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살 삽화가 성리교, 높이 날지 않아도 빛나는 새에 마음을 담다
열여섯 살 삽화가 성리교열여섯 살 삽화가 성리교

[투어코리아=배소은 기자] 동화책 『높이 날지 않아도 빛나는 새』의 삽화를 맡은 성리교 학생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이서미 작가와 함께 작업해 왔다. 여섯 살 때부터 알고 지낸 두 사람은 어느새 나이 차이를 뛰어넘어 한 권의 책을 함께 만드는 사이가 되었다. 현재 부산예술고등학교 1학년으로 미술을 전공하며 학업과 창작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그는, 2026 국제 청소년 예술축제 미술실기대회 금상, 2025 바다의 날 기념 전국문예대회 전체대상 등 각종 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성장해 왔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 '토리'를 그리기까지의 과정과 그림에 담긴 마음을 인터뷰로 들어보았다.

Q1.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이서미 작가님의 동화 그림 작업에 참여해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처음 그림을 맡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이서미 선생님은 제가 여섯 살 때부터 알고 지낸 분입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도 잘 알고 계셨고요. 그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선생님의 동화책 《재미있는 스마트폰 주인은 누구일까요?》에 들어갈 그림을 그려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해 주셔서 처음 삽화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제가 좋아서 그리던 그림이 실제 책에 실린다는 사실이 무척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여섯 살 때부터 이어진 인연이 초등학생 삽화가의 데뷔로 이어진 셈이다. 이후 두 사람의 협업은 십 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Q2. 어린 나이에 정식으로 출간되는 책의 삽화를 그린다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나요? 처음 참여했을 때와 지금, 그림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처음 참여했을 때는 부담감보다는 제가 그린 그림이 책에 실린다는 설렘이 더 컸습니다. 하지만 그림을 전공으로 정하고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뒤에는 오히려 '잘 그려야 한다'는 부담도 조금 생겼습니다.

그러면서 동화책의 그림은 단순히 그림 자체를 잘 그리는 것보다 글이 가진 느낌과 분위기를 독자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제가 그림을 얼마나 잘 그렸는지보다는, 이서미 선생님의 글에서 제가 느낀 따뜻함을 독자들도 그림을 통해 함께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Q3. 이번 『높이 날지 않아도 빛나는 새』의 주인공 '토리'를 그릴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토리라는 캐릭터를 어떤 모습으로 표현하고 싶으셨나요?

"토리가 처음부터 완벽하거나 특별한 캐릭터로 보이기보다는, 부족하고 서툰 면도 있지만 자신만의 장점을 가진 인물로 보였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표정이나 몸짓처럼 작은 부분을 통해 토리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특히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토리가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조금씩 용기를 내는 과정이 그림에서도 느껴졌으면 했습니다. 독자들이 토리를 보며 '나도 저런 마음을 느껴본 적이 있다'고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Q4. 작가님의 글을 먼저 읽고 그림으로 옮기는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글을 읽으며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었다면 소개해 주세요.

"먼저 글을 여러 번 읽으면서 장면을 머릿속으로 상상합니다. 인물의 표정이나 배경, 색감처럼 글에 직접적으로 설명되지 않은 부분도 생각하고, 어떤 모습으로 표현해야 이야기의 분위기가 가장 잘 전달될지를 고민합니다. 같은 문장도 여러 방식으로 그릴 수 있기 때문에, 그림이 단순히 글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도록 하려고 합니다.

이번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온 숲이 불타는 상황에서 토리가 동물 친구들을 이끌고 숲을 빠져나오는 장면입니다. 평소에는 자신의 부족한 점 때문에 고민하던 토리가 위기의 순간에는 누구보다 앞장서 친구들을 이끄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래서 불길과 연기 속에서도 토리의 두려움뿐 아니라 친구들을 지켜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표정에서 드러나도록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토리가 자신만의 빛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해 특히 애착이 갑니다."

Q5. 부산예술고등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며 학업과 창작 활동을 병행하고 계신데, 두 가지를 함께 해나가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크게 어려움을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삽화 작업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동화책 삽화는 대부분 디지털 드로잉으로 작업했는데, 예중 때부터 학교에서 디지털 드로잉을 많이 배우고 직접 작업해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또 디지털 작업뿐 아니라 다양한 재료와 표현 방법을 경험하면서 색감이나 구도,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법도 폭넓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별도의 외부 수업을 받지 않아도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삽화 작업에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었던 점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높이 날지 않아도 빛나는 새  책 표지높이 날지 않아도 빛나는 새 책 표지

Q6. 다양한 미술대회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셨습니다. 이런 대회 경험이 동화 삽화 작업에도 영향을 준 부분이 있을까요?

"미술대회에서는 제한된 시간 안에 주제를 해석하고, 무엇을 화면에 담을지 빠르게 결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경험을 통해 화면을 구성하거나 주제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힘을 기를 수 있었고, 이런 부분이 삽화를 그릴 때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만 대회 작품은 한 장의 그림 자체가 완성된 작품이라면, 동화 삽화는 여러 장의 그림이 글과 함께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두 작업의 차이를 경험하면서 그림을 바라보는 시각도 조금 더 넓어진 것 같습니다."

Q7. 성인 작가가 아닌, 또래 독자와 비슷한 시선을 가진 청소년 작가로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의 장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어린 독자들과 나이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떤 장면이 재미있게 느껴질지, 어떤 표정이나 상황에 더 공감할지를 비교적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그림으로 너무 많이 설명하기보다는 '내가 독자라면 어떤 장면을 보고 싶을까'를 생각하면서 표현할 수 있다는 것도 제 나이에서 할 수 있는 삽화 작업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8. 이서미 작가님과 함께 작업하면서 배운 점이나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제가 전문 삽화가처럼 많은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서미 선생님께서는 처음부터 제 그림을 많이 칭찬해 주시고 믿고 맡겨 주셨습니다. 제가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낄 때도 제 그림의 좋은 점을 먼저 봐주셨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 믿음 덕분에 저도 단순히 글에 맞는 그림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이야기를 더 자세히 읽으며 인물의 마음과 장면의 분위기를 어떻게 표현할지 많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글을 그대로 옮기는 그림이 아니라 조금씩 저만의 색깔이 담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십 년 가까운 협업의 밑바탕에는 신뢰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Q9. 이 책을 읽게 될 또래 친구들이나 어린 독자들에게 그림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다면요?

"책 제목처럼 다른 사람보다 높이 날거나 눈에 띄어야만 빛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잘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 것처럼, 자신만이 가진 좋은 점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자들이 토리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에 너무 속상해하기보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자신의 장점을 한번 찾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제 그림이 토리의 그런 마음과 변화를 독자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전달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Q10. 앞으로 미술 작업이나 진로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가요? 계속해서 동화 삽화 작업을 이어가고 싶으신가요?

"앞으로도 한 가지 방식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미술 작업을 경험하면서 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표현을 더 찾아가고 싶습니다. 학교에서 여러 작업을 해보면서 저만의 색깔과 그림 스타일도 조금씩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동화 삽화 작업도 기회가 된다면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이번 작품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와 캐릭터를 만나 제 방식으로 새롭게 표현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여섯 살 때 시작된 인연이 십 년 가까이 이어지며 한 권의 동화책으로 완성됐다. 완벽하지 않아도, 높이 날지 않아도 저마다의 빛을 지니고 있다는 이야기는 열여섯 살 삽화가의 손끝을 거쳐 독자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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