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의 숲이 무너진다”…김홍열 군수, 재선충병 ‘국가적 재난’ 규정
▲“수백 년 노송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청양군 칠갑산 인근 천장호 가는길에 수백년된 아름드리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감염된 채 고사한 모습, 잿빛으로 말라죽은 화성면 화강리 산다리 마을 뒷산의 소나무 군락지, 왼쪽 벌채지와 아직 제거되지 않은 고사목들이 대조를 이루고 있는 모습. /사진-청양군프레스협회(편집 류석만 기자)▲“수백 년 노송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청양군 칠갑산 인근 천장호 가는길에 수백년된 아름드리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감염된 채 고사한 모습, 잿빛으로 말라죽은 화성면 화강리 산다리 마을 뒷산의 소나무 군락지, 왼쪽 벌채지와 아직 제거되지 않은 고사목들이 대조를 이루고 있는 모습. /사진-청양군프레스협회(편집 류석만 기자)

[투어코리아=류석만 기자] 충남 청양군이 소나무재선충병 확산과 인구 감소, 농촌 의료공백 등 겹겹이 쌓인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한 ‘생존 전략’ 마련에 나섰다.

김홍열 청양군수는 13일 군청 군수실에서 청양군프레스협회 소속 기자들과 스탠딩 간담회를 갖고 소나무재선충병을 사실상 ‘국가적 재난’ 수준의 위기로 규정했다.

김 군수는 “청양군의 행정력과 재정만으로 재선충병 확산을 막기에는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며 “내년 봄부터 서둘러 방제해야 하지만 군 자체 예산만으로는 어렵다. 국가 차원의 예산과 방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푸른 청양이 무너진다”…재선충병, 화성면까지 확산

이날 간담회에서 가장 무겁게 다뤄진 현안은 소나무재선충병이었다.

김 군수에 따르면 보령·태안 등 충남 서해안에서 확산한 재선충병 피해가 청양 화성면까지 번졌다.

특히 화성면 일대는 감염목뿐 아니라 주변 소나무까지 제거하면서 산림 한 구역이 사실상 민둥산으로 변한 곳도 발생했다.

김 군수는 후보 시절을 회상하며 “다른 지역의 소나무가 사라지더라도 청양의 숲만 지켜낸다면 10년 뒤 그것 자체가 큰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청양을 오가는 도로 곳곳에서도 갈색으로 변한 고사목이 눈에 띄면서 청양의 대표 이미지인 ‘푸른 숲’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칠갑산 방제 문제도 난제다. 김 군수는 칠갑산 일대만이라도 예방 방제가 가능한지 산림 당국에 문의했지만 항공 약제 살포의 효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도립공원 내 소나무마다 약제를 주입하는 방식 역시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군수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섰다”며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 “소나무 베고 아무 나무나 심을 수 없다”…수종 전환도 신중

피해 산림을 다른 수종으로 대체하는 문제 역시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현재 일부 재선충 피해지에 편백나무를 심고 있지만 청양의 기후와 토양에 적합한지부터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장곡사 인근 아이골 계곡에 심은 편백나무 가운데 약 70%가 냉해 등으로 고사한 사례도 언급됐다.

김 군수는 “청양은 인접 지역보다 기온이 1~2도 낮다”며 “인기 수종이라는 이유만으로 심었다가는 또 다른 산림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종을 바꾸더라도 청양의 기온과 토양, 기후변화를 정확하게 따져야 한다”며 “자연을 기반으로 한 ‘치유의 땅’이 청양의 경쟁력인 만큼 숲을 지키는 문제를 관광과 지역경제의 기반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 “사람을 데려오는 게 아니라 머물게 하겠다”…‘6개월 살이’ 승부수

인구 감소 해법은 단순한 전입 장려금에서 벗어나 ‘생활인구’ 확대에 초점이 맞춰졌다.

김 군수는 사람이 실제 청양에 머물며 지역에 필요한 역할을 하는 ‘6개월 살이’ 구상을 제시했다.

고려인 이주마을도 단순한 근로자 유입이 아닌 ‘가족 단위 정착’을 원칙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빠른 성과가 기대되는 사업으로 은퇴자 마을을 꼽았다.

대학병원 등에서 근무한 은퇴 의료인들이 청양에서 일정 기간 생활하며 주 2~3일 진료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파크골프와 수영 등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정주 환경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의료계 인사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20~30명 규모의 시범 참여 가능성도 논의 중이다.

▲김홍열 충남 청양군수가 13일 오전 청양군청 군수실에서 청양군프레스협회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청양군프레스협회▲김홍열 충남 청양군수가 13일 오전 청양군청 군수실에서 청양군프레스협회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청양군프레스협회

김 군수는 “청양은 의사를 구하기 어려워 의료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며 “은퇴 의료인이 일정 기간 생활하면서 진료에 참여한다면 의료공백을 줄이는 동시에 생활인구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퇴 교원과 대학교수의 참여도 추진한다. 평생교육, 주민 상담, 아동·청소년 교육 등에 이들의 경험을 활용하고, 농촌지역에서 부족한 심리상담 인력으로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파크골프 36~54홀…“청양의 15년 먹거리로”

파크골프는 청양의 미래 관광·생활체육 자원으로 제시됐다.

김 군수는 충남도가 추진하는 파크골프장과 별도로 청양군 자체적으로 36~54홀 규모의 대형 시설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순 체육시설 조성에 그치지 않고 음식점과 휴게시설, 숙박 기능까지 연계해 외지 방문객이 청양에 하루 이상 머무는 체류형 관광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군민에게는 이용료를 낮추거나 면제하고 외지인에게는 4만~5만원 수준의 차등 요금을 적용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다만 구체적인 이용료와 운영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현재 지천 백세건강공원 내 파크골프장을 둘러싼 주민 갈등에 대해서는 공공시설 원칙을 분명히 했다.

김 군수는 “백세건강공원은 특정 단체의 시설이 아니라 청양군민 모두의 공간”이라며 “별도의 파크골프장이 마련되면 기존 공간은 주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 조직은 바꾸고, 산림자원연구소 이전은 지킨다

조직개편과 인사에서는 한 부서에서 2년 이상 근무한 직원을 가급적 이동시키는 기준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산업단지 조성이나 파크골프처럼 전문성과 사업 연속성이 중요한 분야는 예외를 인정했다.

외부 전문가를 영입할 수 있는 개방형 전략기획 기능도 강화한다. 행정 내부의 관행에서 벗어나 기업처럼 빠르게 현안을 처리하고, 국내외 연수와 현장 견학을 확대해 공무원의 기획 역량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세종시에 있는 충남산림자원연구소의 청양 이전은 기존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충남도와의 공감대도 재확인했다.

다만 세종 부지 매각과 이전 재원 확보가 늦어질 경우 사업이 지연되거나 당초 계획보다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김 군수는 “충남도와 청양군이 이전 원칙에는 합의했지만 1,000억원 이상이 필요한 사업인 만큼 재원 문제가 남아 있다”며 “청양군 입장에서는 사업 지연이나 축소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3만 군민끼리 갈라져선 미래 없다”…정치적 갈등도 과제로

취임 초기 군정의 또 다른 과제로는 지역 내 정치적 갈등 해소를 꼽았다.

김 군수는 군민이 3만명 안팎인 청양에서 선거가 끝난 뒤에도 진영을 나누고 갈등을 이어간다면 지역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결국 이날 김 군수의 메시지는 하나로 모인다.

숲을 지키고, 사람을 머물게 하고, 의료를 살리고, 관광과 일자리를 연결해 작은 지역의 생존 기반을 다시 짜겠다는 것이다.

특히 소나무재선충병에 대해서는 지방정부 차원의 방제를 넘어 국가적 대응을 요구하며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김 군수가 구상하는 청양의 미래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재선충병 방제 예산 확보를 비롯해 은퇴 의료인 정착, 산림자원연구소 이전 재원, 대규모 파크골프장 사업 등 막대한 재원과 실행력이 뒤따라야 한다.

‘푸른 청양’을 지키는 일에서 시작해 인구·의료·관광의 활로를 찾겠다는 청양군의 생존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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