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 아들 살린 그 병원서, 부모도 자신의 심장을 들여다봤다
좌측 부터) 신희경 씨, 심장내과 위진 교수, 한준욱 씨좌측 부터) 신희경 씨, 심장내과 위진 교수, 한준욱 씨

[투어코리아=최인철 기자] "아이가 쓰러졌을 때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정작 저희 부부 건강은 하나도 챙기지 못하고 있더라고요."

한 가족의 이야기가 병원 진료실 안팎에서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와 인천에 사는 한준욱(48) 씨 가족의 인연은 4년 전 아들의 응급 상황에서 시작됐지만, 지금은 부모의 건강 관리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2022년, 당시 열다섯 살이던 아들 가람 씨에게 갑작스러운 위기가 닥쳤다. 급성 전격성 심근염이 발병하면서 심장이 멎기를 반복했는데, 그 횟수만 여섯 차례에 달했다. 중환자실 앞을 떠나지 못한 채 밤낮으로 아이의 생사를 지켜봐야 했던 시간이었다.

당시 담당 의료진은 신속하게 임시 심박동기를 삽입하고 에크모(ECMO) 치료를 병행하며 대응에 나섰다. 여러 합병증 위험이 뒤따랐지만 가람 씨는 극적으로 고비를 넘겼고, 지금은 건강을 완전히 되찾아 대학생이 됐다. 가업을 이어받겠다는 목표로 학업에 매진하며 이따금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는 정도로 지내고 있다.

아버지 한 씨는 그 시절을 떠올리며 "가람이 걱정에 업무 중에도 공황장애 증상이 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아이가 회복되면서 마음의 짐은 덜었지만, 그제서야 눈에 들어온 건 정작 부부 자신의 몸 상태였다고 그는 전했다.

한 씨는 협심증,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을 모두 가진 심혈관 질환 초고위험군 환자다. 체중은 110kg에 이르는 고도비만이고 흡연도 계속해왔다. 이미 협심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온 지 오래됐지만, 좀처럼 상태가 나아지지 않아 답답함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왔다.

그럼에도 자신의 병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던 한 씨의 태도를 바꾼 건 아들의 사고였다. 아들이 무사히 회복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정작 본인이 안고 있던 위험 요인들을 더는 외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곧바로 아들을 치료했던 심장내과에서 자신의 진료도 받기 시작했다.

"아이가 살아만 있어 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는데, 다행히 잘 커줬다"며 "그렇다면 이제는 우리 부부도 아이 옆에 오래 있어줘야겠다는 마음으로 진료 예약을 잡았다"고 한 씨는 말했다. 현재 그는 혈압·혈당 조절은 물론 체중 관리와 생활습관 개선까지 포함한 통합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상태는 서서히 호전되는 중이다.

어머니 신희경(44) 씨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평소 큰 병치레가 없다고 여겨왔던 신 씨는 최근 독감을 앓은 뒤 일어설 때마다 눈앞이 캄캄해지고 귀가 먹먹해지며 식은땀이 나는 증상을 여러 차례 겪었다. 처음엔 컨디션 난조 정도로 넘기려 했지만, 아들의 일을 겪은 뒤라 예사롭게 넘기지 못했다. 가족의 권유로 결국 심혈관 질환 가능성과 위험 요인에 대한 정밀 검사를 받는 중이다. 체중 증가와 대사질환 여부를 포함한 전반적인 심혈관 위험도도 함께 평가받고 있다.

신 씨는 "가람이가 건강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면서도 "이제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남편과 제 건강부터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가족에게 병원은 더 이상 아플 때만 찾는 곳이 아니다. 평소에도 건강을 점검하고 위험 요인을 관리하는,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의료진에 따르면 심혈관 질환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오랜 시간 쌓인 생활습관과 위험 요인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특히 가족 중 누군가 중증 심혈관 질환을 겪었다면 다른 가족 구성원들도 함께 건강 상태를 점검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실제로 심혈관 질환은 유전적 요인뿐 아니라 생활습관, 식습관 등을 가족이 공유하는 경우가 많아, 한 명의 환자가 발생하면 다른 구성원들도 비슷한 위험에 노출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례는 한 가족 구성원의 극적인 회복이 계기가 돼 부모까지 적극적으로 건강관리를 시작하게 된 경우로, 치료뿐 아니라 예방과 조기 발견까지 이어지는 것이 심혈관 질환 관리의 핵심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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