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명의 기억이 벽이 된다”…섬비엔날레, 원산도에 ‘기억의 미술관’
▲섬문화예술플랫폼 이미지. /사진-조직위▲섬문화예술플랫폼 이미지. /사진-조직위

[투어코리아=류석만 기자] 2027년 충남에서 첫선을 보이는 ‘제1회 섬비엔날레’가 전시장을 넘어 지역 주민과 도민의 기억을 작품으로 남기는 대형 공공예술 프로젝트에 나선다.

섬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보령 원산도에 조성 중인 ‘섬문화예술플랫폼’ 야외 담장에 ‘섬의 기억’을 주제로 도민과 지역 예술인이 함께 만드는 공공예술 작품을 제작·설치한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전문가들만 작품을 만드는 기존 전시 방식에서 벗어나 도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창작의 주체로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조직위는 도민 공모를 비롯해 보령시 청소년 미술 실기대회, 지역 예술인 협업, 도내 대학생 참여, 만세보령문화제 연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을 모아 약 1700장의 그림타일을 제작한다.

완성된 작품은 섬문화예술플랫폼 야외 담장에 설치된다.

길이 64m에 달하는 ㄱ자형 담장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공공미술 작품이 되는 셈이다.

■ “내가 만난 섬, 내가 기억하는 섬”…도민의 이야기가 예술이 된다

조직위는 오는 14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도민을 대상으로 ‘섬의 기억’ 작품 공모를 진행한다.

참여 문턱도 낮췄다.

성인은 물론 유아와 청소년, 장애인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전문적인 미술작품이 아니어도 된다.

그림은 물론 손글씨와 사진 등 섬에 대한 기억과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면 참여할 수 있다.

어릴 적 부모와 함께 찾았던 섬, 가족과 보냈던 바닷가의 기억, 고향 섬의 풍경, 섬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등 개인의 추억이 하나의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특히 서로 다른 세대와 지역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섬’이라는 공통된 소재를 통해 자신의 기억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작품 공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개인의 추억이 모여 지역의 역사로, 지역의 이야기가 모여 하나의 거대한 예술작품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 지역 작가·청년 예술인도 가세…섬 예술의 새로운 무대

이번 프로젝트에는 지역 예술인과 청년 예술인도 적극 참여한다.

조직위는 한국미술협회 보령지부와 협력해 보령을 비롯한 충남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모으고, 원산도와 고대도 주민들이 직접 제작한 작품도 확보할 예정이다.

도내 대학 미술 전공 청년 예술인들과도 연계해 청년 세대의 감각과 시선을 프로젝트에 담는다.

청소년 미술 실기대회와 만세보령문화제 등 지역 행사와도 연계해 시민 참여 작품을 폭넓게 모집한다.

이는 섬비엔날레가 단순히 외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국제행사를 넘어 ‘지역 예술인과 청년 예술인, 주민이 함께 만드는 지역문화 플랫폼으로 자리 잡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 축제 끝나도 사라지지 않는다…‘섬의 기억’을 영구적으로 남긴다

이번 프로젝트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축제가 끝난 뒤에도 작품이 남는다는 데 있다.

섬문화예술플랫폼은 오는 12월 준공 예정으로, 지상 2층·연면적 약 3989㎡ 규모의 문화·집회시설이다.

2027년 제1회 섬비엔날레 기간에는 주전시장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행사가 끝난 뒤에도 지역사회의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여기에 도민들의 작품이 담긴 야외 담장까지 조성되면서 ‘섬문화예술플랫폼 전체가 지역 주민과 관광객이 일상적으로 찾는 상설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단 한 번의 축제를 위한 장식물이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기억이 쌓이는 문화유산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고효열 섬비엔날레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이번 공공예술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을 비롯한 도민들이 작품 창작의 주체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서로 다른 세대와 지역의 사람들이 표현하는 섬이 하나의 담장에 모이며 시설물 외벽을 넘어 기억이 축적되는 ‘열린 미술관’이자 섬비엔날레의 대표 상설 공공예술 공간으로 활용될 것”이라며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 “섬을 보러 왔다가, 사람들의 기억을 만난다”

섬비엔날레의 이번 공공예술 프로젝트는 축제의 개념도 바꿀 수 있다.

관람객이 작품을 일방적으로 감상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 도민이 직접 작품을 만들고 자신의 이야기를 남기는 참여형 축제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 예술인에게는 지역에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선보일 새로운 무대가 되고, 지역 작가들에게는 충남의 섬과 예술을 연결하는 창작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1700여 명의 기억이 한곳에 모이면 원산도의 담장은 단순한 외벽이 아니라 충남 사람들이 기억하는 섬의 역사와 풍경, 삶과 이야기를 기록한 거대한 ‘기억의 벽’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섬은 오랫동안 육지와 떨어진 공간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그 섬을 오히려 ‘사람과 예술, 세대와 지역을 연결하는 공간’으로 바꾸는 시도다.

2027년 첫발을 내딛는 섬비엔날레가 거대한 전시장 하나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주민의 삶과 기억을 예술로 기록하는 새로운 축제의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700개의 그림과 사진, 손글씨가 모이는 순간 원산도의 담장은 미술관이 된다. 그리고 그 미술관의 가장 중요한 작가는 바로 섬을 기억하는 도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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