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5천 년 역사 위에 미래를 짓다

[투어코리아=이경아 ] 올해 여행업계에서 가장 큰 화제 가운데 하나는 단연 이집트 대 박물관 (Grand Egyptian Museum, GEM)의 개관이 아니었을까. 20년에 걸친 공사 끝에 모습을 드러내며, 세계 최대 규모의 고고학 박물관이라는 기록을 새로 쓴 이집트 대 박물관. 하지만 이곳이 진정 특별한 이유는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이 박물관은 수천 년의 역사를 보존하는 공간인 동시에, 그 화려한 유산을 품은 이집트가 앞으로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 카이로에 거주하게 된 지 6개월. 나는 오늘도 그동안 여러 매체에서 봐왔던 이집트가 아닌 새로운 이집트를 만난다. 이집트가 꿈꾸는 미래, 그 변화를 도시 곳곳에서 마주한다.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사막과 낙타. 이집트를 떠올리면 누구나 가장 먼저 그 풍경을 떠올리겠지만 이제 그 이상의 이집트를 만날 시간.

5천년의 역사 위에 또 다른 미래를 짓고 있는 이집트의 오늘을 소개한다.

낙타 대신 전기 셔틀…2026년, 이제 우리는 피라미드를 이렇게 만난다

이집트 여행의 시작이었던 피라미드 기자 지구의 여행법도 달라졌다. 그동안 입구마다 낙타 호객꾼과 마차가 뒤섞여 혼잡했던 피라미드 부근이 2025년부터 정부에서 운영하는 전기 셔틀버스를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동선이 훨씬 쾌적해졌다. 이제 관광객들은 지정된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쿠푸왕 피라미드, 카프레 피라미드, 멘카우레 피라미드, 마지막으로 스핑크스를 차례로 이동하며 둘러볼 수 있게 됐다. 버스가 5~10분 간격으로 자주 운행하기 때문에 기다림 없이 관람할 수 있다. 이는 25년 10월 이집트 대 박물관 개관을 전후해 주변의 관광 인프라를 개선하고 대 박물관과 피라미드 동선을 하나의 관광권으로 묶으려는 큰 프로젝트였다고 하는데 덕분에 여행자들의 피로는 한결 덜게 됐지만 티켓 가격은 살짝 올랐으니 참고하시길.

기자 피라미드 지구는 특성 상 그늘을 찾기 어려우니 사막의 햇살을 피하고 싶다면 오전 일찍 출발해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기자 피라미드 지구는 특성 상 그늘을 찾기 어려우니 사막의 햇살을 피하고 싶다면 오전 일찍 출발해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막의 햇살은 상상 이상…피라미드는 역시 ‘오전 여행’

출발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은 여전히 오전이다. 사막의 햇살은 생각보다 훨씬 강해 모자와 선글라스는 필수이고, 여름이라면 긴 소매셔츠가 오히려 더위를 막아줘 추천한다. 요즘 한국이나 유럽이 워낙 덥기때문에 습도가 낮은 이집트의 더위는 오히려 견딜 만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중동은 중동. 왜 현지인들이 전통적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을 감싸는 스타일의 의류를 입어왔는지 이곳을 하루만 걸어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모자를 쓰지 않으면 두피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여름철 샌들을 신은 발등은 금세 까맣게 그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라미드를 마주하는 순간의 감동은 변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을 버텨낸 무언가 앞에서는 누구나 잠시 말을 잃을 수밖에.

피라미드 지구 내외에는 테라스를 겸비한 레스토랑과 카페가 많다.피라미드 지구 내외에는 테라스를 겸비한 레스토랑과 카페가 많다.

*커피 한 잔과 여유롭게 즐기는 ‘뷰 맛집’

새로 단장한 피라미드 지구에는 쿠푸스 레스토랑(Khufu's Restaurant)과 라뒤레(Ladurée) 같은 레스토랑과 카페도 들어섰는데 가격대가 꽤 있는 곳들이긴 하지만 맛도 있고 쿠푸왕 피라미드가 정면으로 딱 보이는 위치해 무엇보다 전망이 퍽 훌륭하다. 음. 논란의 여지가 있을 제안이지만 이렇게 한발 뒤에서 편안한 소파에 앉아 피라미드를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 두가지 방법 다 경험해본 나의 솔직한 선택은? 의외로 후자였다. 많은 인파와 함께 길을 따라 이동하며 보는 피라미드도 물론 장관이었지만 조용한 카페에 혼자 오롯이 앉아 커피를 마시며 한참 동안 바라봤던 피라미드가 오히려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뉴카이로 쇼핑몰과 대조되는 올드 카이로의 전통 시장 칸 엘칼릴리(Khan el-Khalili). 금 은 세공품이나 향신료, 전통 공예품 상점으로 이뤄져 있으며 600년이 넘게 이어져 온 공간이다.뉴카이로 쇼핑몰과 대조되는 올드 카이로의 전통 시장 칸 엘칼릴리(Khan el-Khalili). 금 은 세공품이나 향신료, 전통 공예품 상점으로 이뤄져 있으며 600년이 넘게 이어져 온 공간이다.뉴카이로의 크고 작은 쇼핑몰의 모습.뉴카이로의 크고 작은 쇼핑몰의 모습.

피라미드 너머의 이집트, 뉴 카이로

이집트는 전 세계에서 인구 증가가 빠른 나라 중 하나다. 어디를 가도 사람이 넘쳐난다. 중위 연령대도 20대 중반으로 아주 젊은 축에 속한다. 노령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에 있다가 이곳에서 6개월 남짓 지내보니 도시가 성장하는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다. 건물들은 계속해서 지어지고 사람들의 손에는 쇼핑백이며 여러 봉투들이 들려 있다. 그만큼 소비도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부도 계속해서 동서남북으로 카이로를 넓혀가고 있는데 이집트 대 박물관과 기자 피라미드 지구가 위치한 기존의 ‘올드 카이로’에서 동쪽으로 이동해 만든 신도시가 바로 ‘뉴카이로’다. 넓은 대로와 계획적으로 조성된 주거단지, 국제학교와 대형 쇼핑몰, 현대적인 오피스 빌딩이 이어지는 뉴카이로는 오늘날 이집트의 변화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뉴카이로를 걷다 보면 '여기가 정말 이집트가 맞나? 유튜브 영상 속에서 보던 그 낡고 오래된 거리의 이집트와 같은 곳이 맞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이집트 여행 블로그 같은 걸 보니 소란스러운 자동자 경적이나 강한 호객과 흥정 등 이집트 특유(?)의 바이브에 지쳤다는 후기들이 많던데 혹시 그렇다면, 정돈된 도시의 리듬이 그립다면, 하루 쯤은 뉴카이로로 향해보는 것도 어떨까.

*모노레일 타고 만나는 미래도시…차창 밖 이집트가 달라졌다

이집트 정부는 신행정수도 개발과 함께 기존 카이로와 뉴카이로 일대를 잇는 모노레일도 만들었는데 여행자가 일부러 모노레일만 타러 뉴카이로까지 갈 필요는 없지만, 뉴카이로를 방문한다면 이동하는 김에 한 번쯤 이용해볼 만하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신도시의 풍경은 피라미드와 올드카이로에서는 볼 수 없는 또 다른 얼굴의 이집트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직접 탑승해보니 올드카이로에서만 여행한 사람이라면 깜짝 놀랄 정도로 깨끗하고 정돈된 모습으로 운행되고 있었다. 운행 구간에 따라 요금은 다르게 책정되는데, 대체로 1구간까지는 편도 40 이집트 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1,200원 수준이다.

뉴카이로를 대표하는 쇼핑몰 CFC몰(Cairo Festival City Mall)의 전경.뉴카이로를 대표하는 쇼핑몰 CFC몰(Cairo Festival City Mall)의 전경.

*칸 엘칼릴리 대신 CFC?…요즘 카이로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

그렇다면 모노레일을 타고 어디를 가보면 좋을까. 이집트를 대표하는 올드카이로의 전통시장 칸 엘칼리리 Khan el-Khalili 만큼 물건이 싸고 종류가 많지는 않겠지만, 여행 기념품으로 적당한 품질 좋은 이집트 토종 브랜드샵들이 많은 대형 쇼핑몰, CFC(Cairo Festival City)가 무난한 선택. 모노레일 역 바로 옆에 위치해 동선도 편리하고 야외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기기도 좋다.낮보다는 해가 진 뒤 훨씬 분위기가 좋으니 오후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

뉴카이로 젊은이들의 데이트 장소로 인기있는 복합 문화 외식 공간, 가든8(Garden8).뉴카이로 젊은이들의 데이트 장소로 인기있는 복합 문화 외식 공간, 가든8(Garden8).

*히잡 대신 데이트룩…가든8에서 만난 ‘요즘 이집트’

식사만 한다면 가든8 (Garden 8)도 적당한 장소다. 유명 유튜브 채널에 소개된 식당에서부터 미식사들에게 잘 알려진 레스토랑까지 다양한 음식점들이 모여 있어 젊고 세련된 뉴카이로의 분위기를 느끼기 좋다. 저녁에 이곳 레스토랑에 앉아있다 보면 데이트하는 커플들도 많이 보인다. 칸 엘칼릴리 커피숍에 앉아있던 커플과는 사뭇 다른 모습. 히잡을 착용한 여성들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집트의 변화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궁금하다면 꽤 어울리는 선택이 될 거다.

피라미드에서 멈추지 말 것…2026년 이집트를 여행하는 새로운 시선

그동안 이집트 여행은 대개 비슷한 동선을 따라왔다. 복잡한 인파를 뚫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피라미드는 한 번 봐야지’ 하며 피라미드를 찾고, 박물관을 거쳐 룩소르나 아스완으로 이동하는 것. 짧은 일정이라면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한 달 살기, 1년 살기가 하나의 여행 트렌드가 된 요즘, 여행은 이제 무엇을 얼마나 많이 봤느냐보다 어떻게 시간을 보냈느냐가 더 중요해진 것 같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이집트의 조금 다른 얼굴, 이집트를 새롭게 바라보는 여행법을 소개하고자 했다.

우리는 흔히 이집트를 고대 문명의 나라라고 부른다. 틀린 말은 아니다. 나 역시 처음 이집트에 왔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피라미드였다. 하지만 6개월을 보낸 지금 내가 느끼는 이집트는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나라. 그리고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나라다. 이집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피라미드와 고대 유적만 바라보지 말고, 과거와 미래가 하나의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이집트의 새로운 모습도 함께 만나보면 어떨까. 분명, 우리가 알던 이집트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이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