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의 소나무 숲을 지켜라”… 1만3천㏊ ‘초비상’ 과학방제 돌입
▲태안군 남면 몽산리 소나무재선충병 발생 현장. /사진-태안군▲태안군 남면 몽산리 소나무재선충병 발생 현장. /사진-태안군▲태안군 남면 몽산리 소나무재선충 고사목 제거 현장. /사진-태안군▲태안군 남면 몽산리 소나무재선충 고사목 제거 현장. /사진-태안군

[투어코리아=류석만 기자] 태안의 푸른 소나무 숲을 지키기 위한 ‘산림 방어전’이 본격화됐다.

충남 태안군이 관내 산림 생태계의 핵심이자 천혜의 자연경관을 상징하는 소나무 숲을 소나무재선충병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단목 제거 중심의 단기 방제를 넘어 ‘지형·임상·피해도까지 정밀 분석하는 과학적 중장기 방제체계 구축’에 착수했다.

특히 태안은 전체 산림의 70% 이상이 소나무류로 구성돼 있어 재선충병이 확산될 경우 산림 생태계와 관광자원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수 있는 만큼, 군이 사실상 ‘산림 방어망’ 구축에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태안군은 지난 29일 군청 중회의실에서 윤희신 군수를 비롯한 군 관계자와 산림 전문 자문위원 등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방제 자문위원 위촉식’과 ‘2027년 태안군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사업 기본계획 수립용역 착수보고회’를 열었다.

이번 회의는 태안의 소나무재선충병 대응을 기존의 단기·개별 방제에서 지역 전체를 하나의 방어체계로 묶는 중장기 전략으로 전환하는 출발점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 전체 산림의 71.7%가 소나무… “태안 산림 전체가 방어 대상”

태안군이 방제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산림 구조에 있다.

태안군 전체 산림면적은 1만8520㏊.

이 가운데 소나무류가 차지하는 면적은 1만3278㏊, 전체의 71.7%에 달한다.

충남 평균인 33.3%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은 비중이다.

소나무재선충병 확산 여부가 단순히 일부 산림의 피해에 그치지 않고 태안의 산림 생태계 전반과 직결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이에 태안군은 그동안 전담 T/F팀을 긴급 신설하고 국·도비 방제 예산 확보에 나서는 등 대응 체계를 강화해 왔다.

지난 2023년부터 2026년까지 4년간 제거한 감염목 및 고사목만 3만8673본에 달한다.

또 1,609㏊에 예방나무주사를 실시하며 피해 확산 차단에 총력을 기울였다.

■ 특별방제구역 지정… 드론 예찰부터 수종전환까지 총력

태안군의 방제 전략에는 정보통신기술과 산림 전문기술도 적극 활용된다.

지난 8월 5일 산림청으로부터 ‘소나무재선충병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국가적 지원체계를 확보한 것도 대응에 힘을 싣고 있다.

군은 항공 드론을 활용한 예찰을 강화하는 한편 피해가 집중된 지역에는 수종전환 사업을 추진하고, 산주 동의 확보 캠페인도 선제적으로 진행해 왔다.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태안 전체를 피해 정도와 지형적 특성에 따라 세분화하고 지역별로 방제 방식을 달리하는 ‘맞춤형 방제전략’을 구축한다.

■ “숲 전체를 5단계로 나눈다”… 피해도 정밀지도 구축

이번 기본계획의 핵심은 태안군 전역의 피해 상황을 정밀하게 구획화하는 것이다.

군은 드론 항공촬영과 현장조사를 통해 고사목 밀도를 기준으로 피해지역을 5단계로 나눌 계획이다.

이에 ▲1단계: 경미지역 — ㏊당 20본 이하 ▲2단계: 경지역 — 20~50본 ▲3단계: 중지역 — 50~100본 ▲4단계: 심지역 — 100~200본 ▲5단계: 극심지역 — 200본 이상 등 피해 정도에 따라 방제 강도와 방법을 차별화해 제한된 방제 자원을 효율적으로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내륙의 피해 극심지역은 감염목을 전량 벌채·수집한 뒤 건강한 숲으로 전환하는 ‘수종전환’을 추진한다.

중간지역에는 강도간벌과 드론 약제살포를 결합해 재선충병 매개충의 이동을 차단하는 ‘완충 방어벨트’를 구축한다.

■ ‘외곽 압축 방제’… 확산 길목부터 차단한다

이번 방제계획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외곽 압축 방제 및 완충 방어벨트 구축’ 전략이다.

피해지역만 따라가며 감염목을 제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피해지역의 외곽부터 방어선을 구축하고 확산 경로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소나무재선충병 고사목 제거 현장을 방문한 윤희신(가운데) 태안군수 모습. /사진-태안군▲소나무재선충병 고사목 제거 현장을 방문한 윤희신(가운데) 태안군수 모습. /사진-태안군

태안군은 이를 통해 재선충병의 추가 확산을 억제하고 청정지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백화산과 만리포, 신두사구 등 태안 8경과 주요 해수욕장이 집중된 서북부 해안림은 최우선 방어지역으로 설정된다.

이 지역에는 예방나무주사와 정밀 단목방제를 집중적으로 투입해 청정 산림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태안의 대표 경관자원을 지키면서 산림 생태계까지 동시에 보호한다는 전략이다.

■ 양봉농가 피해까지 관리… “방제 과정의 주민 갈등도 막는다”

방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민 피해와 갈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대책도 기본계획에 포함된다.

태안군은 관내 43개 양봉농가의 위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약제 살포 과정에서 벌과 양봉농가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할 예정이다.

벌채목의 신속한 파쇄·처리를 위한 작업로와 중토장 등 임산물 집하장 확보 방안도 마련한다.

산림을 지키기 위한 방제가 오히려 주민 피해나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방제와 주민 보호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의미다.

■ “골든타임 놓치지 않는다”… 11월 중간보고→실시설계→동절기 방제

시간과의 싸움도 시작됐다.

태안군은 오는 11월 중간보고회를 통해 우선순위 사업구를 조기에 확정하고, 11월 말부터 실시설계를 분할 발주하는 ‘패스트트랙 방식’을 적용할 계획이다.

목표는 명확하다.

소나무재선충병 매개충이 우화하기 전인 2027년 동절기부터 초봄까지의 방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기본계획 수립부터 실시설계, 현장 방제까지 행정 절차를 최대한 앞당겨 실질적인 방제 효과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 전문가 4명 자문단 출범… 현장·학계 역량 총동원

이날 위촉식에서는 산림 분야 현장과 학계를 대표하는 전문가 4명이 방제 자문위원으로 공식 위촉됐다.

자문위원으로는 ㈜미래산림기술사사무소 박승관 대표, ㈜늘산애산림기술사사무소 김도호 대표, ㈜산림기술사사무소 에코 허원무 대표, 국립공주대학교 어수형 교수가 참여한다.

이들은 기본계획 수립 단계부터 향후 방제사업 현장 실행에 이르기까지 전문적인 기술 자문을 제공하게 된다.

이어 진행된 용역 착수보고에서는 ㈜백제산림 구기운 대표가 태안의 지형과 공간적 특성을 분석한 방제전략을 제시했다.

■ 윤희신 군수 “태안의 소나무는 군민의 삶의 터전”

윤희신 태안군수는 “소나무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태안의 소중한 자산이자 군민의 삶의 터전”이라며 “그동안 T/F팀 신설과 특별방제구역 지정 등을 통해 선제적 대응을 펼쳐온 만큼, 이번 기본계획 수립과 전문가 자문단 구성을 기점으로 더욱 과학적이고 촘촘한 방제망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방제의 실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국·도비 확보 노력과 함께 무엇보다 방제조치에 대한 산주 여러분의 적극적인 동의와 참여가 절실하다”며 군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태안의 소나무 숲은 단순한 산림이 아니다.

백화산과 만리포, 신두사구를 비롯한 천혜의 관광자원이자 태안의 생태환경을 지탱하는 핵심 자산이다.

태안군이 이제 3만8천여 본의 피해목 제거라는 ‘사후 대응’에서 피해 확산 자체를 차단하는 ‘선제적 산림 방어’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외곽 압축 방제’와 ‘완충 방어벨트’, 정밀 드론 예찰과 수종전환까지 총동원되는 태안의 소나무 숲 사수 작전.

2027년 방제 골든타임을 앞두고 태안군의 산림 방어망이 얼마나 촘촘하게 구축될지 주목된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