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의 계절, 말레이시아 보르네오가 축제로 물든다
사라왁 지역의 가와이 다약ⓒ말레이시아 관광청 서울사무소사라왁 지역의 가와이 다약ⓒ말레이시아 관광청 서울사무소

[투어코리아=조성란 기자] 말레이시아 보르네오가 풍요와 감사의 계절을 맞아 축제 분위기로 물든다. 말레이시아의 축제 문화는 이슬람, 불교, 힌두교, 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와 여러 민족 전통이 어우러진 사회적 배경 속에서 발전해 왔다. 기념 방식은 공동체마다 다르지만, 한 해의 수확에 감사하고 가족과 이웃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은 공통된 정서로 이어진다.

특히 축제 기간에는 집과 마을을 열고 음식을 나누며 방문객을 맞이하는 오픈 하우스 문화가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현지인과 여행객이 함께 음식을 나누고 덕담을 주고받는 이 풍경은 말레이시아 특유의 따뜻한 환대 정신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5~6월 추수의 계절을 맞아, 말레이시아 관광청 서울사무소는 보르네오 지역의 사바와 사라왁에서 열리는 대표 추수 감사 축제인 타다우 카마탄과 가와이 다약을 소개했다.

타다우 카마탄, 5월 한 달 사바를 물들이는 추수 감사 축제

사바 주의 대표 축제인 타다우 카마탄은 매년 5월 한 달 동안 열리는 추수 감사 행사다. 올해도 5월 1일 파파르에서 개막한 뒤 사바 전역의 각 지역구에서 순차적으로 축제가 이어지고 있다.

사바주의 타다우 카마탄ⓒ말레이시아 관광청 서울사무소사바주의 타다우 카마탄ⓒ말레이시아 관광청 서울사무소

하이라이트 행사는 5월 30일과 31일 코타 키나발루 인근 페남팡에 있는 카다잔두순 문화협회 복합 문화 공간에서 열린다.

2026년 축제 주제는 ‘Harvesting Unity, Celebrating Harmony’다. 풍요로운 수확에 대한 감사와 함께 공동체의 화합을 기념하는 의미가 담겼다. 카마탄은 사바 최대 부족인 카다잔두순족의 전통과 정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축제로 꼽힌다.

축제의 기원은 사바 지역 전설 속 인물인 후미노둔 공주의 희생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오랜 흉년으로 굶주림에 빠진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신에게 바쳐진 후미노둔의 몸에서 벼가 자라났고, 사람들은 그 벼를 통해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 이야기는 오늘날까지 카다잔두순 공동체의 감사 의식과 나눔 정신을 상징하는 서사로 남아 있다.

사바주의 타다우 카마탄ⓒ말레이시아 관광청 서울사무소사바주의 타다우 카마탄ⓒ말레이시아 관광청 서울사무소

카마탄의 대표 행사 중 하나는 언둑 응아다우 미인 대회다. 단순히 외모를 겨루는 행사가 아니라 후미노둔 공주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상징적 무대다. 참가자는 용기와 품격,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까지 함께 평가받는다. 올해는 52명의 참가자 가운데 1차 심사를 통과한 25명이 5월 31일 결선 무대에 오른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의식도 인상적이다. 보보히잔이라 불리는 여사제들이 전통 의상을 입고 행진하며 축복의 주술을 외우는 마가야우 의식이 펼쳐진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전통 춤 수마자우, 전통 노래 경연 수간도이, 민속놀이와 전통 음식 체험이 이어져 사바 원주민 문화를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그해 수확한 쌀로 빚은 전통 술 타이파이도 축제 분위기를 더한다. 타이파이는 귀한 손님을 맞이할 때 내놓는 환대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여행객은 이를 통해 카마탄이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공동체의 기억과 감사, 나눔이 살아 있는 생활문화임을 체감하게 된다.

가와이 다약, 6월 1~2일, 사라왁 롱하우스에서 만나는 공동체 축제

사바의 카마탄 축제가 5월을 채운다면, 사라왁에서는 매년 6월 1일과 2일 가와이 다약이 열린다. ‘가와이’는 축제, ‘다약’은 보르네오 원주민 공동체를 뜻한다. 이반, 비다유 등 다약 공동체가 한 해의 풍작에 감사하고 새로운 농사철의 시작을 기념하는 축제다.

사라왁 사람들에게 가와이 다약은 단순한 명절이 아니라 신성한 축복의 시간이다. 축제를 앞두고 가족과 마을 공동체는 함께 전통 음식을 준비하고, 조상의 묘를 돌보며 마음을 정돈한다. 축제 전야가 되면 가족과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여 쌀로 빚은 전통 술 뚜악을 나누고, 전통 춤과 음악을 즐기며 밤늦게까지 축제를 이어간다.

사라왁 지역의 가와이 다약ⓒ말레이시아 관광청 서울사무소사라왁 지역의 가와이 다약ⓒ말레이시아 관광청 서울사무소

가와이 기간에는 결혼이나 약혼 소식을 발표하는 풍습도 전해진다. 풍요와 축복을 나누는 시기에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함께 알리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가와이는 수확의 기쁨뿐 아니라 가족과 공동체의 미래를 축하하는 시간으로도 의미가 크다.

여행객에게 가장 특별한 경험은 사라왁 곳곳의 전통 롱하우스에서 열리는 오픈 하우스다.

롱하우스는 여러 세대와 가족이 함께 생활해온 다약 공동체의 전통 주거 형태다. 축제 기간에는 주민들이 방문객을 초대해 음식을 나누고 전통문화를 소개한다. 낯선 여행자도 공동체의 손님으로 맞이하는 이 풍경은 사라왁의 환대 문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안나 라이스 롱하우스/사진-투어코리아안나 라이스 롱하우스/사진-투어코리아

풍요, 전통, 환대가 이어지는 말레이시아의 얼굴

타다우 카마탄과 가와이 다약은 말레이시아의 다문화 정체성과 보르네오 원주민 공동체의 전통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축제다. 두 축제 모두 추수에 감사하는 마음에서 출발하지만, 그 안에는 전설과 의식, 노래와 춤, 음식과 술, 가족과 공동체의 이야기가 촘촘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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