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토론회는 없고 '정견발표회'만 있었다
▲김교환 투어코리아뉴스 울산·경남·경북남부 부장

[투어코리아=김교환 기자] 지난 28일 울산광역시의회 3층 회의실에서 열린 '울산시민 대토론회, 울산트램 사업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를 취재하며 내내 든 생각은 하나였다. 이게 정말 '토론회'가 맞나.

토론회의 본래 취지는 명확했다. 트램 사업을 둘러싼 찬반 양측의 목소리를 골고루 듣고, 시민들이 판단할 근거를 마련하는 자리여야 했다. 그러나 정작 300여 명의 시민이 어렵게 시간을 내 자리를 채운 이 토론회는, 축사가 길어지는 바람에 정작 시민들을 위한 토론과 질의응답 시간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특히 김기현 국회의원과 임현철 남구청장의 축사는 흡사 국민의힘 전당대회나 국회의원 의정보고회 같은 당내 행사를 방불케 했다.

김기현 국회의원의 축사는 절반은 트램 사업의 추진 경과에 대한 설명이었다. 박맹우 시장 시절 착수돼 송철호 시장 때 정부 고시와 예산 투입이 이뤄지고, 본인 재임 시절 국비를 확보해 2호선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끌어온 과정, 나아가 2~4호선 노선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짚은 대목은 시민들이 사업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나름의 정보값이 있었다.

문제는 그 설명의 앞뒤를 채운 다른 이야기였다. 그는 본격적인 설명에 앞서 트램과 직접 관련이 없는 김태규 의원과 임현철 구청장 띄우기에 시간을 할애했고, 반대 진영에 있는 현직 시장을 겨냥해 날을 세웠다. 그리고 설명을 마친 뒤에는 자신의 재임 시절 치적인 태화강 국가정원 조성 이야기로 넘어가 한참을 이야기했다. 트램 토론회 자리에서 국가정원 조성 당시 겪었던 반대 여론과의 갈등, 그것을 극복해낸 성과를 자랑하는 대목은 트램 사업과 직접적인 연관을 찾기 어려웠다.

임현철 남구청장의 축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임 청장은 국제정원박람회, 세계적 공연장 건립 문제 등 트램과 무관한, 그러나 현 시장과 각을 세우고 있는 사안들을 잇달아 꺼내며 여론전을 벌였다. "전직 시장이 했던 건 다 뭉개려는 느낌"이라는 발언에서는 이 자리가 트램에 대한 정책 토론인지, 정치적 대립 구도를 확인하는 자리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토론이라 함은 찬성과 반대, 양측의 입장을 균형 있게 배치하고 진행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의 인사말 속에는 이미 '찬성'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고, 토론회는 그 전제 위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정작 트램 반대 여론을 대변하는 인사는 단 한 명도 패널로 찾아볼 수 없었다.

더 짚어볼 부분은 패널 구성 자체다. 좌장인 김태규 국회의원을 비롯해 윤시철 전 울산시의회 의장, 박용걸·이장걸·안대룡 울산시의회 의원까지, 이날 무대에 오른 패널 6명 중 5명이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유일한 비정치인이자 트램 교통 분야를 다룰 수 있는 전문가는 이수형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박사 한 명뿐이었다. 정당은 물론 입장까지 한쪽으로 쏠린 패널 구성에서 '토론'이 성립하기란 애초부터 어려운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서로 치켜세우고 정견발표를 하듯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김기현·임현철 두 사람이 본격적인 토론에 앞선 순서인 축사에서 노골적이고 일방적으로 찬성 의견을 펼치는 모습을 지켜보며 혹시 반대 뜻을 품고 온 시민이 있었다면 본론에 들어가기도 전에 등을 돌리고 자리를 떴을지도 모를 일이다.

진정한 의미의 시민 대토론회였다면, 찬성 측과 반대 측 패널을 골고루 배정해 서로의 논리를 맞부딪히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야 한다. 트램 사업에 대한 불안과 의구심을 해소하겠다며 마련한 자리가, 오히려 한쪽 목소리만 확인하는 자리로 흘러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김태규 국회의원 스스로도 "일방적인 토론회는 안 되고 싶어서 요청을 드렸는데 그 부분이 아쉽다"고 토론 초반 밝힌 만큼, 이 문제의식은 주최 측도 공유하고 있었던 셈이다. 다음에 이런 자리가 다시 마련된다면, 이름에 걸맞은 균형이 갖춰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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