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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코리아
[투어코리아=조성란 기자]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상징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145년 미완의 시간을 지나 완공을 향한 결정적 장면을 맞았다. 1882년 3월 착공한 이 성당은 올해 안토니 가우디(1852~1926) 서거 100주년을 맞아 최고 높이 172.5m의 중앙탑 ‘예수 그리스도의 탑’을 준공하며 성당 외관과 구조를 공식적으로 완성했다.
지난 10일(현지 시각) 교황 레오 14세(Leo XIV)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찾아 가우디 100주기 추모 미사를 집전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탑’ 축복식을 주재했다. 이날 행사는 가우디 100주기 기념행사의 하이라이트이자,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회 건축물로 자리매김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사진-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정문인 ‘영광의 파사드’와 일부 내부 공사, 외부 대형 계단 설치 등 최종 공정이 남아 있어 전체 준공은 2034년께로 예상된다.
그러나 성당 건설위원회는 올해 중앙탑 준공을 통해 성당 전체 외관과 구조가 공식 완성됐다는 입장이다. ‘미완의 성당’으로 불려온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마침내 가우디가 구상한 하늘선에 도달한 셈이다.
172.5m 중앙탑,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세계 최고 높이 교회로
이번 행사의 중심은 단연 ‘예수 그리스도의 탑’이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구성하는 18개 탑 가운데 가장 높은 중앙탑으로, 전체 높이는 172.5m에 달한다. 지난 2월 탑 꼭대기에 십자가 상단부가 설치되면서 최고 높이에 도달했고, 이번 준공식과 축복식을 통해 그 의미가 공식적으로 기념됐다.
예수 그리스도의 탑/사진-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172.5m라는 높이에도 가우디의 철학이 담겨 있다. 인간이 만든 건축물이 신의 창조물인 자연보다 높을 수 없다는 그의 뜻에 따라, 중앙탑은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높은 언덕인 몬주익의 173m보다 조금 낮게 설계됐다. 성당이 도시의 하늘을 압도하되 자연을 넘어서지 않도록 한 상징적 선택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탑’이 세워지면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회 건축물이라는 기록도 갖게 됐다. 오랜 공사 기간과 독창적인 건축미로 주목받아온 성당은 이제 높이와 상징성에서도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18개 탑이 완성하는 가우디의 상징 체계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탑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성당 전체의 신앙적 메시지를 이루는 상징 체계다. 총 18개 탑 중 12개는 12사도를, 4개는 복음사가를, 1개는 성모 마리아를, 가장 높은 1개는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탑’은 복음사가를 상징하는 네 개의 ‘복음사가 탑(Tower of the Evangelists)’에 둘러싸인 구조다. 각각의 복음사가 탑은 연결교를 통해 중앙탑과 이어지며, ‘성모 마리아 탑(Tower of the Virgin Mary)’도 내부 통로를 통해 중앙탑과 연결된다.
예수 그리스도의 탑/사진-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탑 외벽은 12개의 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2018년 10월 지상 85m 지점부터 12단계의 조립식 패널을 정밀하게 쌓아 올리는 공법으로 완성됐다. 전통적인 상징과 현대 건축 기술이 결합된 과정이었다.
정상부에는 높이 17m, 폭 13.5m 규모의 입체 십자가가 자리한다. 백색 에나멜 세라믹과 유리로 마감된 십자가는 빛을 반사하고 외부 환경에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됐다. 밤낮으로 십자가가 빛나기를 바랐던 가우디의 생전 구상도 여기에 반영됐다.
십자가 내부에는 이탈리아 예술가 안드레아 마스트로비토(Andrea Mastrovito)가 가우디의 원안을 바탕으로 재현한 ‘하느님의 어린양(Agnus Dei)’ 조각이 안치됐다. 지난달 이 조형물 설치가 완료되면서 중앙탑은 건축적 완성뿐 아니라 종교적 상징성까지 갖추게 됐다.
교황 레오 14세, 가우디 100주기에 세 번째 교황 방문
교황 레오 14세는 요한 바오로 2세(John Paul II), 베네딕토 16세(Benedict XVI)에 이어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찾은 세 번째 교황이 됐다. 가우디 서거 100주기에 맞춰 이뤄진 방문이라는 점에서 의미는 더욱 컸다.
이날 행사에는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살바도르 이야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 바르셀로나 대주교 호안 호셉 오멜라 이 오멜라(Joan Josep Omella i Omella) 추기경 등 스페인 정재계와 종교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교황 레오 14세는 가우디 100주기 추모 미사를 집전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탑’ 축복식을 주재했다./사진-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교황은 미사에 앞서 성당 내부를 둘러보고, 성당 지하에 마련된 안토니 가우디의 묘역에서 추모기도를 올렸다. 이어진 추모 미사에서는 자연과 빛, 아름다움을 통해 복음을 전하고자 했던 가우디의 비전이 다시 조명됐다.
현장에는 성당 내부 4,500명, 야외 광장 4,000명 등 총 8,500명 이상이 운집했다. 입장하지 못한 수천 명의 시민들은 바르셀로나 시내 주요 거리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과 국제 생중계를 통해 역사적 순간을 함께했다.
안토니 가우디의 묘역에서 추모기도를 올리는 교황 레오 14세 /사진-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드론쇼로 수놓은 바르셀로나의 밤
축복식 직후에는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새로운 높이를 기념하는 점등 행사가 이어졌다. 지상에서부터 탑 꼭대기 십자가까지 빛과 색채가 차례로 번지며, 172.5m 중앙탑은 바르셀로나 밤하늘 위로 선명하게 떠올랐다.
피날레는 드론 라이트쇼가 장식했다. 드론은 밤하늘에 가우디의 형상을 그려냈고, 이어 “먼저 사랑, 기술은 그 다음(Primer l’amor, després la tècnica)”이라는 문구를 수놓았다. 기술보다 사랑과 신앙, 인간적 가치를 앞세웠던 가우디의 건축 철학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행사는 종교 의식이자 건축적 성취를 기념하는 도시 축제처럼 진행됐다.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바르셀로나의 신앙적 중심이자 세계적인 문화유산, 관광 명소로 다시 한번 주목받는 순간이었다.
추모미사가 거행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내부 전경 /사진-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연간 유료 입장객 490만 명, 한국인도 24만 명 방문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성모 마리아와 요셉, 예수 가족에게 바치는 성당이다. 해마다 전 세계 가톨릭 신자와 관광객 490만 명이 유료 입장하는 스페인 대표 명소로 꼽힌다. 성당 외관만 둘러보는 무료 방문객까지 포함하면 연간 약 2천만 명이 찾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 여행자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지난해 기준 사그라다 파밀리아 방문객 가운데 한국인은 4.9%, 약 24만 명을 차지했다. 스페인 자국민을 제외하면 미국 15.1%, 중국 7.2%, 이탈리아 6.9%, 프랑스 6.9%에 이어 5번째로 높은 비중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이토록 많은 방문객을 끌어모으는 이유는 종교적 가치에만 있지 않다. 가우디라는 천재 건축가의 삶과 신앙, 예술적 상상력이 성당 전체에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가우디는 1852년 6월 25일 카탈루냐의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나 1926년 6월 10일 트램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자연에 대한 깊은 경외와 시대를 앞선 건축 감각으로 카사 밀라, 구엘 공원, 카사 바트요 등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작품들을 남겼다. 그중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그의 종교적 믿음과 건축적 실험이 가장 집약된 걸작으로 평가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방문한 교황 레오 14세/사진-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가우디 100주기, 31개 기념 프로그램 진행
가우디 서거 100주기를 맞아 사그라다 파밀리아 건설위원회는 대대적인 기념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사비에르 마르티네스 사그라다 파밀리아 건설위원회 총괄 디렉터는 지난달 21일 열린 준공식 사전 기자회견에서 “2025년 9월부터 올해 12월까지 총 320만 유로, 약 57억 원을 투입해 31개 기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마르티네스 총괄 디렉터는 “이번 축복식을 통해 가우디의 위대한 작품 세계와 예술적 성취를 전 세계에 다시 한번 널리 알리고자 한다”며 “카탈루냐를 넘어 인류의 자산인 가우디에게 깊은 경의를 표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설위원회는 카탈루냐에 있는 가우디 건축물뿐 아니라 레온의 카사 보티네스, 아스토르가의 주교궁, 코미야스의 엘 카프리초 등과도 협약을 맺고 가우디 100주기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가우디는 교황청으로부터도 재조명되고 있다. 교황청은 100주기를 앞둔 지난해 가우디를 가톨릭 시성 과정에서 복자의 전 단계인 ‘가경자’로 선포했다. 시복을 위해서는 기적이 입증돼야 하며, 관계자들은 관련 증거를 찾고 있다.
가우디 전기를 여러 권 쓴 네덜란드 건축가 헤이스 판헨스베르헌은 AFP 통신에 “모두가 보기를 원하는 작품을 창조해낸 게 가장 분명한 기적”이라며 “무신론자, 불교 신자, 전 세계 사람들이 이 건축물을 보려고 바르셀로나에 오고, 그것이 일종의 기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오랫동안 ‘미완의 성당’으로 불려 왔다. 그러나 2026년 가우디 서거 100주년에 맞춰 172.5m ‘예수 그리스도의 탑’이 준공되면서, 성당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정문인 ‘영광의 파사드’와 일부 내부 공사, 외부 계단 문제 등 최종 과제는 남아 있지만, 외관과 구조는 올해 공식적으로 완성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네스코는 2005년 가우디가 생전에 직접 건설을 지휘한 ‘탄생의 파사드’와 지하 예배당 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2010년 11월에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이 성당을 축성하고 준대성전으로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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