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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코리아
▲류석만 투어코리아뉴스 / 대전·충청·세종본부 본부장.[투어코리아=류석만 기자] “현장에서는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성과평가표에는 왜 10점 만점입니까.”
이지윤 충남도의회 보건복지환경위원회 위원장이 던진 이 한마디가 충남도 민간위탁 행정의 허점을 정면으로 찔렀다.
어쩌면 단순한 점수 하나에 대한 문제 제기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현장은 부족하다고 말하는데 행정의 평가는 완벽하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는 틀린 것이다.
■ 현장은 “부족하다”, 평가표는 “10점 만점”
논란의 중심에는 ‘지역아동센터 충남지원단 운영사무 민간위탁 동의안’이 있다.
충남도 내 무려 ‘238개 지역아동센터’를 지원·관리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민간위탁사무심의위원회에서는 사업량에 비해 예산과 수행 인력이 부족하다며 추가적인 인력과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집행부 역시 현재 인력과 예산으로 238개 센터를 지원·관리하는 데 부족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정작 성과평가표에서는 ‘사업 인프라, 조직 및 운영 구성’ 항목이 10점 만점을 받았다.
이쯤 되면 기자 입장에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어느 쪽이 진짜인가?”
현장 인력은 부족하고 예산도 부족한데 조직과 운영은 만점이다.
그렇다면 평가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현장의 문제 제기가 잘못됐다는 이야기다.
둘 다 아니라면 평가체계 자체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 ‘만점’이라는 숫자가 오히려 불안한 이유
성과평가는 수탁기관에 점수를 매기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그 결과는 재위탁 여부와 예산 지원, 사업 지속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의회 역시 집행부가 제출한 평가자료를 토대로 수탁기관의 수행 능력과 재위탁의 타당성을 판단한다.
그런데 그 평가자료가 실제 현장과 다르다면 어떻게 되는가.
의회는 잘못된 자료를 보고 판단하게 된다.
평가표가 현실을 설명하는 자료가 아니라 현실을 가리는 자료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지윤 위원장이 “성과평가가 수탁기관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형식적·관행적으로 이뤄진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간위탁의 가장 위험한 순간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가 아니다.
문제가 있는데도 평가표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기록될 때다.
■ 행정의 숫자는 현장을 대신할 수 없다
행정은 숫자를 좋아한다.
몇 점인지, 몇 명인지, 몇 건인지, 몇 퍼센트인지 숫자로 만들어야 보고서가 되고 성과가 된다.
그러나 현장은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238개 지역아동센터를 관리하는 데 인력이 충분한지, 담당자들이 실제 업무를 감당할 수 있는지, 예산이 사업량에 맞는지, 현장에서 아이들과 종사자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는 단순한 점수 하나로 판단할 수 없다.
특히 아동 돌봄과 복지는 더 그렇다.
성과평가의 목적이 ‘좋은 점수를 주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찾아 개선하는 것이라면, 평가표에는 잘한 부분뿐 아니라 부족한 부분도 반드시 담겨야 한다.
10점 만점은 보기에는 깔끔하다.
하지만 그 10점이 현장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위험하다.
■ 민간에 맡겼다고 행정의 책임까지 넘길 수는 없다
민간위탁은 행정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다.
하지만 ‘민간에 맡긴다’는 것과 ‘책임까지 맡긴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사업을 위탁한 최종 책임은 행정에 있다.
수탁기관이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인력은 적정한지, 예산은 충분한지, 사업량은 감당할 수 있는지, 이용자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지를 끝까지 확인해야 한다.
더구나 민간위탁에 들어가는 재원은 결국 도민의 세금이다.
그렇다면 평가 역시 도민의 눈높이에서 이뤄져야 한다.
“수탁기관이 잘했는가”만 볼 것이 아니라 “도민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가 돌아갔는가”를 물어야 한다.
이것이 민간위탁 평가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 육아종합지원센터와 어린이인성학습원까지…‘효율성’이라는 이름의 함정
이지윤 위원장의 지적은 민간위탁 평가에만 머물지 않았다.
육아종합지원센터와 어린이인성학습원의 통합 논의에도 제동을 걸었다.
두 기관 모두 어린이와 가정을 대상으로 한다는 이유만으로 하나로 묶을 수는 없다.
육아종합지원센터는 보육과 양육 지원이라는 전문 영역을 담당하고, 어린이인성학습원은 아동 인성교육이라는 고유한 기능을 수행한다.
대상이 일부 겹친다고 기능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행정조직을 줄이고 예산을 절감하는 것이 언제나 효율적인 것도 아니다.
전문성이 사라지고 서비스 품질이 떨어진다면 그것은 효율화가 아니라 기능의 후퇴다.
통합을 논의하려면 먼저 물어야 한다.
“조직을 합치면 도민과 아이들에게 무엇이 더 좋아지는가.”
그 답이 없다면 통합은 단순한 조직개편에 불과하다.
■ 평가표를 다시 써야 한다
이번 논란에서 충남도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방어가 아니다.
평가표를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다.
사업량과 인력의 적정성, 예산 규모, 이용자 만족도, 현장 종사자의 의견, 사업의 실질적 성과, 개선 필요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평가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민간위탁사무심의위원회의 의견과 집행부의 자체 판단, 현장의 실제 상황이 성과평가에 제대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평가위원회에서는 ‘인력 부족’이라고 했는데 평가표에는 ‘조직·운영 10점’이라고 적혀 있다면, 그 점수가 어떻게 산출됐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점수에는 근거가 있어야 하고, 근거는 현장과 일치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정교한 평가표를 만들어도 종이 위의 숫자에 불과하다.
■ “10점 만점”보다 무서운 것은 ‘질문하지 않는 행정’이다
이번 사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0점이라는 숫자 자체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왜 10점인지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구조다.
평가표가 만들어지고, 결재가 이뤄지고, 의회에 제출되고, 재위탁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누구도 “이 점수가 현장과 맞습니까?”라고 묻지 않는다면 평가제도는 존재 이유를 잃는다.
오히려 이번에 이지윤 의원이 던진 질문은 불편하지만 필요한 질문이다.
“현장은 부족하다는데, 왜 평가표는 만점인가.”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할 수 없다면 충남도의 민간위탁 평가시스템은 다시 손봐야 한다.
■ 좋은 평가는 높은 점수가 아니다
좋은 평가란 모든 항목에서 높은 점수가 나오는 평가가 아니다.
잘한 것은 잘했다고 평가하고, 부족한 것은 부족하다고 적고, 문제가 있다면 개선을 요구하는 평가다.
그래야 재위탁도 제대로 판단할 수 있고, 예산도 제대로 투입할 수 있으며, 수탁기관도 개선할 수 있다.
무엇보다 도민이 낸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투명하게 설명할 수 있다.
민간위탁은 ‘맡기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맡긴 뒤 제대로 운영되는지 확인해야 하고,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면 고쳐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의 출발점이 바로 성과평가다.
평가표가 현장을 외면하는 순간 행정은 현실과 숫자 사이에서 길을 잃는다.
충남도가 이번 지적을 단순한 의회의 질책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민간위탁 성과평가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결국 행정이 기억해야 할 것은 하나다.
10점짜리 평가표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10점이 도민의 삶을 얼마나 바꿨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 답은 결재판 위의 숫자가 아니라 현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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