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더 오고 더 썼다…방한객 1071만명 역대 최대·관광수지 4개월 연속 흑자

[투어코리아=조성란 기자] 한국을 찾는 외국인은 크게 늘어난 반면 내국인의 해외여행 증가세는 꺾이면서 관광수지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방한 관광객은 올해 상반기 1,071만 명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외국인 1인당 지출액까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반면, 고환율과 항공료 부담 등의 영향으로 내국인 해외여행객이 5~6월 두 달 연속 감소했다. 해외로 나가더라도 일본과 같은 근거리 목적지를 찾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에 관광수지는 3월 흑자로 돌아선 뒤 6월까지 4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가면서 연간 흑자 전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야놀자리서치가 7일 발표한 ‘2026년 상반기 한국 인·아웃바운드 관광 실적 분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1,071만 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21.3% 증가했다.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26.9%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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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321만·일본 195만…방한 상위 10개국 모두 성장

방한 관광시장의 회복은 특정 국가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아시아 지역에서 852만4,000명이 한국을 찾아 2019년보다 23.3% 증가했다. 미주는 107만7,000명으로 12.7%, 유럽은 73만9,000명으로 20.2% 각각 늘었다. 오세아니아 17만2,000명(+11.4%), 중동 15만 명(+12.9%), 아프리카 3만8,000명(+7.2%) 등 비아시아 시장에서도 성장세가 나타났다.

국가별 최대 시장은 중국이었다. 상반기 중국인 관광객은 321만2000명, 일본인은 195만 명으로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특히 대만은 전년보다 33.4% 늘어 방한객 상위 10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미국과 홍콩 등을 포함한 상위 10개 시장이 모두 전년보다 성장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관문도 서울·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조금씩 넓어지는 모습이다.

지방공항을 이용한 외국인 입국객은 2019년보다 42.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 공항 증가율 21.4%의 약 두 배다. 지방 항구 입국객 역시 63.8% 늘면서 항공과 크루즈 등 해상을 통한 지역관광 분산 가능성을 보여줬다.

많이 오고 더 썼다…1인당 1270달러

눈여겨볼 대목은 관광객 숫자뿐 아니라 이들이 한국에서 쓰는 돈도 증가했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관광수입은 136억1000만 달러로 2019년보다 31.6%,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4% 증가했다.

외국인 관광객 1인당 지출액은 1270.4달러였다. 2019년 1225.5달러보다 3.7%, 전년보다 12.4% 많다. 방한객 규모와 관광객 한 명이 쓰는 금액이 동시에 상승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의 한 축에는 '의료관광'이 있다. 상반기 외국인 의료 소비액은 약 1조1931억원에 달했다. 2019년 같은 기간의 6.6배 수준이다. 체류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소비금액이 큰 의료관광이 성장하면서 방한 관광시장의 고부가가치 소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과거 외국인 단체관광의 대표 소비처였던 면세점은 회복하지 못했다.

2019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면세점 이용객은 30.9%, 1인당 매출액은 41.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총매출은 83억7000만 달러에서 33억7000만 달러로 59.8% 줄었다. 상반기 크루즈 입국자가 48만1000명으로 2019년의 4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도 전체 관광객의 평균 지출액을 낮추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홍석원 야놀자리서치 수석연구원은 “면세점 중심의 단체 관광 소비 모델이 저물고, 의료·웰니스 같은 체류형·고관여 소비가 그 자리를 빠르게 채우고 있다”며 “1인당 지출액까지 2019년을 넘어선 것은 한국 인바운드 시장의 수익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해외여행은 5~6월 ‘주춤’…10명 중 4명 가까이 일본으로

외국인의 방한 관광과 달리 내국인 해외여행에서는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해외로 나간 내국인은 1496만2000명이다. 전년보다는 2.7% 증가했지만 2019년과 비교하면 0.3% 적어 팬데믹 이전 수준을 완전히 넘어서지는 못했다.

특히 월별 흐름이 달라졌다. 1~4월 증가세를 이어가던 해외여행객은 5월 전년 대비 2.1% 감소한 데 이어 6월에는 10.0% 줄었다. 보고서는 항공유 가격 상승과 일부 국제선 공급 조정, 높은 환율 등이 맞물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여행 목적지에서는 일본 쏠림이 더욱 강해졌다.

상반기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567만5000명으로 2019년보다 46.9%, 전년보다 18.6% 증가했다. 전체 해외여행객 가운데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37.9%에 달했다. 2019년 상반기 25.7%에서 12.2%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베트남 방문객은 216만1000명으로 2019년보다 4.0% 많았지만 전년보다는 2.1% 줄었다. 중국은 171만4000명으로 전년보다 16.0% 증가했다.

반면 2019년과 비교하면 미국은 40.8%, 태국 35.3%, 필리핀 40.5%, 홍콩 38.7%, 마카오는 36.9% 각각 감소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해외여행 1인당 지출 6%↓…고환율에 ‘근거리 실속형’ 선호

해외여행 지출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상반기 관광지출은 148억7000만 달러로 2019년 145억3000만 달러보다 2.4%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154억 달러와 비교하면 3.5% 감소했다.

해외여행객 1인당 지출액도 993.7달러로 2019년보다 2.7% 높았지만 전년의 1057.6달러와 비교해서는 6.0% 줄었다.

다만 2026년 상반기 평균 원·달러 환율이 1483.9원에 달하면서 원화로 환산한 해외여행 지출액은 2019년보다 32.9% 증가했다.

최규완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5~6월 들어 나타난 아웃바운드 수요의 감소 전환은 고환율과 항공료 부담이라는 거시경제적 압박이 여행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며 “이러한 부담이 여전한 만큼, 소비자들이 예산에 맞는 근거리 목적지를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흐름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54억달러 적자에서 12억달러대로…관광수지 확 달라졌다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의 엇갈린 흐름은 관광수지를 크게 개선시켰다.

올해 상반기 관광수지는 12억6000만 달러 적자다. 아직 반기 전체로는 마이너스지만 2019년 상반기 41억9000만 달러 적자, 지난해 같은 기간 54억3000만 달러 적자와 비교하면 적자 규모가 크게 축소됐다.

월별로 보면 변화가 더욱 선명하다. 1월과 2월에는 각각 14억 달러, 11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지만 3월 2억6000만 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이후 흑자 행진이 계속돼 6월에는 6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3~6월 4개월 연속 플러스다.

배경에는 외국인이 ‘더 많이 와서 더 많이 쓴’ 반면 내국인의 해외 지출은 감소한 구조가 있다.

관광수입은 전년보다 36.4% 증가했다. 외래관광객이 21.3% 늘어난 동시에 1인당 관광수입도 12.4% 증가했다. 반대로 해외여행객은 2.7% 늘었지만 1인당 관광지출이 6.0% 감소하면서 전체 관광지출은 3.5% 줄었다.

연간 관광수지 흑자 가능할까…하반기 월평균 2.1억달러가 관건

보고서는 현재 흐름이 이어진다면 올해 연간 관광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상반기에 쌓인 12억6000만 달러 적자를 상쇄하려면 하반기에 이를 웃도는 흑자가 필요하다.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2억1000만 달러다.

이는 이미 흑자를 기록한 3~6월 월평균 3억1000만 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다. 최근 흐름만 놓고 보면 연간 흑자 전환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다만 방한 관광객의 1인당 지출이 감소하거나 내국인 해외여행이 다시 빠르게 늘어나면 흑자 폭은 줄어들 수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낸 주요 변수로 원화 약세를 꼽았다. 원화 가치 하락은 외국인에게 한국여행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주는 반면 한국인에게는 해외여행 비용을 끌어올리는 상반된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은 “관광수지가 4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한 것은 이례적인 흐름”이라며 “원화 약세라는 변수가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에 정반대로 작용하며 만들어낸 결과인 만큼, 하반기 환율 향방이 연간 관광수지 흑자 전환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올해 관광시장의 관전 포인트는 단순히 외국인이 얼마나 많이 한국을 찾느냐에서 한 단계 넘어섰다. 방한객 증가와 함께 의료·웰니스 등 고부가 관광 소비가 얼마나 확대되는지, 고환율 속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가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연간 관광수지의 흑자 전환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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