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 끝난 논이 ‘철새의 밥상’으로…홍성 천수만, 볏짚으로 생태계 지킨다
▲홍성군이 겨울 철새의 대표 도래지인 천수만 A지구 농경지를 중심으로 볏짚을 논에 남겨 철새의 안정적인 먹이활동과 휴식을 돕는 생태보전사업을 추진한다(천수만 철새 모습). /사진-홍성군▲홍성군이 겨울 철새의 대표 도래지인 천수만 A지구 농경지를 중심으로 볏짚을 논에 남겨 철새의 안정적인 먹이활동과 휴식을 돕는 생태보전사업을 추진한다(천수만 철새 모습). /사진-홍성군

[투어코리아=류석만 기자] 벼 수확이 끝난 논이 올겨울 수만 마리 철새들의 먹이터이자 쉼터로 다시 태어난다.

충남 홍성군이 겨울 철새의 대표 도래지인 천수만 A지구 농경지를 중심으로 볏짚을 논에 남겨 철새의 안정적인 먹이활동과 휴식을 돕는 생태보전사업을 추진한다.

농민이 농사를 짓고 남은 볏짚을 그대로 논에 남기면 철새에게는 먹이와 휴식공간이 되고, 농가에는 생태계 보전에 대한 경제적 보상이 돌아가는 방식이다.

농업과 환경보호를 따로 보지 않고, 농촌의 생산활동 자체를 생태계 보전과 연결하는 주민 참여형 환경정책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 천수만 농경지가 겨울 철새의 ‘생명터’로

홍성군은 오는 9월 1일부터 30일까지 ‘생태계서비스지불제 계약사업’ 참여 농가를 모집한다.

사업 대상은 겨울 철새 도래지인 천수만 A지구 일대 농경지다.

핵심은 ‘볏짚 존치’다.

참여 농가는 벼 수확을 마친 뒤 볏짚을 10~15cm 길이로 잘라 논바닥에 고르게 뿌려 놓는다.

수확과 동시에 논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대신 볏짚을 남겨 철새들이 논에 남은 낙곡 등을 먹고 쉬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겨울철 천수만을 찾는 철새들에게 농경지는 단순한 논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중요한 공간이다.

볏짚이 남겨진 논은 철새들의 먹이활동을 돕는 동시에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활용된다.

■ ‘생태계 보전’에 농가도 웃는다

이번 사업의 특징은 환경보호의 부담을 농가에만 떠넘기지 않는다는 데 있다.

농가가 생물다양성 보전에 기여하는 활동을 자발적으로 수행하고, 행정기관은 그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제공한다.

바로 ‘생태계서비스지불제’다.

생태계서비스지불제 계약사업은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해 주민들이 생태계서비스 유지·증진 활동에 참여하고 그 대가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주민 참여형 생태보전 정책이다.

농민에게는 새로운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고, 지역 생태계에는 안정적인 서식환경을 조성하는 ‘상생형 환경정책’인 셈이다.

■ 농민의 논이 ‘철새 호텔’로…생물다양성 보전 효과 기대

천수만 A지구는 농경지와 갯벌, 해안 생태계가 어우러진 대표적인 철새 서식공간이다.

하지만 철새들이 안정적으로 머물기 위해서는 농경지의 먹이와 휴식공간 확보가 중요하다.

홍성군은 볏짚 존치를 통해 수확 이후에도 농경지가 철새들에게 생태적 가치를 제공하도록 하고, 농업과 자연환경이 공존할 수 있는 기반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농가의 자발적인 참여가 확대될수록 천수만 일대의 생태환경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 “논을 지키는 것이 철새를 지키는 일”

이번 사업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농사를 멈추는 방식’이 아니다.

농업활동을 계속하면서도 수확 이후 남는 볏짚을 활용해 자연과 공존하는 방식이다.

농민에게는 소득과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고, 철새에게는 겨울을 날 수 있는 먹이와 쉼터를 제공한다.

결국 농민이 논을 지키는 일이 곧 철새를 지키고 지역 생태계를 보전하는 일로 연결되는 것이다.

홍성군 관계자는 “지역 생태계 보호와 주민의 경제적인 혜택을 동시에 이루는 중요한 사업”이라며 “많은 주민이 사업을 통해 환경 보호에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9월 한 달간 참여 농가 모집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농가는 9월 1일부터 30일까지 서부면·갈산면 행정복지센터 또는 홍성군청 환경과를 방문해 신청하면 된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 홍성군청 홈페이지를 확인하거나 환경과로 문의하면 된다.

올겨울 천수만의 논은 다시 한 번 철새들의 중요한 생존 공간이 될 전망이다.

수확이 끝난 논에 남겨진 작은 볏짚 하나가 철새에게는 먹이가 되고, 농민에게는 보상이 되며, 지역에는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기반이 된다.

사람이 농사를 짓는 땅과 철새가 살아가는 땅은 서로 다른 공간이 아니다.

홍성군의 볏짚 존치사업이 농업과 생태계가 함께 살아가는 천수만형 환경보전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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