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폭염 피해...8월엔 '전시 맛집'으로 떠나자

[투어코리아=조성란 기자] 푹푹 찌는 폭염이 이어지는 8월, 야외 나들이가 부담스럽다면 시원한 전시관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건 어떨까.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서 예술과 기술, 역사와 문화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실내 피서지’로 제격이다. 8월, 더위를 잠시 잊게 해줄 전국의 특별한 전시를 만나보자.

우주를 품은 미디어아트…백남준의 행성에서 미래를 보다

백남준 ‘버추얼 비너스로 향하는 우주선 /사진-백남준아트센터 제공백남준 ‘버추얼 비너스로 향하는 우주선 /사진-백남준아트센터 제공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미디어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이 상상했던 우주와 미래를 만날 수 있다. 백남준 서거 20주기를 맞아 마련된 제1회 백남준미디어아트페스티벌 ‘백남준의 행성’은 그의 이름을 내건 첫 글로벌 미디어아트 축제다.

전시의 중심은 ‘별, 괘卦’와 ‘달들’이다. ‘별, 괘’에서는 모니터와 안테나, 네온과 불상이 결합한 작품들을 따라 백남준의 우주적 상상과 동양적 사유를 들여다본다.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버추얼 비너스로 향하는 우주선’은 36대의 텔레비전과 19세기 석조 불두를 한데 엮어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낯선 우주를 펼쳐놓는다.

2층의 ‘달들’은 백남준의 행성적 시선을 동시대 작가들의 기술·생명·우주에 관한 상상으로 확장한다. 166대의 모니터로 완성한 ‘거북’, 소용돌이치는 행성을 닮은 ‘해왕성’, 인공지능으로 만든 은하 횡단 영상 등이 어둠 속에서 빛난다. 텔레비전과 달, 인공지능과 우주가 연결된 전시장은 잠시 다른 행성에 착륙한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AR 글라스 쓰고 600년 전 서울로…박물관이 시간여행지가 됐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안경처럼 생긴 AR 글라스를 착용하는 순간 서울의 600년 역사가 눈앞에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XR 전시 ‘서울 시간여행’은 관람객의 위치와 움직임에 맞춰 입체 영상이 자동 재생되는 체험형 전시다.

조선시대 전시실에서는 사라진 돈의문이 웅장한 모습으로 되살아나고, 개항기 공간에서는 경성전차가 관람객 곁을 지나간다. 일제강점기에는 인력거가 아카이브 영상 앞을 오가며, 현대 서울 구역에서는 1988 서울올림픽의 굴렁쇠 소년과 해치가 등장한다. 걷기만 해도 시대가 바뀌고, 전시물이 살아 움직이는 셈이다.

캐릭터 ‘갓생도령’과 함께 주요 유물 카드를 모으는 임무도 더해졌다. 별도의 기기를 조작하지 않아도 관람객의 동선을 인식해 콘텐츠가 반응하기 때문에 두 손이 자유롭다. 오는 10월 31일까지 회차당 4~5명의 소규모 현장 예약제로 운영되며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서울 시간여행 /사진-서울역사박물관서울 시간여행 /사진-서울역사박물관

눈을 감아도 예술은 열린다…손과 귀로 만나는 ‘작가의 방’

미술은 꼭 눈으로만 봐야 할까.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의 ‘작가의 방: 김채린’은 이 익숙한 감상법에 질문을 던진다. 작품의 재료를 직접 만지고 소리를 들으며 예술을 경험하는 촉각·청각 중심의 관객 참여 프로그램이다.

작가의 방_김기라 전경 /사진=아르코미술관작가의 방_김기라 전경 /사진=아르코미술관

조각가 김채린은 신체가 기억하는 감각을 조각으로 구현해 온 작가다. 참여자는 작품을 멀리서 바라보는 관람객에 머무르지 않고, 질감과 형태, 색과 소리를 활용해 자신만의 결과물을 만든다. 나이나 장애 여부, 미술 경험과 관계없이 누구나 각자의 감각으로 작품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특별하다.

뜨개실의 촉감을 탐색하는 ‘감각을 잇는 뜨개’, 여러 감각으로 자신을 닮은 입체 작품을 만드는 ‘추상초상조각’, 현장에서 바로 참여하는 ‘나를 닮은 팔베개’ 등이 마련된다. 관람객이 만든 결과물은 공간에 차곡차곡 쌓여 또 하나의 공동 전시로 완성된다. 프로그램은 8월 30일까지 무료로 운영된다.

비빔밥·국밥·면에 담긴 여행…한식 한 그릇의 역사를 읽다

서울 한식문화공간에서는 익숙한 한 끼가 흥미로운 문화 여행으로 바뀐다. 한식진흥원의 상설전 ‘맛의 길, 지역을 잇다’는 지역마다 다른 식재료와 조리법이 만나 오늘날의 한식으로 발전한 과정을 비빔밥, 국밥, 면이라는 세 가지 음식으로 풀어낸다.

사진-한식진흥권사진-한식진흥권

비빔밥 전시에서는 여러 재료를 섞어 맛과 영양의 조화를 만들어온 한국의 ‘비빔문화’를 소개한다. 국밥 코너에서는 지역마다 다른 국물과 재료 속에서도 서민의 든든한 한 끼라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면 전시는 곡물과 육수, 고명, 조리법에 따라 다양하게 발전한 지역별 면 문화를 보여준다.

전문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오색 나물 비빔밥도 맛볼 수 있다. 눈으로 전시를 보고, 귀로 이야기를 듣고, 혀끝으로 한식의 맛을 확인하는 오감형 전시다. 관람료는 무료다.

600년 악기의 시간이 깨어난다…고산 윤선도의 풍류 속으로

해남 고산윤선도박물관에서는 조선 선비가 음악으로 마음을 다스렸던 시간을 만날 수 있다. 고산 윤선도 서거 355주년을 기념한 특별전 ‘고산의 현絃, 마음을 조율하다’는 녹우당에 전해지는 악기와 고문헌, 시가를 통해 종가의 음악 유산을 조명한다.

 고산윤선도박물관 전시/사진-해남군 고산윤선도박물관 전시/사진-해남군

전시는 조선 선비에게 음악이 어떤 의미였는지 살펴보는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이어 녹우당의 음악 기록과 칠현금 제작법, 600년의 세월을 품은 고산유금과 아양의 유물 편, 남겨진 자료를 바탕으로 다시 만든 복원 악기를 차례로 보여준다. 사라진 소리를 악기와 기록으로 되살리는 여정이다.

‘시간을 넘는 사운드 트래블’ 체험존에서는 전통 악기의 울림부터 LP와 CD, 카세트테이프,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소리 감상 방식을 직접 비교할 수 있다. 고즈넉한 고산유적지를 거닐며 선비의 풍류와 음악을 함께 만나는 실내 문화 여행으로, 전시는 12월 31일까지 이어진다.

한 올씩 엮어 완성하는 전시…풀짚과 대나무가 잇는 사람들

담양 한국대나무박물관에서는 전통 공예가 세대와 지역을 연결하는 과정이 펼쳐진다. 8월 한 달간 열리는 특별전 ‘한 올의 풀, 우리를 잇다: 유연한 소통’은 경기도 풀짚공예와 담양 대나무공예를 한자리에서 조명한다.

사진-한국대나무박물관사진-한국대나무박물관

세계 각국의 풀짚공예품과 담양 공예가들의 작품, 제작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과 정보 콘텐츠를 통해 서로 다른 재료와 기술이 지역을 넘어 이어진 과정을 보여준다. 오래된 생활용품에 머물렀던 풀과 대나무는 전시장 안에서 오늘의 디자인과 소통을 이야기하는 매개체로 다시 태어난다.

관람객이 새끼줄을 직접 엮어 대형 바구니를 완성하는 공동 체험도 마련된다. 전통 모시빗자루와 부들부채, 물병망태 만들기 등 연계 프로그램도 운영해 손끝으로 전통 공예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다. 완성된 작품만 보는 전시가 아니라 관람객이 한 올을 보태 전시의 일부가 되는 참여형 공간이다.

AI가 내 꿈을 해몽한다…'마리골드 피어리'와 만나는 미래 예술

경기도미술관에서는 생성형 AI가 관람객의 꿈을 해석해 주는 색다른 참여형 미디어아트를 만날 수 있다. 개관 20주년 특별전 '우리의 여름에게'에 참여한 아트 컬렉티브 팀펄의 신작 'Separium: Afterimage of Marigold'는 AI와 예술, 살아 있는 식물을 결합한 새로운 감각의 전시다.

전시 우리의 여름에게 / 사진-팀펄전시 우리의 여름에게 / 사진-팀펄

관람객이 태블릿에 지난밤의 꿈을 입력하면 가상 생명체 '마리골드 피어리'가 꿈을 해몽하고, AI가 생성한 이미지를 함께 보여준다. 단순한 체험을 넘어 인간의 감각과 AI의 인식이 어떻게 세계를 해석하는지를 질문하는 작품이다.

전시장 중앙에는 실제 메리골드가 놓인 '세파리움'이 설치돼 있다. 살아 있는 식물과 AI, 가상의 캐릭터가 하나의 공간 안에서 공존하며 인간과 자연, 기술이 함께 진화하는 관계를 표현한다.

정혜주 팀펄 기획자는 "우리가 세계를 있는 그대로 인식할 수 있는지 질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성수진 아트디렉터는 "강렬한 여름빛 뒤에 남는 잔상처럼 끝내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세계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9월 27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서울에서 다시 만나는 가우디…100년 만에 펼쳐진 건축의 세계

스페인의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를 몰입형 콘텐츠로 만날 수 있는 특별전도 열린다. 서울 강남 신사하우스에서는 가우디 서거 100주기를 기념한 'Gaudí: Back to the Origins(가우디: 서울에서 다시 태어나다)'가 8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진행된다.

《Gaudí: Back to the Origins (가우디: 서울에서 다시 태어나다)》전시 포스터 /제공=가우디서울《Gaudí: Back to the Origins (가우디: 서울에서 다시 태어나다)》전시 포스터 /제공=가우디서울

이번 전시는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33만 명 이상이 관람한 스페인 가우디 재단 공식 월드투어 전시다. 정림건축의 공간 크리에이터 그룹 jpa.(Junglim Planning Advisory)가 서울 전시의 공간 기획을 맡아 신사하우스 건축 구조에 맞춘 새로운 관람 동선을 완성했다.

가우디의 철학과 작품세계를 디지털 콘텐츠와 공간 연출로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으며, 건축가 승효상이 리모델링한 신사하우스가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된다는 점도 관심을 모은다.

한강 산책길이 미술관으로…도슨트와 함께 걷는 공공미술 여행

서울 서초구에서는 걷기만 해도 예술을 만나는 특별한 아트투어가 열린다. 서초문화재단은 공공미술 전시 '원더 스트리트'와 연계한 '서초-한강 아트투어'를 8월부터 운영한다.

고속터미널에서 반포한강공원으로 이어지는 공공보행로를 따라 전문 도슨트가 작품의 의미와 제작 배경을 설명하며 함께 걷는 프로그램이다. 김병규, 김리현, 송유정, 송현진, 이용태, 이진구 등 11명의 작가가 참여한 조각과 설치미술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외국인 관광객도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영어 도슨트를 중심으로 운영하며, 한국어 해설도 병행한다. 칠기 스티커 손거울 만들기와 부채 채색 체험도 함께 진행돼 공공미술 감상과 문화 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프로그램은 총 8회 운영되며 회당 약 1시간 30분, 참가비는 무료다.

한강 아트투어 /사진-서초문화재단한강 아트투어 /사진-서초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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