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축제는 화려한데, 예술인은 떠난다
▲류석만 투어코리아뉴스 충남·대전·세종 취재본부장.▲류석만 투어코리아뉴스 충남·대전·세종 취재본부장.

[투어코리아=류석만 기자] 충남 공주시의 문화예술계가 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

김두영 공주예총 회장의 사퇴 선언은 단순한 개인의 결단이 아니다.

그것은 오랫동안 누적돼 온 지역 예술인들의 박탈감과 분노, 그리고 무너져가는 공주 문화생태계의 민낯을 드러낸 사건이다.

27일 열린 그의 기자회견문에는 유난히 반복되는 문장이 있다.

“예술인은 봉사자가 아니다.”

왜 이 당연한 말을 예술인들이 거리에서 외쳐야 하는가.

바로 지금 공주시의 문화행정이 예술인을 ‘전문직업인’이 아닌 ‘값싼 동원 인력’ 정도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공주의 문화행정은 급격히 재단 중심으로 재편됐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지역 예술인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공주문화관광재단은 해마다 몸집을 키우고 있다. 축제와 행사도 늘었다. 예산도 커졌다.

겉으로만 보면 공주는 문화도시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작 현장의 예술인들은 묻는다.

“그래서 지역 예술인에게 남은 건 무엇인가.”

수십억 원 규모 사업 상당수가 외부 기획사와 외부업체 중심으로 흘러가고, 지역 예술인들은 행사 한 켠을 채우는 단기 출연진 수준으로 밀려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사업이 끝나면 외부업체는 떠난다.

그러나 지역 예술인은 이 도시를 떠나지 못한다.

아니, 이제는 먹고살기 위해 결국 떠나고 있다.

청년 예술인들의 세종·대전·수도권 유출은 이미 오래된 현실이다.

창작공간도 부족하고, 안정적인 활동 기반도 없다.

지역 문화예술 정책은 화려한 이벤트에는 돈을 쓰면서 정작 사람을 키우는 일에는 인색했다.

결국 지금 공주시에는 축제는 남고 예술인은 사라지는 기형적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건 행정의 인식 수준이다.

“왜 세금으로 먹고 살려고 하느냐.”

김 전 회장이 공개한 이 발언은 단순 실언으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

공공문화예술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행정 내부에 얼마나 깊게 뿌리내렸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문화예술은 낭비가 아니다.

예술인은 세금에 기대 사는 존재도 아니다.

교사와 경찰,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공공의 역할을 수행하듯, 예술인 역시 시민의 문화 향유권과 도시의 품격을 만드는 공적 역할을 수행한다.

도시 경쟁력은 이제 도로 폭이나 건물 높이로 결정되지 않는다.

사람이 머무는 도시인가, 떠나는 도시인가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사람은 문화가 살아 있는 곳으로 모인다.

하지만 공주는 지금 어떤가.

보도블록은 반복해서 뒤집으면서도, 정작 청년 예술인들이 왜 떠나는지에는 무관심하다.

문화도시를 말하면서도 지역 예술인은 정책 주변부로 밀려나 있다.

지역 예술이 무너지면 도시의 정체성도 무너진다.

예술인이 사라진 축제는 껍데기만 남는다.

지금 공주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대형 행사가 아니다.

지역 예술인이 최소한의 존중 속에서 창작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건강한 문화생태계다.

문화재단 역시 존재 이유를 다시 돌아봐야 한다.

재단은 사업을 독점하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다.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를 지원하고 연결하는 플랫폼이어야 한다.

지역 예술인을 밀어내며 성장하는 문화재단은 결국 도시의 뿌리를 스스로 허무는 일과 다르지 않다.

김두영 회장의 사퇴는 끝이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공주는 선택해야 한다.

예술인을 값싼 봉사자로 남겨둘 것인가. 아니면 도시의 미래를 만드는 동반자로 존중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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