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5000년 원주민 문화, 현대미술로 만난다… 주목할 호주 아트투어 5선
골드코스트 '애프터 더 레인' /사진-호주관광청골드코스트 '애프터 더 레인' /사진-호주관광청

[투어코리아=조성란 기자] 6만5000년 넘게 이어져 온 호주 원주민 문화가 현대미술과 여행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여행객을 만난다. 세계적인 미술관의 대규모 전시부터 몰입형 설치 작품, 현지 원주민 작가와 함께 걷고 그림을 그리는 체험까지 방식도 다양하다.

호주관광청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원주민의 날'을 맞아 호주 원주민인 애버리지널 및 토레스 해협 섬 주민들의 문화와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 5선을 소개했다.

오랜 세월 땅과 선조, 공동체의 이야기를 예술로 전승해 온 원주민 문화를 회화와 영상, 설치미술 등 동시대적인 방식으로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다.

테이트 모던서 12만명 만난 응와레이…내년 호주 5개 도시 순회

호주 중부 앨리스 스프링스에서는 세계 미술계가 주목한 원주민 작가 에밀리 캄 응와레이(Emily Kam Kngwarray)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앨리스 스프링스 '에밀리 캄 응와레이' /사진-호주관광청앨리스 스프링스 '에밀리 캄 응와레이' /사진-호주관광청

응와레이는 2025년 호주 작가 최초로 영국 테이트 모던에서 개인전을 열어 12만2951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올해도 스위스 오팔 재단(Fondation Opale)과 미국 뉴욕 페이스 갤러리에서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호주 국립 미술관은 내년 4월 9일 앨리스 스프링스 아랄루엔 아트 센터(Araluen Arts Centre)를 시작으로 케언즈, 퍼스, 뉴캐슬, 태즈메이니아주 버니까지 5개 도시를 도는 순회전을 개최한다.

안마티에르(Anmatyerr) 출신인 응와레이는 70대 중반에 본격적으로 캔버스 작업을 시작한 뒤 약 8년 동안 3000점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 고향 알할케르(Alhalker) 컨트리의 자연과 계절, 식물, 선조로부터 이어진 지식을 독특한 색과 선으로 표현했다.

이번 순회전에서는 여러 기관이 보유한 작품을 한데 모아 초기 바틱 작업부터 대형 캔버스, 소규모 회화까지 폭넓게 소개한다. 특히 첫 전시가 작가의 고향과 가까운 앨리스 스프링스에서 열린다는 점도 의미를 더한다.

관광 기념품에 담긴 고정관념을 뒤집다…시드니 '낫 어 수비니어'

시드니 호주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Australia)에서는 원주민 작가 토니 앨버트(Tony Albert)의 첫 대규모 전시 '낫 어 수비니어(Not a Souvenir)'가 오는 10월 19일까지 열린다.

시드니 '낫 어 수비니어' /사진-호주관광청시드니 '낫 어 수비니어' /사진-호주관광청

전시에는 관광 기념품과 대중문화에 등장해 온 호주 원주민 이미지를 새로운 관점에서 풀어낸 작품 150점 이상이 소개된다.

'기념품이 아니다'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앨버트는 관광객에게 익숙한 이미지와 일상적인 물건을 유머와 비판적인 시각으로 재구성한다.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원주민 이미지가 어떤 시선에서 만들어졌고 소비돼 왔는지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친숙한 소재를 활용한 만큼 원주민 문화나 현대미술을 처음 접하는 여행객도 비교적 쉽게 작품 속 이야기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전시장 전체가 작품으로…골드코스트에 펼쳐진 10개 몰입형 설치

골드코스트에서는 공간 자체를 작품처럼 경험하는 전시가 여행객을 기다린다.

HOTA 아트센터(Home of the Arts)는 오는 9월 27일까지 '애프터 더 레인(After the Rain)'을 무료로 선보인다. 호주 국립 미술관이 기성·신진 원주민 작가를 소개하는 '내셔널 인디지너스 아트 트리엔날레(National Indigenous Art Triennial)'의 다섯 번째 행사로, 골드코스트가 호주 순회의 첫 목적지다.

전시장에는 영상과 사운드, 조각 등을 활용한 10개의 대형 몰입형 설치 작품이 펼쳐진다.

예술감독은 토니 앨버트가 맡았다. '비가 그친 뒤'라는 의미의 전시 제목에 변화와 어려움을 지나 맞이하는 새로운 출발, 세대를 넘어 계승되는 문화의 의미를 담았다. 관람객은 각각 독립적인 공간처럼 구성된 작품 사이를 직접 걸으며 과거와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원주민 공동체의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다.

35개국 100여명 멜버른 집결…'NGV 트리엔날레 2026'

멜버른 빅토리아 국립 미술관에서는 오는 12월 13일부터 내년 4월 11일까지 'NGV 트리엔날레 2026'이 무료로 열린다.

멜버른 'NGV 트리엔날레 2026' /사진-호주관광청멜버른 'NGV 트리엔날레 2026' /사진-호주관광청

3년마다 개최되는 대형 현대미술 행사로 35개국에서 약 100명의 작가와 예술가 그룹이 참여한다. 미술관 4개 층에 걸쳐 8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펼쳐지며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신작도 25개에 달한다. 회화와 사진은 물론 패션, 디자인, 영상, 대형 설치미술까지 다양한 장르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호주 원주민 작가들의 작품도 주요 공간을 채운다. 안젤리나 카라다다 부나(Angelina Karadada Boona)는 몬순 비를 가져오는 선조적 존재 '완지나(Wandjina)'를 빛으로 표현해 미술관 입구 워터월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만든다.

크리스천 톰슨(Christian Thompson)은 3개의 화면과 오페라 형식의 영상을 통해 언어와 목소리, 문화의 전승을 이야기한다. 수만 년 이어진 원주민 문화가 빛과 영상, 음악이라는 현대적인 예술 언어로 변주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퍼스에선 원주민 작가와 걷고 직접 그림까지

작품을 바라보는 것을 넘어 직접 원주민 문화를 경험하고 싶다면 퍼스의 '드주란디 드리밍(Djurandi Dreaming)'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퍼스 ' 드주란디 드리밍' / 사진-호주관광청퍼스 ' 드주란디 드리밍' / 사진-호주관광청

퍼스에서 활동하는 원주민 작가이자 문화 가이드 저스틴 마틴(Justin Martin)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도시 여행에 원주민의 역사와 예술을 접목했다.

퍼스 지역의 전통적 소유자인 와드주크(Wadjuk) 공동체에 뿌리를 둔 마틴은 해 질 무렵 엘리자베스 키를 걷는 '드리밍 인 더 키(Dreaming in the Quay)' 투어를 진행한다. 참가자들은 스완 강과 공공예술 작품을 둘러보며 세대를 거쳐 전해진 드리밍 이야기와 퍼스의 과거·현재를 들을 수 있다.

2시간 동안 진행되는 미술 워크숍에서는 직접 작품 제작에도 도전한다. 원주민 미술에 등장하는 상징과 선, 색채가 지닌 의미를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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