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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코리아
[투어코리아=민경원 기자] 경북 영양은 여름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싶은 여행자에게 어울리는 여행지다. 해발 1,219m 일월산의 웅장한 산세와 약 30리 구간을 따라 흐르는 수하계곡의 시원한 물길, 청록파 시인 조지훈의 흔적이 남은 주실마을까지 자연과 문학이 한 동선 안에 이어진다.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의 음식디미방 체험, 송이골 농장 프로그램까지 더하면 자연·문학·음식·체험을 함께 즐기는 ‘여름 쉼표’ 여행이 완성된다.
일월산, 해발 1,219m에서 만나는 청정 산세
영양군 일월면에 자리한 일월산은 영양을 대표하는 산이다. 해와 달이 떠오르는 모습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다고 해 이름 붙은 곳으로, 정상부에는 일자봉과 월자봉이 자리한다. 날씨가 맑으면 동쪽으로 동해와 울릉도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일월산은 풍경만 아름다운 산이 아니다. 천축사 터와 황씨부인당, 용화사 등 역사적 장소가 곳곳에 남아 있고, 동학의 기본 경전이 집필된 곳이자 최해월 동학교주가 수도한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의병 활동이 활발했던 민족의 성산이라는 의미도 지니며, 신성한 기운을 찾는 이들이 찾는 산으로도 전해진다.
수하계곡, 약 30리 물길 따라 즐기는 여름 피서
영양 수하계곡 / 사진-영양군여름 영양 여행에서 시원한 쉼을 원한다면 수하계곡이 제격이다. 영양군 수비면 수하리에서 시작하는 수하계곡은 북쪽 송방 휴양림을 지나 장수포천을 따라 약 30리 구간 이어진다. 계곡 주변에는 절벽과 야산, 울창한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한여름에도 청량한 분위기를 전한다.
수하계곡은 영양군생태공원사업소가 운영하는 캠핑장 앞에 있어 캠핑 여행객에게도 잘 맞는다. 넉넉한 캠핑 사이트와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계곡 물은 깊이가 적당해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즐기기에도 좋다. 계곡으로 이어지는 길은 계단으로 정비돼 있고, 주변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여름철 휴식처로 손색없다.
주실마을, 조지훈의 시 세계가 시작된 문학 산책길
영양 주실마을 조지훈 생가(호은종택) / 사진-경북문화관광공사영양군 일월면 주곡리에 있는 주실마을은 청록파 시인 조지훈의 고향으로 알려진 전통 마을이다. 일월산을 북쪽에 두고 청기면, 수비면과 이웃한 이 마을은 고택과 서당, 문학의 흔적이 어우러져 조용히 걷기 좋은 여행지다.
마을 중앙에는 조지훈 시인의 생가인 호은종택이 자리한다. 조지훈(1920~1968) 선생이 태어난 이곳은 그의 시 세계가 민족사의 맥락과 고전미를 품게 된 배경을 짐작하게 한다. 호은종택은 몸체와 관리사로 구성된 ㅁ자형 평면의 가옥으로, 앞면 7칸, 옆면 7칸 규모의 팔작지붕을 갖춰 영남 북부지방 양반가의 전형적인 풍모를 보여준다.
대문과 중문에는 태극기를 조각해 색을 입힌 장식이 남아 있고, 고풍스러운 담장이 주변을 감싸고 있다. 조선 인조 때 조정형이 지은 건물로, 한국전쟁 당시 일부가 소실됐으나 1963년 복구됐다.
영양주실마을-지훈문학관 / 사진-경북문화관광공사옥천종택, 17세기 말 양반가의 품격을 걷다
주실마을에는 한양 조 씨 옥천 조덕린 선생의 옛집인 주곡동 옥천종택도 자리한다. 정침과 별당인 초당, 가묘인 사당으로 구성된 이 건물은 17세기 말 양반 주택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살림채는 안동지방에서 많이 보이는 ㅁ자 집 구성을 따르고 있으며, 앞면 5칸 가운데에 대문이 놓여 있다. 몸채는 양옆보다 높은 곳에 자리하고 안마당을 향해 열린 6칸 대청을 갖춘 점이 특징이다. 조선시대 양반가의 생활 구조와 건축미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월록서당, 한적한 풍경 속 조선 후기 학문의 자리
월록서당은 후학 양성을 위해 세워진 서당이다. 월하 조운도 선생의 제안과 여러 성씨의 주도로 1773년에 건축됐으며, 앞면 4칸, 옆면 2칸 규모의 한 일자형 건물이다.
전망이 좋고 주변이 한적해 학문을 닦기에 알맞은 분위기를 지녔다. 건물 중앙 2칸은 마루로 꾸며 대청으로 활용했고, 양쪽 방에는 각각 ‘극복재’와 ‘존성재’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조선 후기 건축 양식을 비교적 잘 간직한 공간으로, 주실마을 문학 산책의 깊이를 더한다.
두들마을, 언덕 위 한옥마을에서 만나는 음식디미방의 뿌리
영양군 석보면 원리리에 자리한 두들마을은 ‘언덕 위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을 지닌 전통 마을이다. 1640년 석계 이시명 선생이 개척한 뒤 그의 후손인 재령 이씨들이 대대로 살아온 집성촌으로 알려져 있다.
마을에는 석계고택과 석천서당, 전통가옥 30여 채, 돌담길이 어우러져 영양 특유의 고즈넉한 정취를 전한다.
영양군 석보면 두들마을(원리리) 모습/사진-영양군특히 최초의 한글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을 남긴 정부인 장씨, 장계향 선생을 기리는 안동 장씨 유적비가 남아 있어 조선시대 양반가의 생활문화와 영양의 음식문화가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보여준다. 이곳을 걷다 보면 조선시대 양반가의 생활문화와 영양의 음식문화가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두들마을은 음식디미방의 고장이면서 동시에 소설가 이문열의 문학적 뿌리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마을에는 이문열이 세운 광산문학연구소가 자리하며, 장계향 선생은 이문열 소설 ‘선택’의 주인공으로도 알려져 있다.
관광객들은 풀벌레 울음소리를 들으며 한옥마을을 천천히 거닐고, 고택과 돌담이 만드는 차분한 풍경 속에서 번잡한 일상과는 다른 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전통 음식문화와 현대문학이 겹쳐지는 두들마을은 자극적인 현대의 속도에서 벗어나 평온한 과거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영양의 대표 문학 여행지다.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 음식디미방으로 만나는 전통 음식문화
영양군 석보면 원리리에 있는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은 여중군자 장계향 선생의 정신과 업적을 기리는 공간이다. 장계향 선생이 후손들을 위해 남긴 ‘음식디미방’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 조리서로 평가된다.
영양군 석보면 '두들마을(장계향 문화체험 교육원)' 전통 레시피로 차려진 식단./사진-영양군음식디미방은 조선 중후기 양반가의 식생활과 음식문화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동아시아에서 여성이 한글로 쓴 최초의 조리서로 알려져 역사적 가치도 높다. 교육원에서는 음식디미방 아카데미, 조리 체험, 전통음식 맛보기 체험 등을 운영해 영양의 음식문화와 장계향 선생의 지혜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송이골, 꽃차·베이킹·팜크닉까지 즐기는 농장 체험
영양군 입암면 방전리에 자리한 송이골은 체험과 교육, 치유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농장이다. 고추장과 된장 만들기 같은 세대 공감 체험부터 제철 수제청, 꽃차, 약선차 블렌딩 등 음료 관련 프로그램까지 다양하게 운영한다.
구움과자, 타르트, 케이크 등을 만드는 베이킹 체험도 가능하다. 식목일, 할로윈, 곶감단지 만들기 등 계절별 이벤트도 열리며, 농장 야외에서는 풀멍과 꽃멍, 농부 활동가 체험, 팜크닉, 팜파티 등을 즐길 수 있다. 1인 셀프 체험 키트도 마련돼 있고, 꽃차와 티백차, 홍화씨 등은 선물용으로도 좋다. 단, 화요일과 수요일은 휴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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