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일극 깨고 지방을 성장축으로”… 청와대서 터진 ‘대한민국 성장 대전환’
▲오른쪽부터 시계방향. 허태정 대전시장, 조상호 세종시장, 박수현 충남도지사. /사진 편집-류석만 기자▲오른쪽부터 시계방향. 허태정 대전시장, 조상호 세종시장, 박수현 충남도지사. /사진 편집-류석만 기자

[투어코리아=류석만 기자] 대한민국의 성장공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수도권에 집중된 국가 성장동력을 지방으로 확산하고, 지역이 직접 산업과 도시의 미래를 설계하는 ‘지방주도 성장’이 국가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0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대전·충남·세종이 잇따라 지역별 핵심 성장전략을 제시하며 국가균형발전을 넘어 ‘지방 성장 대전환’을 정부에 강하게 요구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한성숙 국무총리, 관계 부처 장관, 16개 시·도지사 등이 참석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협력 강화와 지방정부 주도의 성장전략을 집중 논의했다.

특히 대전은 대덕연구개발특구 고도화, 충남은 4대 권역별 성장엔진, 세종은 행정수도 완성을 각각 국가 성장전략의 핵심축으로 제시하면서 충청권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판을 열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 대전 “대덕특구를 HBM처럼 초고밀도로”

허태정 대전시장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수석부회장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해 대덕연구개발특구의 규제 혁신과 초고밀도 집적화를 강력히 촉구했다.

허 시장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대덕특구 혁신의 비유로 제시했다.

기술을 수평적으로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구·산업 역량을 수직으로 고밀도 집적해야 세계적인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논리다.

허 시장은 현재 대덕특구가 수십 년 전 만들어진 규제에 가로막혀 연구 인프라가 횡으로 분산돼 있고, 연구·산업 간 융합을 위한 고밀도 집적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층수 제한 완화 등 규제를 과감히 풀어 연구·산업·주거·생활이 융합된 미래형 혁신공간으로 대덕특구를 재편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또 대덕특구 집적화의 핵심 코어 역할을 할 ‘국가 반도체 종합연구소’의 대전 조속 구축도 요청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대체 불가 대한민국 기술패권의 시작은 대덕특구 고도화와 집적화에 달려있다”며 “반도체를 쌓아 HBM을 만들었듯 대전의 과학 역량을 초고밀도로 쌓아 대한민국이 세계 정상의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는 가장 단단한 주춧돌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 충남, ‘4대 성장엔진’ 국가전략에 탑승

충남은 이날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 연계 권역별 성장엔진 육성방안’에서 중부권 핵심 산업으로 4개 분야가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선정 분야는 ▲차세대 반도체·디스플레이 ▲고부가 바이오 의약·소재 ▲첨단 배터리 ▲미래 방산·수송 시스템이다.

단순히 산업 분야의 이름을 올리는 수준을 넘어 재정·금융·세제·인재·인프라·기술창업·제도 등 7대 정책지원 패키지를 집중 지원하는 국가 성장전략으로 추진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충남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56조원, 삼성디스플레이의 디스플레이 67조원, 삼성SDI의 이차전지 9조원 등 모두 202조원 규모의 대규모 민간투자가 예정돼 있다.

국가 성장엔진과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맞물리면서 충남을 중심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바이오·방산·모빌리티 산업생태계가 한층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박수현 충남지사는 “이번 성장엔진 선정은 충남이 가진 산업 경쟁력과 미래 비전이 국가 성장전략에 구체적으로 반영된 의미 있는 성과”라며 “선정에 만족하지 않고 충남이 주도적으로 육성계획을 마련해 기업 투자가 산업생태계 확장과 양질의 일자리, 지역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세종 “행정수도 완성이 새로운 성장전략”

세종은 행정수도 완성 자체를 국가 성장전략의 핵심축으로 제시했다.

조상호 세종시장은 이날 ‘지방정부 주도 성장 성공전략’ 발표를 통해 수도권 집중과 지역 간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이 주도하고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새로운 국가발전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핵심으로 행정수도 완성을 꼽았다.

조 시장은 행정수도특별법 제정을 통해 주요 헌법기관과 미이전 중앙부처의 이전·운영 계획을 확정하고, 세종의 도시 핵심기능을 국가정책 차원에서 강화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세종이 제시한 핵심 기능은 ▲중앙·도시행정 ▲첨단산업 ▲문화·국제교류 ▲대학·연구 ▲의료·복지 ▲광역교통 등이다.

행정기관만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연구·문화·의료·교통까지 갖춘 완성형 행정수도를 구축해야 국가균형발전의 실질적인 성장거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 기반 강화 방안으로는 지방교부세 제도 개선과 개발이익의 지역 재투자, 기업 유치 등을 함께 제시했다.

조상호 세종시장은 “행정수도 완성은 지역 주도의 성장을 이끌어 대한민국이 새롭게 도약하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며 “세종시가 국가균형성장의 거점이 되고 중앙과 지방이 상생하는 모범적인 협력 모델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 충청권, ‘균형발전’에서 ‘국가 성장’으로

이번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충청권이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방에 나눠주는 균형발전이 아니라 지방이 대한민국 성장을 이끄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대전은 과학기술과 연구개발, 충남은 제조업과 첨단산업, 세종은 행정과 국가정책의 중심이라는 각 지역의 강점을 국가 성장전략과 연결했다.

특히 대덕특구의 과학기술 역량과 충남의 202조원 규모 민간투자, 세종의 행정수도 기능이 충청권 광역협력으로 이어질 경우 과학·산업·행정이 결합한 새로운 국가 성장벨트로 발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 역시 권역별 성장엔진을 중심으로 국가 산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지방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제 관건은 선언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다.

대덕특구 규제혁신, 국가 반도체 종합연구소 구축, 충남 4대 성장엔진의 구체화, 행정수도특별법 제정과 세종의 재정기반 확충 등이 실제 정책과 예산으로 연결돼야 한다.

청와대에서 시작된 ‘지방주도 성장’ 논의가 대한민국의 성장 지도를 수도권 일극에서 다극체제로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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