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호텔은 왜 빠졌나”…가업상속공제 개편에 관광업계 한목소리

[투어코리아=조성란 기자] 정부가 가업상속공제 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관광업계가 관광호텔업을 비롯한 관광업종을 공제 대상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행업뿐 아니라 호텔·관광객이용시설·국제회의 등 관광산업 전반에는 오랜 기간 쌓아온 서비스 운영 경험과 인력, 브랜드, 국내외 네트워크 등 승계해야 할 무형의 자산이 상당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와 서울특별시관광협회는 관광업종을 일률적으로 제외하기보다 일정 요건을 갖춘 기업에는 가업상속공제를 심사받을 기회를 열어야 한다는 입장을 잇달아 내놨다. 특히 서울시관광협회는 관광진흥법상 39개 관광업종을 공제 대상에 포함할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관광업계는 이번 논의를 단순한 세제 혜택 문제가 아닌 기업 존속과 고용, 지역 관광생태계의 지속 가능성 문제로 보고 있다.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 부담이 관광시설 매각이나 사업 축소로 이어질 경우 외국인 관광객을 수용하는 인바운드 관광 인프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관광협회중앙회 “개편 취지 공감…관광업 일괄 배제는 재검토해야”

한국관광협회중앙회는 전문기술과 경영 노하우가 실질적으로 이어지는 기업을 중심으로 가업상속공제를 재편하고 제도의 공정성과 실효성을 높이려는 정부 정책 방향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공제 대상 업종을 한국표준산업분류 세세분류를 기준으로 다시 정하는 과정에서 관광진흥법상 관광업종이 신청 대상에서 일괄적으로 빠지는 데 대해서는 보다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관광산업은 여행업과 호텔업, 관광객이용시설업, 국제회의업, 테마파크업 등 여러 업종이 맞물려 돌아가는 복합 서비스 산업이다. 단순히 토지나 건물 같은 자산을 보유·운영하는 사업으로 보기 어렵고, 서비스 품질과 전문인력 운영 경험, 고객 관리, 국내외 판매망 등이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설명이다.

호텔을 예로 들면 숙박뿐 아니라 식음료와 연회, 여가서비스 등이 하나의 사업체 안에서 동시에 운영된다. 장기간 확보한 숙련인력과 고객관리 시스템, 브랜드 가치, 국내외 유통·판매 채널, 지역 관광업계와의 협력 관계 역시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경영자산으로 꼽힌다.

지역 관광기업의 역할도 강조했다. 관광객을 받아들이는 기반시설인 동시에 지역 일자리와 소비를 만들어내고, 국제회의와 기업행사 등 새로운 관광수요를 유치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기업 상당수가 중소사업자인 만큼 원활한 승계가 기업의 지속경영뿐 아니라 지역 관광생태계 유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중앙회의 판단이다.

“관광업 전체 특혜 달라는 것 아냐”…요건 갖추면 심사 기회

중앙회는 관광업종에 예외적으로 공제 혜택을 일괄 적용해 달라는 요구와는 선을 그었다.

정부가 정한 강화된 경영기간과 사후관리기간 등 엄격한 조건을 충족하고, 축적된 전문 경영 노하우를 다음 세대로 이어갈 필요성이 인정되는 관광기업이라면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최소한 심사 대상에는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업종만으로 문턱에서 차단하기보다 개별 기업이 실제 가업상속공제 취지에 부합하는지를 심사해 판단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는 정부 정책의 기본 방향을 존중하되 관광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고용 유지, 지역 관광 활성화가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업종별·지역별 관광협회 등과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관광협회 “39개 관광업종 포함해야”

서울특별시관광협회도 20일 정부가 추진 중인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관련해 관광업계의 목소리를 냈다.

협회에 따르면 개정안상 관광 분야에서는 여행사업과 전시·컨벤션 및 행사 대행업 등 일부만 가업상속공제 대상에 들어가고 관광호텔업을 포함한 상당수 관광업종은 제외돼 있다.

이에 협회는 관광산업을 업종별로 잘라 일률적으로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는 산업의 구조와 경제적 역할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며 관광진흥법상 39개 관광업종을 대상으로 포함해 달라고 건의했다.

관광산업의 경쟁력이 유형자산에만 있는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오랜 기간 형성한 서비스 품질과 고객관리 능력, 숙련된 전문인력, 해외 판매망과 거래처, 지역 관광사업자들과 구축한 네트워크 등이 기업의 핵심 자산으로 작용한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한 명의 여행을 완성하기 위해 여행사와 숙박시설, 관광객이용시설, 국제회의업체 등 여러 사업자가 연결되는 만큼 일부 업종만 떼어내 승계 필요성을 판단하는 것은 관광산업의 생태계적 특성과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호텔 매각·폐업으로 이어지면 인바운드 인프라도 흔들

관광숙박업의 특수성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호텔은 사업 초기부터 대규모 시설 투자가 필요한 데다 영업을 시작한 이후에도 지속적인 개보수와 서비스 품질 관리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 자본집약적 업종이다.

관광업계가 우려하는 대목은 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과도한 세 부담이다. 부담을 감당하기 위해 호텔이나 사업체를 매각하거나 규모를 줄이고, 극단적으로 폐업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면 개별 기업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숙박시설 감소는 고용과 지역 상권뿐 아니라 방한 외국인을 수용할 관광 인프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관광업계가 가업상속공제를 ‘기업주에 대한 세제 혜택’ 차원을 넘어 관광산업 경쟁력과 연결해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조태숙 서울특별시관광협회 회장은 “관광기업의 안정적인 승계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존속을 넘어 관광 일자리와 지역경제, 인바운드 관광 인프라를 지키는 중요한 기반”이라며 “관광산업의 특성과 국가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충분히 고려해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합리적으로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관광협회는 향후에도 관광업계 현장의 의견을 관계부처에 전달하고 관광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영과 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건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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