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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 ©Tour Eiffel[투어코리아=조성란 기자] 한국인 여행객의 파리 여행법이 달라지고 있다.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을 빠르게 둘러보고 다음 도시로 이동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더 오래 머물며 문화·쇼핑·미식·근교 여행까지 보다 깊게 입체적으로 즐기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파리 지역 관광청에 따르면, 지난해 파리를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약 26만7천명으로 전년 대비 5% 증가했다. 숙박일수는 약 150만 박으로 26% 늘었고, 관광 지출은 약 2억8600만 유로로 35% 증가했다.
특히 평균 체류 기간은 5.7박으로 전체 해외 관광객 평균 4.1박보다 1.6박이나 더 길었다. 파리가 한국인에게 더 이상 ‘스쳐 가는 도시’가 아닌 깊이 머무는 여행지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프랑스 관광청 주관 '파리 지역 관광 워크숍’이 한국 관광업계 관계자 1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 4일 서울에서 열렸다. /사진-투어코리아파리 방문 외국인 사상 첫 1억 명 돌파, 관광수입 112조원 역대 최대
이같이 한국인의 달라진 파리 여행 트렌드는 지난 4일 서울에서 열린 프랑스 관광청 주관 '파리 지역 관광 워크숍’에서 공유됐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이번 워크숍에는 파리 지역 10개 기관·업체 소속 관계자 13명이 방한했다. 이 가운데 4개 업체는 처음으로 한국 시장을 찾아, 한국 여행시장에 대한 파리 관광업계의 높아진 관심을 보여줬다.
정혜원 프랑스관광청 지사장은 “2025년 프랑스를 찾은 외국인 방문객은 총 1억200만 명에 달해 사상 최초로 외국인 방문객 1억 명을 돌파했다”며 “국제 관광객을 통한 관광 수입은 전년 대비 9% 증가한 약 775억 유로, 한화로 약 112조 원에 달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정혜원 프랑스관광청 지사장 / 사진-투어코리아숙박·지출 모두 성장, 프리미엄 성향 뚜렷
한국인 여행객의 변화는 체류 패턴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파리 지역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 가운데 ▲4박 미만 단기 체류 비중은 28%에 그쳤다. 반면 ▲4박에서 7박 체류는 55%, ▲ 7박 초과 체류는 17%로 나타났다. 한국인 관광객 10명 중 7명 이상이 파리에 4박 이상 머무는 셈이다.
또 한국인 관광객의 숙박일수는 전년 대비 26% 증가한 약 150만 박으로, 아시아 시장 전체 숙박일수의 11%를 차지했다.
파리 방문 한국 관광객 수, 관광소비 등 통계숙박 선택에서도 프리미엄 성향이 확인됐다. 한국여행객의 호텔 이용 비중은 49%, 기타 유료 숙박시설 이용 비중은 46%였다. 비상업적 숙박은 6%에 그쳤다.
호텔 등급별로는 4성급 이상 럭셔리 호텔 이용 비중이 51%로 가장 높았고, 3성급 호텔 이용 비중은 45%를 기록했다. 1~2성급 호텔 이용은 3%에 불과했다.
관광 지출은 전년보다 35% 증가한 약 2억8600만 유로, 파리 지역 전체 관광 지출의 11%를 차지했다.
이는 한국인 여행객이 가격보다 머무는 시간의 질을 중시하는 프리미엄 여행 소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화·쇼핑·자연까지… 파리를 즐기는 방식도 확장
한국인 관광객이 파리에서 가장 많이 경험한 활동은 ▲문화 관광이었다. 박물관, 전시, 기념물, 고성 방문 경험 비중은 98%에 달했다. 파리가 한국인에게 여전히 문화예술 여행의 대표 목적지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쇼핑도 중요한 여행 동기였다. 한국인 관광객의 쇼핑 경험 비중은 61%로 나타났다. 높은 관광 지출 증가와 맞물려 파리가 패션, 뷰티, 럭셔리 쇼핑 목적지로 강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원, 정원, 자연 명소 및 숲 방문 비중도 60%에 달해 도심 랜드마크뿐 아니라 파리의 녹지와 근교 자연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한국여행객의 파리 방문 목적별 통계 방문 목적은 ▲여가·휴가가 67%로 가장 높았다. ▲비즈니스 목적은 15%, ▲비즈니스와 여가를 결합한 블레저 목적은 16%로 집계됐다. 파리가 관광뿐 아니라 전시, 컨벤션, 마이스 목적지로도 한국 시장에서 의미 있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한국발 파리 항공 예약 흐름도 긍정적이다. 1월부터 3월까지 예약은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지만, 5월부터 10월까지 예약은 전년보다 25% 증가했다.
정 지사장은 “올해 5월부터 10월까지 항공 예약이 전년 대비 25% 증가할 만큼 한국 여행객의 프랑스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네 서거 100주년·한불 수교 140주년…문화 콘텐츠 풍성
올해 파리는 문화예술 여행지로서의 매력을 한층 키운다. 파리 지역에는 4000개 이상의 역사기념물, 약 200개 박물관, 연중 이어지는 수만 개의 공연이 자리하고 있다.
올해는 세계적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주요 작품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지 1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파리 지역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 유산인 빌라 사보아는 근대 건축 여행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새로운 문화 명소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몽마르트의 낭만주의 미술관은 리모델링을 거쳐 재개관했고, 프랑스 향수 하우스 프라고나르는 창립 100주년을 맞아 오페라 가르니에 인근 옛 극장 공간을 전면 리뉴얼한 몰입형 향수 박물관 ‘테아트르 뒤 파르팽’을 선보였다. 장 누벨이 건축한 카르티에 재단 미술관은 루브르 박물관 인근으로 이전해 새롭게 문을 열었다.
가족 여행 콘텐츠도 강화됐다. 디즈니랜드 파리에는 올봄 대규모 ‘겨울왕국’ 테마 공간이 오픈했다. 파리 근교 마시에는 퐁피두 센터 프랑실리앙 개관이 예정돼 있어 근교 문화 여행 선택지도 넓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올해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아 한국을 집중 조명하는 문화 행사도 이어질 예정이다. 동양박물관과 김해박물관에서는 한국 관련 대형 전시 3개가 열리고, 체르누스키 미술관에서도 한국 문화 관련 전시가 마련된다. 주프랑스 한국문화원 역시 한 해 동안 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 프로그램을 이어간다.
또 하나의 핵심 테마는 클로드 모네 서거 100주년이다. 파리 지역과 노르망디를 중심으로 올해 3월부터 2027년 1월까지 100개 이상의 관련 행사가 이어진다. 오랑주리 미술관은 올 하반기부터 전 세계에 흩어진 모네 작품 약 40점을 모은 특별전을 개최하며,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에서도 모네 관련 전시가 예정돼 있다. 모네가 머물렀던 파리 근교 베퇴유 저택에는 처음으로 상설 전시 프로그램이 마련돼 일반 관람객에게 개방됐다.
트라이앵글 타워·신규 호텔…비즈니스 관광 경쟁력 강화
파리 지역은 비즈니스 관광 분야에서도 세계적 경쟁력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 국제컨벤션협회(ICCA) 기준 파리 지역은 국제회의 개최 도시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지역 내에는 2000개 이상의 세미나 장소와 24개 대형 전시·컨벤션 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신규 랜드마크로는 ▲포르트 드 베르사유 전시공원 부지에 들어서는 트라이앵글 타워다. 높이 180m, 42층 규모로 조성되는 이 건물은 세계적 건축사무소 헤르조그 앤 드 뫼롱이 설계했다. 업무, 숙박, 상업, 문화, 생활 편의 기능을 결합한 복합 건축물로, 4성급 호텔 레디슨 블루와 레스토랑, 카페, 300㎡ 규모의 전망 공간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대중 개방은 올해 말부터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트라이앵글 타워 ©Tour Triangle Herzog & de Meuron호텔 시장에서도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파리 지역에는 2500개 이상의 호텔이 자리하고 있으며, 4성급 이상 고급 호텔도 풍부하다. 최근 팔라스 등급 심사에서는 슈발 블랑 파리, 불가리 호텔 파리, 르 푸케츠 파리 등 3개 호텔이 새롭게 팔라스 등급으로 승격됐다.
신규 개장과 재개장도 활발하다. ▲성급 호텔 삭스와 라 폴리 바르비종이 새로 문을 열었고, ▲호텔 드 세르는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재개장했다. 올해 봄에는 ▲5성급 뷔스 팔라디움과 메리어트 샹젤리제가 리노베이션 후 다시 문을 열었다. ▲호텔 루 마티에는 올해 말 리노베이션을 마무리할 예정이며, ▲트라이앵글 타워에 들어서는 레디슨 블루 호텔은 2027년 초 개장을 앞두고 있다.
에펠탑·바토무슈·아틀리에 데 뤼미에르…한국 시장 찾은 파리 파트너들
이번 워크숍에는 에펠탑, 바토무슈, 아틀리에 데 뤼미에르, 보르비콩트성, 투트버스 등 파리 주요 관광 파트너들도 직접 참석해 최신 상품과 서비스를 적극 알렸다. 또 한국 여행사들과 1대1 비즈니스 미팅을 갖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아틀리에 데 뤼미에르는 1835년에 지어진 옛 주물 공장을 개조한 몰입형 디지털 아트센터다. 140개의 비디오 프로젝터와 공간 음향 시스템을 갖췄으며, 매년 100만 명 이상이 찾는다. 6월 현재 다빈치, 라파엘, 미켈란젤로를 주제로 한 전시와 공룡 테마 몰입형 전시가 진행 중이며, 하반기에는 새로운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방한 파리 관광업계 관과자들과 한국 여행업 관계자들이 1대1 비즈니스 미팅을 하며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센강 유람선 바토무슈는 관광 노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개별 QR 코드 시스템을 도입하고, 샴페인 반병이 포함된 스파클링 크루즈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속 가능한 관광을 위한 친환경 전환도 추진 중이다. 2024년에는 유람선 운항 구간의 약 75%를 전기 모드로 운항하는 첫 하이브리드 선박 2척을 도입했으며, 2029년에서 2030년까지 전체 선단의 하이브리드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5년 내 탄소 배출량 90% 감축도 추진한다.
에펠탑은 매년 약 650만 명이 방문하는 파리의 상징적 명소다. 최근에는 프라이빗한 경험을 원하는 여행객을 위해 소규모 프리미엄 투어 ‘르 그랑 투르’를 운영하고 있다. 비공개 구역부터 정상까지 통역을 동반한 맞춤형 관람이 가능하다. 에펠탑 안에는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과 마담 브라스리도 자리한다.
투트버스는 파리 전역을 둘러볼 수 있는 자유 승하차 투어버스를 운영한다. 버스 투어와 도보 여행 중 AI 파리 도시 가이드를 활용할 수 있으며, 한국어도 지원된다. 파리 시내 여행과 베르사유 궁전 반일 투어를 결합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특히 세계 최초로 100% 오픈탑 전기버스를 도입해 친환경 도시 관광 경험을 제공한다.
보르비콩트성은 파리 남동쪽으로 차로 약 50분 거리에 위치한 17세기 고성이다. 성 내부와 프랑스식 정원을 둘러보는 데이 투어, 프렌치 에티켓 워크숍, 샴페인과 불꽃놀이가 어우러지는 촛불 야간 개장, 겨울 시즌 크리스마스 특별 행사 등을 운영한다. 프리미엄 인센티브 여행과 갈라디너 장소로도 관심을 얻고 있다.
올림픽 이후 더 편해진 '파리'…교통 인프라 대대적 확충
파리는 지난 2024년 올림픽·패럴림픽을 계기로 교통과 관광 인프라를 강화했다. 지하철 14호선 연장으로 오를리 공항에서 파리 도심과 북부 지역까지 직접 연결되면서 한국인 여행객의 이동 편의성도 높아졌다.

앞으로의 변화도 이어진다. 2027년 개통 예정인 CDG 익스프레스는 샤를드골 공항과 파리 도심을 약 20분 만에 연결할 예정이다. 그랑 파리 익스프레스 프로젝트를 통해 2026년부터 2031년까지 지하철 15호선에서 18호선까지 총 4개 신규 노선이 단계적으로 개통된다. 이를 통해 파리 도심과 근교 일드프랑스 지역의 이동 동선이 더욱 촘촘해질 전망이다.
입국 시스템에도 변화가 있다. 비유럽권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EES((Entry/Exit System)) 출입국 시스템은 2025년 10월 도입돼 시행 중이다. 기존 여권 도장 방식 대신 생체 정보를 기반으로 출입국 기록을 관리하는 제도다. 한국을 포함한 비자 면제 국가 국민에게 적용되는 여행 허가 시스템 ETIAS은 오는 4분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방문객 4919만 명·관광수입 236억 유로
한편, 파리 일드프랑스 지역은 2025년 약 4,919만 명의 방문객을 기록하며 세계 주요 관광 목적지로서의 위상을 이어갔다. 해외 방문객은 전년 대비 3% 증가했고, 관광 수입은 약 236억 유로로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이는 2024년보다 1%,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8% 증가한 수치다. 최근 10년간 관광 수입은 29억 유로 늘었다.
인그리드 아치키안 파리 지역 관광청 레저 및 프로모션 책임자는 “파리 지역은 이제 단순히 방문하는 목적지를 넘어 머물고, 느끼고, 경험하는 여행지로 자리 잡았다”며 “2026년 한불 수교 140주년과 모네 서거 100주년을 계기로 한국 여행객에게 더 풍성한 문화 관광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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