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세금 310억 넣고 집행은 왜 이 모양?”…문체부 추경사업 ‘졸속 편성’ 도마
▲질의 중인 윤용근(국민의힘·공주·부여·청양) 국회의원 모습. /사진-윤용근 국회의원실▲질의 중인 윤용근(국민의힘·공주·부여·청양) 국회의원 모습. /사진-윤용근 국회의원실

[투어코리아=류석만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집행 실태가 국회에서 정면으로 도마에 올랐다.

과거 국회에서 집행 부진과 추경 편성의 적정성을 지적받았던 문화예술 지원사업이 비슷한 방식으로 다시 추진됐지만 또다시 저조한 집행률을 기록한 데 이어, 국회가 연내 집행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던 K-콘텐츠 AI 사업에도 210억원이 추가 편성됐으나 실제 집행은 19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윤용근(국민의힘·공주·부여·청양) 국회의원은 문체부 2025회계연도 결산자료를 분석한 결과라며 “실패 원인에 대한 분석과 검증 없이 정책과 예산을 반복한 것 아니냐”고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핵심은 단순하다.

예산은 편성됐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사업 성과와 실제 집행은 뒤따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 공연·미술 관람쿠폰 100억원…미술 분야 실집행률 3.7%

문체부는 2025년 제2차 추경을 통해 본예산에 없던 공연예술관람료 지원 51억원과 미술전시관람료 지원 49억원 등 총 100억원을 신규 편성했다.

공연 분야에는 1만원 상당 할인쿠폰 50만장, 미술전시 분야에는 3천원 또는 5천원 상당 할인쿠폰 160만장을 발행해 문화예술 소비를 촉진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실제 집행 결과는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공연예술관람료 지원은 51억원 가운데 24억5,100만원이 집행돼 ‘실집행률 48.1%’에 머물렀다.

더 큰 문제는 미술 분야였다.

49억원의 예산 가운데 실제 집행액은 1억8,000만원에 불과했다.

실집행률은 고작 3.7%.

100억원을 편성해 놓고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사업과 4%에도 못 미친 사업이 동시에 나온 것이다.

■ 5년 전에도 실패…“왜 같은 정책을 다시 했나”

윤 의원이 특히 주목하는 대목은 이번 결과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0년 코로나19 대응 3차 추경에서도 공연·미술 관람료 할인 지원사업이 추진됐다.

당시 공연예술관람료 지원은 28억8,000만원 가운데 1억7,300만원만 집행돼 ‘실집행률 6%’에 그쳤고, 미술전시관람료 지원 역시 52억원 중 1억6,300만원만 집행돼 3.1%에 머물렀다.

당시에는 코로나19로 공연과 전시 운영 자체가 어려웠다는 특수성이 있었지만, 국회 결산심사에서 집행 부진 문제가 지적됐다.

문체부는 국회의 시정 요구에 따라 사업을 종료하고 추후 추경사업 추진 과정에서 관련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겠다는 취지의 조치 결과까지 보고했다.

그런데 5년 뒤 다시 유사한 사업이 추진됐고, 이번에는 코로나19와 같은 전면적인 문화시설 운영 제약이 없는 상황에서도 미술 분야 실집행률이 3.7%에 그쳤다.

윤 의원은 이를 두고 정책 설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쿠폰만 뿌린다고 문화소비 늘지 않는다”

윤 의원이 제기한 또 하나의 문제는 지역 간 문화 인프라 격차다.

수도권과 달리 비수도권은 공연장과 미술관 등 문화시설 자체가 부족하고, 시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 공급에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전국에 할인쿠폰을 일률적으로 배포하는 방식만으로 문화향유 격차를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윤 의원은 “지방에 볼 만한 공연과 전시가 없고 이를 즐길 시설조차 부족한데 할인쿠폰만 뿌린다고 문화향유 기회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단순한 소비 할인보다 지역에 실제 공연과 전시가 공급되도록 만드는 정책 전환이라는 주장이다.

■ AI에 210억원 추경…실제 집행은 19억원

문체부의 추경 논란은 문화예술 할인쿠폰 사업에 그치지 않는다.

‘K-콘텐츠 AI 혁신 선도 프로젝트’ 역시 국회에서 강한 문제 제기가 예상된다.

문체부는 2025년 제2차 추경에서 해당 사업에 210억원을 추가 편성했다.

그러나 결산자료 분석 결과 제2차 추경 증액분 가운데 연내 실집행액은 약 19억원으로, ‘실집행률이 약 9%’에 그쳤다.

당시 국회는 사업이 2026년 6월까지 진행될 예정인 만큼 연내 집행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210억원의 추경 증액이 이뤄졌고, 결과적으로 연내 집행률은 한 자릿수 수준에 머물렀다는 것이 윤 의원의 주장이다.

윤 의원은 “추경은 긴급하고 시급한 재정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이라며 “처음부터 다음 해까지 추진할 사업이었다면 다음 연도 본예산으로 편성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국회 경고에도 또 반복…“책임소재 밝혀야”

윤 의원은 과거 국회의 시정 요구가 있었음에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됐다는 점을 강하게 문제 삼고 있다.

국회는 2020회계연도 결산 과정에서 추경 편성요건에 맞지 않는 사업으로 예산 낭비가 발생했다며 문체부에 시급성이 낮은 사업을 추경으로 편성하지 않도록 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런데 다시 연내 집행이 어려운 사업에 대규모 추경이 투입됐다면 예산 편성 단계부터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과거 국회의 시정요구에 조치를 완료했다고 보고해 놓고 또다시 연내 집행이 어려운 사업을 추경에 편성했다”며 “누가 연내 집행 가능성을 검토했고, 누가 210억원 추경 편성을 최종 결정했는지 책임소재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 국비 100% 민간사업…성과는 무엇으로 증명하나

K-콘텐츠 AI 혁신 선도 프로젝트의 사업 구조도 논란의 핵심이다.

해당 사업은 3개 프로젝트에 각각 70억원씩 총 210억원을 국비 100%로 지원하며, NC AI, CJ포디플렉스, 더핑크퐁컴퍼니 등 민간기업이 주관한다.

윤 의원은 AI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지원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세금으로 민간기업 사업의 위험을 전부 부담하는 구조가 적절한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업 종료 이후 운영주체와 서비스 기간, 예상매출, 민간투자, 해외수출, 국민 이용방안 등 구체적인 사업화·활용계획이 명확한지에 대해서도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AI 산업에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할 필요성은 있지만 민간기업이 사업화하고 수익을 얻는 사업의 위험까지 국민 세금이 100% 부담하는 구조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정부 지원이 실제 민간투자·매출·수출·고용·제작비 절감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 실질적인 성과로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31일 문체부 장관 상대 집중 질의…예산 편성 책임 따진다

윤 의원은 31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비경제분야 전체회의에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상대로 관련 사업의 편성과 집행 과정을 집중적으로 따질 예정이다.

공연·미술 관람료 지원사업에 대해서는 과거 사업의 실패 원인을 분석했는지, 2025년 사업을 다시 추진한 근거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수도권·비수도권 문화시설 접근성, 지역별 콘텐츠 공급 현황, 할인쿠폰 사용률, 이용 가능한 공연장·미술관 현황, 주민 문화향유 수요 등을 분석했는지 자료 제출을 요구할 계획이다.

K-콘텐츠 AI 사업에 대해서도 추경 편성 당시 연내 집행 가능성을 누가 검토했는지, 210억원 증액 결정 과정과 사업 성과관리 체계가 적절했는지 등을 따져볼 방침이다.

윤 의원은 “과거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기는커녕 원인 분석 없이 정책만 되풀이한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도 예산 편성에서는 사업을 전면 재점검하고 문화소외지역에 양질의 공연과 전시가 실제 공급될 수 있도록 지원방식을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재정은 국민의 땀으로 만들어진 돈”이라며 “AI라는 이름이 아니라 투자·매출·수출·고용과 국민이 체감하는 편익으로 성과를 증명해야 한다. AI의 가능성에는 과감하게, 국민의 세금 앞에서는 냉정하게 살피겠다”고 밝혔다.

310억원 규모의 추경이 투입된 문화예술·콘텐츠 사업에서 반복된 낮은 집행률.

이번 논란은 단순히 돈을 얼마나 썼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세금이 실제 문화향유 확대와 콘텐츠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는지, 그리고 실패한 정책을 왜 다시 반복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번지고 있다.

국회가 문체부의 예산 편성과 집행, 성과관리 전반에 대한 검증에 나서면서 문화예술 정책의 ‘예산 규모’보다 실제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와 책임 있는 재정 운용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