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서울만 찾는 시대 지났다”…한·일 여행객, 소도시·취향 소비로 이동

[투어코리아=조성란 기자] 일본을 오가는 여행객의 발걸음이 더 깊고 넓어지고 있다. 도쿄·오사카·서울 같은 대도시 중심의 정형화된 여행에서 벗어나 소도시 골목과 로컬 상권을 찾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경험에 돈을 쓰는 여행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비자(Visa)가 21일 공개한 한·일 양방향 여행 결제 데이터와 소비 트렌드 분석 결과를 보면, 이런 변화는 여행지 선택과 실제 결제 패턴에서 동시에 나타났다. 한국인은 일본 소도시와 프리미엄 소비에 지갑을 열었고, 일본인은 한국에서 K-뷰티·K-패션·미식·야간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했다.

특히 소도시 여행 수요의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호텔스닷컴 데이터에서 올여름 한국인의 일본 숙소 검색량은 전년 대비 15% 증가했고, 우쓰노미야와 구와나는 각각 2000%, 1700% 급증했다. 방한 일본인 역시 부산·제주·강원 등 해안·섬 지역 결제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약 145% 늘며 수도권 중심 여행에서 벗어나는 흐름을 보였다.

일본 가고 싶은 한국인 38.5%…베트남보다 3배 이상 높아

비자가 지난 5월 실시한 여행 의향 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방문하고 싶다고 답한 국가는 일본으로 38.5%를 기록했다. 2위 베트남 11.4%와 비교하면 3배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일본 여행의 인기는 이미 높은 수준이지만, 여행지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 더 눈에 띈다.

비자 결제 데이터에 따르면 도쿄·오사카·후쿠오카 등 일본의 대표 대도시 3곳을 제외한 지역에서 한국인의 카드 결제액은 약 4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도시의 성장률은 약 30%였다. 특히 시즈오카와 야마구치 등 일부 지역은 결제 규모가 약 55% 뛰었다.

설문에서도 소도시 선호가 확인됐다. 한국인 응답자의 58.1%는 ‘소도시 힐링 여행’을 선호한다고 답했으며, 57.7%는 대형 상업시설보다 ‘로컬 골목상권 여행’을 더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랜드마크를 따라 움직이기보다 한적한 지역에 머물며 동네 카페와 식당, 자연을 즐기는 방식으로 일본 여행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일본인도 서울 밖으로…부산·제주·강원 결제 145% 증가

한국을 찾는 일본인 여행객의 소비도 빠르게 늘었다.

비자 분석에 따르면 올해 일본 골든위크 기간 한국에서 사용된 일본 비자카드 결제액은 직전 1년간 주간 평균보다 약 60% 증가했다.

항공과 숙박 검색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익스피디아에서 일본발 한국행 항공편 검색량은 지난해 골든위크 대비 15% 증가했고, 호텔스닷컴을 통한 한국 숙소 검색량도 30%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에서도 결제가 약 55% 증가했지만 지방의 상승세가 더 강했다. 부산·제주·강원 등 해안과 섬 지역에서의 일본인 카드 결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45% 늘어 수도권 성장률의 두 배를 웃돌았다.

청주도 새로운 목적지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익스피디아 기준 일본발 청주행 항공편 검색량은 전년 대비 780% 증가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던 방한 수요가 한국의 지방 도시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는 신호다.

‘싸게 많이’보다 ‘좋아하는 것에 더 쓴다’

여행지뿐 아니라 돈을 쓰는 방식도 달라졌다.

한국인의 일본 여행 소비는 과거 할인점과 전자제품 매장 중심의 가성비 쇼핑에서 벗어나 백화점·의류·액세서리 등 취향과 프리미엄 소비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자의 결제 분석에서는 고급 소비 분야가 전체 결제 성장세를 이끈 반면, 할인점과 전자제품 매장 등 전통적으로 많이 찾았던 가성비 중심 소비는 감소했다.

일본인 관광객도 한국에서 ‘가심비’ 소비를 확대했다. 골든위크 기간 쇼핑 결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5% 늘었으며, K-뷰티와 K-패션 수요에 힘입어 백화점 등 고급 소매점 결제는 약 60% 증가했다.

외식도 단순히 한 끼를 해결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일본인 여행객의 1회 외식 평균 결제액은 약 25% 상승했다. 특별한 미식 경험이나 상대적으로 고급스러운 식당을 찾는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만의 밤 문화를 즐기는 여행도 증가했다. 야식과 공연, 클럽 등을 포함한 심야 시간대 결제는 약 70% 뛰었다.

프리미엄 카드 결제, 한국인 일본서 75%·일본인 한국서 95% 증가

프리미엄 소비 확대는 카드 사용에서도 뚜렷했다.

일본에서 사용된 한국 프리미엄 카드 결제액은 전년 대비 약 75% 증가했다. 일반 카드와 비교하면 성장 속도가 약 3배 빠른 수준이다.

반대로 한국에서 일본인 여행객이 사용한 프리미엄 카드 결제액은 약 95% 증가했다.

여행객이 단순한 가격 경쟁보다 자신의 취향과 만족도를 높이는 데 더 많은 비용을 쓰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금 대신 ‘톡’…방일 한국인 70% 컨택리스 경험

소도시와 골목상권으로 여행 범위가 확대되면서 결제 편의성도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비자에 따르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 가운데 약 70%가 카드를 단말기에 대는 비접촉식 결제, 이른바 ‘탭투페이(Tap to Pay)’를 한 번 이상 이용했다.

한국인의 일본 내 컨택리스 결제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약 55% 증가했다. 일본이 여전히 현금 중심이라는 인식과 달리, 현재 일본 내 비자 대면 결제의 약 65%가 컨택리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을 찾는 일본인의 컨택리스 사용도 빠르게 늘었다. 방한 일본인의 비접촉 결제 규모는 전년 대비 약 80% 증가해 접촉식 결제 증가율 약 55%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중소상점에서 변화가 두드러졌다. 노점과 개인 카페 등 소규모 가맹점에서 일본인 결제는 약 80% 늘어 대형 가맹점의 증가율 약 55%보다 높았다.

컨택리스 결제를 먼저 도입한 한국 중소상점의 결제 규모는 미지원 상점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교통도 ‘카드 한 장’…일본 오픈루프 결제 40% 성장

여행객의 이동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일본에서는 해외에서 쓰던 신용·체크카드를 그대로 대중교통에 사용할 수 있는 개방형 교통결제 시스템, 이른바 ‘오픈루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방일 한국인의 대중교통 컨택리스 결제는 약 40% 증가했다. 다만 인지도는 아직 높지 않았다. 비자가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1.3%는 일본 대중교통에서 해외카드로 직접 결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하지만 오픈루프를 설명한 뒤에는 대중교통 이용 의향자의 48.6%가 향후 일본 여행에서 오픈루프를 사용하겠다고 답해 가장 선호하는 결제 방식으로 꼽혔다.

반면 한국은 아직 도입 초기 단계다. 방한 일본인의 대중교통 컨택리스 이용률은 방일 한국인의 약 4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오픈루프 적용 범위가 확대될 경우 외국인 관광객의 이동 편의뿐 아니라 지역 상권 접근성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패트릭 스토리(Patrick Storey) 비자코리아 사장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여행객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며 양국 간 여행 교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지고 있다”며 “대도시 랜드마크를 벗어나 소도시 골목상권을 찾고, 취향에 맞는 경험에 지갑을 여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가 비자의 결제 데이터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된다”고 말했다.

이어 “여행객들이 더 넓은 곳으로 발길을 넓힐수록 어디서든 익숙한 카드 한 장으로 대중교통부터 동네 식당까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결제 환경이 더욱 중요해진다”며 “비자는 앞으로도 전 세계 가맹점 및 유관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여행객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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