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죽어가는 보령의 소나무 … 재선충병 1년 새 44배 폭증 '비상'
▲충남 보령시 화산동(대천3동) 큰골마을 뒷산에서 집단 고사한 소나무들이 누렇게 말라붙은 채 산림 곳곳에 서 있고, 화산동 74번지 성주산 자락에 자리한 용궁사 불상 주변에서 수십 년 된 소나무가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로 누렇게 말라 죽어 있다. /사진-보령시프레스협회(편집 류석만 기자)▲충남 보령시 화산동(대천3동) 큰골마을 뒷산에서 집단 고사한 소나무들이 누렇게 말라붙은 채 산림 곳곳에 서 있고, 화산동 74번지 성주산 자락에 자리한 용궁사 불상 주변에서 수십 년 된 소나무가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로 누렇게 말라 죽어 있다. /사진-보령시프레스협회(편집 류석만 기자)

[투어코리아=류석만 기자] 충남 보령시의 소나무 숲이 붉게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720그루였던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은 올해 5월 기준 3만1801그루로 폭증했다. 불과 1년 만에 44.2배 늘어난 수치다.

보령시는 앞으로 전체 피해 규모가 최대 20만 그루에 이를 가능성까지 제시하면서 지역 산림이 초유의 위기에 직면했다.

현장에서는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을 버텨온 소나무들이 능선을 따라 붉게 말라 죽고 있다. 피해는 산속을 넘어 마을과 도로, 사찰, 생활권까지 번졌고 주민들은 "재앙"이라고 입을 모은다.

■ 푸른 숲이 붉은 죽음의 산으로

보령시프레스협회 취재진이 화산동과 청라면 일대를 확인한 결과 산등성이를 따라 소나무 집단 고사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나무는 잎만 시든 수준이 아니라 줄기 전체가 붉게 변한 채 고사했고, 감염목을 베어낸 자리에는 숲이 군데군데 비어 있었다.

주택 주변과 도로변까지 죽은 소나무가 늘어나면서 주민들은 산불과 강풍에 따른 전도 사고를 우려하고 있다.

화산동에서 평생 살아온 한 주민은 "이런 광경은 처음 본다"며 "푸른 소나무 숲이 사라지고 산 전체가 붉게 변했다. 초기 방제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14년 만에 폭발적 확산…의심목만 5만5000그루

보령지역 재선충병은 2012년 청라면에서 처음 발생했다.

이후 피해목은 2023년 291그루, 2024년 415그루, 2025년 720그루로 증가했지만 올해 들어 급격한 확산세를 보였다.

영상 분석 결과 화산동과 청라면, 봉황산 일대에서 확인된 재선충병 의심목은 5만4982그루에 달한다.

보령시는 최악의 경우 피해가 20만 그루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보령 내륙 산림의 절반 이상이 침엽수림인 만큼 감염이 주변 산림으로 계속 번질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 예산은 2.4배 늘었지만 피해는 44배…방제 효과 논란

보령시는 올해 상반기에만 수종 전환과 예방나무주사, 고사목 제거, 무인항공 방제 등에 9억2100만 원을 투입했다.

하반기에는 15억4200만 원을 추가 편성해 올해 전체 방제 예산은 24억6300만 원으로 확대된다.

그러나 지난해보다 예산은 2.4배 늘어난 반면 피해목은 44배 넘게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방제사업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감염 초기 발견과 매개충 차단, 적기 제거였는지에 대한 검증이라고 지적한다.

감염목 제거 시기와 예찰 체계, 방제 대상 선정, 누락 지역 여부까지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생활권까지 번진 재선충병…주민 안전도 위협

주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생활권 안전이다.

주택과 도로 주변의 고사목은 강풍에 쓰러질 위험이 있고, 건조한 계절에는 산불 위험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민가 주변 위험목 제거를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방제 과정과 감염 현황을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 엄승용 시장 "정확한 실태부터 다시 파악“

엄승용 보령시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현재 감염 규모와 피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 뒤 시민들에게 설명하겠다"며 "재선충병 확산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수종 갱신을 포함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만으로 이번 확산을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매개충 밀도와 감염목 제거 시기, 방제 범위, 예찰 체계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하며, 수종 갱신 역시 지역별 산림 특성과 생태적 가치를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재앙'이 된 소나무 숲…이제는 원인 규명과 책임 있는 대응이 답이다

보령의 소나무 숲은 지금 단순한 병해충 피해를 넘어 산림 생태계와 주민 안전을 동시에 위협하는 중대한 국면에 들어섰다.

피해목 3만1801그루라는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방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초기 대응은 적절했는지, 투입된 예산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냈는지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경고다.

재선충병 확산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응과 함께 정확한 정보 공개, 생활권 안전 확보, 과학적 방제체계 구축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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