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약 복용, 시차보다 간격이 중요… “만성질환자 해외여행, 24시간 주기 지켜야”
/사진제공=온병원./사진제공=온병원.

[투어코리아=권태윤 기자] 여름 휴가철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만성질환자들에게 시차 변화에 따른 약 복용 관리가 중요한 건강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고혈압과 당뇨병, 심장질환 등 정해진 시간 간격에 맞춰 약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의 경우 시차로 인해 복용 리듬이 흐트러지면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 온병원 통합내과 유홍 센터장은 “약 복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계 시간이 아니라 24시간 복용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복용 주기가 크게 어긋날 경우 혈중 약물 농도가 불안정해져 혈압 변동이나 저혈당, 부정맥 등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센터장은 여행 기간에 따라 복용 전략을 달리할 것을 권했다. 3~4일 이내 단기 해외여행의 경우 한국에서 복용하던 시간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오전 8시에 약을 복용했다면 현지에서도 한국 시간 기준 오전 8시에 맞춰 복용하는 방식이다.

반면 1주일 이상 장기 체류할 경우에는 현지 생활 패턴에 맞춰 하루 1~2시간씩 천천히 복용 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슐린이나 항응고제, 일부 부정맥 치료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반드시 출국 전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차 방향에 따른 복용 원칙도 중요하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서쪽으로 이동하는 경우 하루가 길어지기 때문에 현지 도착 후 새로운 일정에 맞춰 복용 시간을 조정하면 된다. 반대로 일본이나 호주 동부처럼 동쪽으로 이동하는 경우 하루가 짧아져 복용 간격이 줄어들 수 있으므로 임의로 약을 건너뛰거나 두 배로 복용해서는 안 된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시차 적응 기간 동안 혈당 측정을 평소보다 자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전과 식후 혈당을 하루 4~6회 정도 확인하고, 인슐린 펌프 사용자는 기기 시간대만 변경하면 된다. 경구 혈당강하제는 현지 식사 시간에 맞춰 복용하되 하루 총 복용량은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

고혈압과 심장질환 환자 역시 주의가 필요하다. 베타차단제와 칼슘길항제 등은 일정한 혈중 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 복용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부산 온병원 통합내과 유홍 센터장/사진제공=온병원.부산 온병원 통합내과 유홍 센터장/사진제공=온병원.

유 센터장은 “시차 적응 초기 2~3일 동안은 평소보다 혈압을 자주 측정하고, 가슴 두근거림이나 어지럼증이 발생하면 즉시 현지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며 “이뇨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비행 일정까지 고려해 복용 시간을 미리 조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해외여행 전 스마트폰에 한국과 현지 시간을 함께 표시하는 듀얼 시계를 설정하고, 요일별 약통을 활용해 복용 시간을 미리 계획해 둘 것을 권장한다.

장거리 비행 중에는 한국 시간 기준으로 약을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며, ‘타임시프터(Timeshifter)’나 ‘젯랙 루스터(Jetlag Rooster)’ 같은 시차 적응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유 센터장은 “약 복용 시간을 놓쳤다고 해서 한 번에 두 배를 복용하거나 임의로 건너뛰어서는 안 된다”며 “복용 일정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현지 의료기관이나 원격 진료 서비스를 통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약은 기내 위탁수하물이 아닌 휴대 수하물에 보관하고, 원본 처방전과 영문 처방전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며 “특히 워파린, 인슐린, 디곡신 등 치료 범위가 좁은 약물은 시차 적응 기간 동안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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