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체육회 보조금이 왜 ‘눈먼 돈’이 됐나…부여군, 이제는 시스템으로 답해야 한다
▲류석만 투어코리아뉴스 / 대전·충청·세종본부 본부장.▲류석만 투어코리아뉴스 / 대전·충청·세종본부 본부장.

[투어코리아=류석만 기자] 군민의 세금에는 이름표가 붙어 있다.

체육회 보조금이라고 해서 그 이름표가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체육대회를 열고 선수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급되는 보조금은 분명 필요한 공공재원이다.

그러나 그 돈이 목적과 다르게 쓰이거나 정산 과정에서 허점이 발생한다면 문제는 단순한 회계 실수가 아니다.

군민의 혈세가 제대로 관리됐느냐는 행정의 기본을 묻는 문제다.

충남 부여군 체육회 보조금 문제가 경찰 수사로까지 이어진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지난 1월 부정 집행 관련 제보가 접수됐고, 군은 자체 특별점검에 들어갔다.

이후 경찰 수사가 진행됐으며, 문제가 된 2025년도 용선대회 목적 외 사용 보조금에 대해서는 일부 환수 조치도 이뤄졌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은 하나다.

“돈을 돌려받았으니 끝난 것인가.”

아니다.

환수는 마지막 조치가 아니라 최소한의 조치다.

더 중요한 질문은 “왜 애초에 그런 집행이 가능했느냐”다.

보조금은 교부하는 순간 행정의 책임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때부터가 관리의 시작이다.

사업계획은 제대로 검토됐는지, 집행 과정에서 목적 외 사용 가능성은 없었는지, 증빙자료는 적정했는지, 현장에서는 실제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됐는지, 정산 과정에서 이상 징후를 걸러낼 장치는 제대로 작동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 뒤 특별점검을 하고 경찰 수사까지 거친 뒤에야 관리 시스템을 대폭 손질한다면, 행정은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놓친 것은 무엇이었는가.”

부여군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조금 관리 시스템을 전면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알기 쉬운 통합 정산 매뉴얼을 배포하고, 체육대회와 행사 전 회계교육을 의무화한다. 보조금 집행 현황을 상시 공개하고, 분기별 현장점검도 정례화한다.

대규모 사업에는 외부 회계감사를 의무화하고, 정산 성과를 다음 연도 예산 지원 규모와 연계한다.

방향은 맞다.

그러나 제도는 종이에 있고, 보조금은 현장에서 움직인다.

매뉴얼 한 권이 부정 집행을 막아주는 것은 아니다.

교육을 한 번 했다고 회계가 투명해지는 것도 아니다.

현장점검을 했다는 보고서 한 장이 관리·감독의 실효성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점검했다’가 아니라 ‘제대로 찾아냈느냐’다.

문제가 발견됐을 때 누가 책임졌는지, 환수는 얼마나 신속하게 이뤄졌는지, 같은 유형의 사업 전체를 다시 들여다봤는지, 관련 단체에 어떤 후속 조치가 내려졌는지까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특히 이번에 도입되는 대규모 사업 외부 회계감사 제도와 정산 성과 평가제가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보조금을 제대로 집행한 단체와 그렇지 못한 단체가 다음 연도 예산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면 성과 평가제는 이름뿐인 제도가 된다.

반대로 부적정 집행이 확인됐는데도 ‘다음부터 잘하면 된다’는 식으로 넘어간다면 제도의 경고음은 아무런 힘을 갖지 못한다.

보조금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 한다.

그리고 그 책임은 체육회나 종목단체에만 국한돼서는 안 된다.

보조금을 교부하고 관리·감독하는 행정 역시 이번 일을 통해 관리 시스템에 허점이 없었는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물론 모든 부적정 집행의 책임을 행정에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관리·감독의 역할이 존재하는 이상 ‘몰랐다’는 말만으로 행정의 역할이 끝나지는 않는다.

군민들이 원하는 것도 처벌을 위한 처벌이 아니다.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으라는 것도 아니다.

군민들이 원하는 것은 아주 상식적인 것이다.

내 세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알 수 있고, 잘못 쓰이면 반드시 바로잡히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 것.

그것이 보조금 행정의 기본이다.

부여군이 이번에 ‘보조금 관리 시스템 개선’을 선언한 만큼 이제부터는 말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2025년도 미정산 사업을 얼마나 신속하고 철저하게 정산하는지, 부당 집행액을 얼마나 정확하게 환수하는지, 대규모 사업의 외부 회계감사가 실제로 독립성과 실효성을 갖추는지, 현장점검 결과를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는지가 관건이다.

무엇보다 체육회 보조금의 집행 내역을 군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공개하는 것이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한 번의 보조금 집행 문제’로 규정한다면 또 다른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보조금 행정의 낡은 관행을 뜯어고치고, 체육회와 행정 모두에게 보다 엄격한 책임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위기는 시스템을 바꾸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조건이 있다.

이번에는 정말 바뀌어야 한다.

군민의 세금은 누구의 쌈짓돈도 아니고, 체육회의 전유물도 아니다.

지원받는 쪽에는 투명한 집행의 의무가 있고, 지원하는 쪽에는 철저한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다.

그 원칙이 무너지는 순간 보조금은 ‘지원’이 아니라 ‘특혜’로 비칠 수 있다.

부여군이 전국 규모 체육대회 유치와 지역 체육 발전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먼저 넘어야 할 산도 바로 여기에 있다.

대회를 얼마나 크게 치르느냐보다 돈을 얼마나 투명하게 쓰느냐가 먼저다.

군민의 신뢰를 잃으면 아무리 화려한 체육행사도 박수받기 어렵다.

반대로 보조금 한 푼까지 투명하게 관리하고 잘못된 부분에는 단호하게 책임을 묻는 행정이 자리 잡는다면, 이번 논란은 부여군 체육행정의 뼈아픈 과거가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제 공은 부여군에 넘어왔다.

“관리하겠다”는 선언은 충분하다.

이제는 보여줘야 한다.

군민의 혈세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누가 책임지고 있는지, 잘못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바로잡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것을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그것이 경찰 수사와 환수 조치 이후 부여군이 군민에게 보여줘야 할 진짜

쇄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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