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주 1주택자 종부세 12억 유지…이젠 ‘보유’보다 ‘거주’가 세금 가른다

[투어코리아=김동환 기자]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9억원으로 낮추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현행 12억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8월 3일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지 29일 만의 수정이다. 세 부담 상한을 150%에서 200%로 높이려던 방안도 거둬들였다.

비거주 1주택자는 당장 급격한 세 부담 증가를 피하게 됐다. 그러나 이를 종부세 정책의 ‘원상복구’로만 해석하면 앞으로의 변화를 놓칠 수 있다.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에게서 3억원의 공제를 줄이는 방식은 포기했지만, 실제 거주하는 1주택자를 더 우대하겠다는 방향은 남겼기 때문이다.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현행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확대하고 향후 세액공제에서도 장기보유보다 실제 거주기간의 비중을 높이는 방안이 추진된다.

결국 이번 개편의 핵심은 ‘9억원이냐 12억원이냐’에만 있지 않다. 1주택자의 절세를 좌우하던 ‘보유 기간'에서 ‘실 거주기간’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집 한 채를 10년간 보유하면서 다른 곳에서 살았던 사람과 같은 집에서 10년을 실제 거주한 사람의 세금이 지금보다 뚜렷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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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만에 바뀐 정부안…비거주 1주택 12억원 유지

정부가 지난달 처음 내놓은 세제개편안은 1세대 1주택자를 실거주 여부에 따라 확실하게 구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실거주 1주택자는 기본공제를 현행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늘리는 반면, 해당 주택에 살지 않는 1주택자는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직장 이동이나 자녀 교육, 부모 봉양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자기 집에서 살지 못하는 사람까지 세 부담을 높이는 것은 과도하다는 반발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달 23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비거주 1주택자 기본공제 축소와 세 부담 상한 인상을 다시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당시 “종부세의 경우 민주당은 1주택자에 대해 거주 비거주 구분을 두지 않기로 강하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결국 9월 1일 국무회의를 거친 정부안에서는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12억원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수정됐다.

다만 실거주 1주택자에게 적용할 14억원 공제는 그대로 남았다. 결과적으로 비거주자의 공제를 깎는 대신 실거주자에게 2억원을 추가로 공제된 셈이다.

공동명의도 총 12억원…세 부담 상한은 150%

부부 공동명의 비거주 1주택자의 부담도 당초 계획보다 줄어든다. 정부는 처음에는 1인당 4억원씩 총 8억원을 공제하려 했지만 수정안에서는 각각 6억원, 합계 12억원으로 높였다.

이에 따라 단독명의와 부부 공동명의 비거주 1주택자 모두 총 12억원을 기본공제받는 구조가 된다.

민주당 정책위는 이에 대해 “비거주 단독·부부 공동명의 모두 총 12억 원을 공제받게 되어 명의 형태에 따른 차별이 해소되었다”고 설명했다.

세금이 단기간에 크게 뛰는 것을 막는 세 부담 상한도 현행 150%를 유지한다. 당초 정부안에는 이를 200%까지 높이는 내용이 담겼지만 최종 정부안에서 제외됐다.

‘비거주=투자’로 볼 수 있나…세금 유턴 부른 현실

정부가 한 달도 되지 않아 공제 축소안을 접은 배경에는 ‘비거주 1주택자’를 하나의 집단으로 보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한 채를 가지고 있으면서 다른 곳에 사는 이유는 다양하다. 직장 전근으로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거나 자녀 학교 때문에 거주지를 옮길 수 있다. 질병 치료, 부모 봉양, 해외 체류 등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자기 집을 떠나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실제 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투자 목적의 주택 보유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정부가 취학, 직장 변경·전근, 질병, 전학, 해외 체류, 부모 봉양 등 불가피한 사유를 거주기간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해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24일 국회 예결위에서 “비거주에 대해서 인센티브 제도를 하다 보니까 실거주 대신 다 보유를 하려고 합니다. 이게 주택 시장을 좀 왜곡시킬 수 있어서…”라고 개편 취지를 설명했다.

앞으로 제도 설계의 관건은 단순히 주소지가 어디인지를 넘어 ‘왜 자기 집에 살지 못했는가’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될 전망이다.

진짜 변화는 ‘12억원’ 뒤에 있다…장기보유 공제 손질

비거주 1주택자가 더 눈여겨볼 부분은 기본공제보다 장기보유 세액공제다.

현행 종부세에서는 1세대 1주택자가 한 주택을 오래 보유하면 5년 이상 20%, 10년 이상 40%, 15년 이상 50%의 장기보유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고령자 공제는 60세 이상 20%, 65세 이상 30%, 70세 이상 40%이며 장기보유공제와 합해 최대 80%까지 적용된다.

정부안은 이 구조를 단계적으로 거주 중심으로 바꾸는 방향을 담고 있다.

2027년에는 보유기간에 따른 공제를 5년 이상 10%, 10년 이상 20%, 15년 이상 25%로 낮추는 대신 거주기간에 대해서는 각각 20%, 40%, 50%를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어 2028년부터는 보유기간보다 실제 거주기간을 중심으로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재편할 계획이다.

그동안 ‘한 채를 오래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절세에 유리했다면 앞으로는 장기보유만으로 같은 혜택을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같은 10년 보유라도 세금 달라진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각각 주택 한 채를 10년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A씨는 해당 주택에서 10년을 살았고 B씨는 집을 임대한 뒤 다른 곳에서 거주했다면 지금까지는 두 사람 모두 ‘10년 장기보유’라는 점이 중요한 공제 기준이었다.

정부안이 시행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보유기간이 같더라도 실제 거주기간에서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세액공제에서도 격차가 커질 수 있다.

결국 세제가 ‘1주택인가’를 확인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그 한 채가 실제 생활을 위한 집이었는가’를 따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장기간 보유하면서 다른 지역에서 전·월세로 생활하는 방식에도 세제상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 대목이다.

고가 1주택이라면 12억원만 봐선 안 된다

비거주 1주택 기본공제가 12억원으로 유지됐다고 해서 향후 세 부담 변수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종부세는 기본공제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공시가격에서 기본공제를 제외한 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적용해 과세표준을 산출하고, 여기에 세율과 각종 세액공제를 반영한다.

현재 주택분 종부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은 60%다. 정부안에는 향후 이를 조정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장기적으로 종부세 세율을 주택 수보다 주택 가액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안까지 추진되고 있어 가격이 높은 1주택일수록 여러 변화가 겹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세 부담을 판단할 때는 ‘기본공제 12억원 유지’만 떼어 볼 것이 아니라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 거주기간 공제를 함께 따져봐야 한다.

올해 종부세가 당장 바뀌는 것은 아니다

시점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9월 1일 국무회의를 거친 내용은 정부가 추진하는 세법 개정안이다. 관련 법률안은 9월 3일까지 국회에 제출돼 정기국회 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따라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세부 내용이 다시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2026년 현재 시행되는 종부세 제도에서는 일반 개인의 주택분 기본공제가 9억원, 1세대 1주택자는 12억원이며 공정시장가액비율은 60%다.

정부안이 발표됐다고 해서 올해 납부할 종부세가 새로운 방식으로 즉시 계산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현재 적용되는 세법과 향후 시행을 목표로 하는 개정안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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