 방문이 필수 코스처럼 자리 잡은 것처럼, 한국 여행에서도 약국이 새로운 건강·뷰티 쇼핑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피부 관리, 뷰티 아이템, 건강 관련 상품을 한 번에 구매하려는 수요가 맞물리면서 약국 소비가 빠르게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피부과 결제도 함께 늘었다. 같은 기간 피부과 결제액은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K-뷰티에 대한 관심이 화장품 구매를 넘어 피부 관리와 시술, 건강·뷰티 상품 소비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시 찾는 관광객 늘었다…재이용자 비율, 신규 발급자 첫 추월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변화는 ‘재방문’ 흐름에서도 확인된다. 이전 연도에 발급받은 와우패스를 올해 골든위크 기간 다시 사용한 재이용자 카드 수는 2024년 대비 2025년 20% 증가했고, 올해는 다시 44% 늘었다.

특히 올해는 재이용자 비율이 신규 이용자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2024년 골든위크에는 당해 발급 신규 이용자가 전체 이용자의 65%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재이용자가 57%를 기록하며 흐름이 뒤집혔다.

카드 사용 빈도도 높아졌다. 와우패스 카드 1장당 평균 결제 횟수는 2024년 대비 2026년 11% 증가했다. 한 번 한국을 찾았던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방문하고, 재방문 과정에서 더 자주 결제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 여행이 일회성 관광을 넘어 반복 방문형 소비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부산·제주 직행 소비 증가

이번 데이터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지방 관광의 변화다.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을 거치지 않고 부산과 제주를 직접 찾는 흐름이 나타났다.

연휴 기간 부산에서 결제한 카드의 38%, 제주에서 결제한 카드의 40%는 같은 기간 서울에서 결제한 기록이 없었다. 이들 카드는 인천·경기 지역에서도 결제 흔적이 거의 확인되지 않았다. 오렌지스퀘어는 이 같은 흐름을 바탕으로, 일부 관광객이 한국 입국 단계부터 부산과 제주 등 지방 방문을 목적으로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역별 관광객 구성도 달랐다. 서울과 부산은 일본 관광객 결제가 과반을 차지했다. 두 지역에서 일본 관광객 결제 비중은 54%였다. 반면 제주는 중화권 관광객 결제가 전체의 63%를 차지했다. 제주가 중화권 관광객 중심 여행지로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인 것이다.

이는 방한 관광의 동선이 서울 중심에서 점차 다핵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명동과 강남, 홍대, 성수 같은 서울 핵심 상권의 영향력은 여전히 강하지만, 부산과 제주처럼 직항 접근성이 좋고 지역 관광 콘텐츠가 뚜렷한 도시의 소비 비중도 커지고 있다.

명동은 여전히 1위…부산은 서면이 지방 상권 선두

서울 안에서는 명동이 여전히 외국인 관광객 소비의 중심이었다. 서울 내 상권별 결제 순위에서 명동이 포함된 중구가 1위를 지켰고, 강남구가 2위를 차지했다. 홍대가 있는 마포구와 성수가 있는 성동구는 각각 3위와 4위에 올랐다.

지방에서는 부산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부산진구, 특히 서면 상권이 지방 상권 1위를 기록했다. 이어 해운대구와 중구, 즉 남포동 일대가 뒤를 이었다. 부산 안에서도 쇼핑과 먹거리, 숙박, 교통 접근성이 결합된 상권이 외국인 관광객의 선택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명동은 단순한 쇼핑 상권을 넘어 이동 허브 역할도 하고 있었다. 같은 날 두 곳 이상에서 결제한 카드를 분석한 결과, 이동 카드 수 기준 상위 10개 이동 경로 가운데 8개가 명동을 출발지 또는 도착지로 포함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에서 다른 상권으로 이동할 때도 명동을 주요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소비 피크는 오후 1~2시…저녁 7시에 두 번째 정점

국적별 소비 리듬도 차이를 보였다. 일본 관광객은 골든위크 후반 주말에 결제가 몰렸고, 중화권 관광객은 노동절 첫날인 5월 1일부터 결제 규모가 뚜렷하게 늘기 시작했다.

일별 결제액을 보면 5월 3일 일요일이 연휴 기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어 5월 2일 토요일과 5월 4일 월요일이 뒤를 이었다. 반대로 연휴 초반인 4월 29일은 가장 낮은 결제액을 보였다. 연휴 후반으로 갈수록 소비가 늘어나는 패턴은 최근 3년 동안 반복됐다.

시간대별로는 오후 1~2시에 결제 규모가 가장 컸다. 오후 7시에는 두 번째 피크가 나타났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 사이에 전체 결제의 약 78%가 몰렸으며, 이 같은 시간대별 소비 패턴 역시 최근 3년간 큰 변화 없이 유지됐다.

관광객의 하루 일정이 점심 전후 쇼핑과 관광, 저녁 식사 및 야간 소비로 이어지는 구조라는 점을 보여준다. 상권 입장에서는 오후 시간대와 저녁 시간대 외국인 고객 대응력이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치킨 배달 1위…리뷰는 골든위크에만 9,300건

먹거리 소비에서도 뚜렷한 선호가 나타났다. 지난해 와우패스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선보인 컨시어지 음식 배달 서비스에서는 치킨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브랜드별로는 교촌치킨과 BHC가 각각 1, 2위에 올랐다.

치킨 외에도 중식 브랜드 홍콩반점0410, 카페·디저트 브랜드 요아정 등이 외국인 관광객의 선택을 받았다. K-푸드 경험이 식당 방문에만 머물지 않고 숙소 배달, 간편 주문, 디저트 소비까지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리뷰 활동도 활발했다. 2025년 10월 오픈한 와우패스 플레이스 리뷰 서비스에는 이번 연휴 기간에만 9,300건 이상의 리뷰가 작성됐다. 언어별로는 일본어 리뷰가 전체의 53%로 가장 많았고, 영어 24%, 중국어 번체 20% 순이었다. 평균 평점은 4.5점이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단순히 결제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자신이 방문한 장소와 경험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결제 데이터와 리뷰 데이터가 결합되면, 향후 외국인 관광객의 실제 동선과 만족도를 더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소비, 서울 중심에서 ‘지방·건강·재방문’으로 확장세

외국인 관광객은 여전히 명동을 중심으로 움직이지만, 소비의 관심사는 달라지고 있다. 화장품 쇼핑은 약국과 피부과로 확장됐고, 서울 중심 동선은 부산과 제주 직행 여행으로 넓어지고 있다. 또 신규 관광객보다 재방문객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한국 관광 소비는 더 반복적이고 촘촘한 형태로 바뀌고 있다.

오렌지스퀘어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이 이제는 서울만 찾지 않으며, 부산과 제주 등 지방 도시를 여행 목적지로 삼기 시작했다”며 “이러한 흐름이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을 대비해 지방 관광을 위한 결제 인프라 확충과 함께 외국인이 서울 밖에서도 불편 없이 소비할 수 있도록 앱 내 다양한 서비스 등을 지속해서 도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지갑은 이제 더 넓은 지역, 더 다양한 업종, 더 반복적인 방문 속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 쇼핑’으로 설명되던 방한 소비가 약국, 피부과, 치킨 배달, 지방 직행 여행으로 확장되는 지금, 한국 관광의 다음 경쟁력은 외국인이 어디서든 편하게 쓰고, 먹고, 이동하고, 다시 찾을 수 있는 소비 환경에 달려 있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