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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코리아
▲더불어민주당 어기구(충남 당진시·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회의원.[투어코리아=류석만 기자] 한국전력이 조류로 인한 정전을 막기 위해 최근 5년간 약 1천979억 원을 투입하고 까치·까마귀 등 조류 약 99만 마리를 포획했지만, 연간 정전 건수는 오히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도 정전 예방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면서 한전의 조류정전 대응 체계가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더불어민주당 어기구(충남 당진시·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회의원이 한국전력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조류로 인한 정전은 총 555건 발생했고, 누적 정전 피해 호수는 26만6091호에 달했다.
연간 정전 건수는 2021년 66건에서 2025년 129건으로 95.5% 급증했다. 올해도 8월까지 98건의 조류정전이 발생해 5만1230호가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예방 예산과 활동 실적은 늘었지만 정전은 줄지 않았다. 조류정전 예방 사업이 실제 위험을 낮추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 예산이 효과적인 대책에 투입되고 있는지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1천979억 원 투입하고 99만 마리 포획…정전은 왜 늘었나
한전은 2021~2025년 조류정전 예방을 위해 순찰과 둥지 철거에 약 1천919억 원, 조류 포획에 약 60억 원을 집행했다.
같은 기간 철거한 둥지는 약 155만7000개, 포획한 조류는 약 99만3000마리에 달한다.
연간 예방 사업비도 2021년 352억 원에서 2025년 459억 원으로 30.4% 증가했다. 그러나 정전 건수는 같은 기간 66건에서 129건으로 늘었다.
예산과 사업 실적이 확대되는 동안 정전이 증가했다는 사실은 기존 예방 대책의 효과를 면밀하게 검증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다만 정전은 조류 개체 수뿐 아니라 전력설비의 구조와 노후도, 서식 환경, 기상 조건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 만큼, 정전 증가만으로 특정 사업의 실패를 단정하기보다는 사업별 효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핵심은 얼마나 많은 둥지를 철거하고 새를 포획했느냐가 아니라, 그 결과 실제 정전 위험이 얼마나 줄었느냐는 것이다.
■ 한 마리당 6000원 지급…포획 실적은 확인해도 예방 효과는 검증 못 해
조류 포획 사업의 관리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전은 전력시설에 피해를 주는 까치·까마귀 등을 대상으로 포획을 위탁하고, 포획한 조류 한 마리당 6000원을 지급한다.
사업소에서 포획 수량을 확인한 뒤 50마리 단위로 스프레이 도포 전후 사진을 촬영하고 폐기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어기구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검수 절차에는 포획 장소와 실제 피해 전력시설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하거나 포획 이후 해당 지역의 정전 발생이 줄었는지 평가하는 내용이 제시되지 않았다.
포획한 새의 수량은 확인하면서 정작 해당 활동이 전력설비의 위험을 줄였는지는 검증하지 않는 구조라는 비판이다.
조류 포획이 필요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을 구분하고, 실제 고장 발생 이력과 포획 실적을 연계해 사업 효과를 평가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히 포획 마릿수에 따라 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정전 위험 감소와 예방 성과를 중심으로 사업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 순찰도 ‘이동 기록’ 중심…위험 설비 제대로 살폈나
전력설비 순찰과 둥지 철거의 검수 방식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은 순찰업체가 수행한 둥지 철거 작업을 작업 전후 사진으로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GPS 부착 의무가 없어 차량운행기록만으로는 개별 전력설비를 실제로 점검했는지, 위험 구간을 빠짐없이 확인했는지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순찰 차량이 현장을 지나갔다는 사실과 위험 설비를 제대로 점검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점검 위치와 시간, 대상 설비, 위험 요인 발견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이를 정전 발생 이력과 연계해야 예방 활동의 실효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반복적으로 정전이 발생하는 구간과 조류 둥지가 집중되는 지역을 분석해 위험도가 높은 설비부터 집중 관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제주서 약 2만 세대 순간정전…생활 속 전력 안전 위협
조류정전은 단순한 설비 고장을 넘어 시민 생활과 지역사회에 직접적인 불편을 초래한다.
최근 제주에서는 까마귀가 고압선에 접촉하면서 전력선이 끊어져 연동·노형동·이호동 일대 약 2만 세대가 순간정전을 겪었다. 일부 공동주택은 복구까지 5시간 넘게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 가정의 일상생활은 물론 상업시설과 각종 서비스 운영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정전이 반복되는 지역에서는 주민 불편과 경제적 손실이 누적될 가능성도 있다.
조류정전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후 복구와 개체 포획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조류의 이동과 서식 특성을 고려한 전력설비 개선, 위험 구간 관리, 비포획 방식의 예방 대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어기구 “새 100만 마리 잡고 2천억 썼는데…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어기구 의원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정전이 증가한 현실을 강하게 비판하며 기존 예방 사업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촉구했다.
어 의원은 “새를 100만 마리 잡고 예방에 2천억원 가까이 썼는데 정전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면 기존 대책부터 돌아봐야 한다”며 “잡은 새와 철거한 둥지 숫자만 실적으로 쌓는 방식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순찰은 이동 여부가 아니라 위험설비를 제대로 점검했는지 확인하고, 포획은 실제 정전 위험과의 연관성을 검증해야 한다”며 “조류의 생태적 특성을 반영한 설비 개선과 비포획 대책을 확대하고, 정전 감소 효과를 기준으로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실적 중심에서 예방 효과 중심으로…한전 대응 체계 바꿔야
이번 자료는 조류정전 예방 사업에서 투입 예산과 활동량만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의 한계를 드러냈다.
둥지 철거와 조류 포획은 예방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실제 정전 감소로 이어졌는지 확인하지 않는다면 예산 집행의 효과와 적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한전은 정전이 반복되는 전력설비를 중심으로 위험도를 분석하고, 순찰과 포획, 둥지 철거, 설비 개선 등 각 대책의 효과를 지역별로 비교·검증할 필요가 있다.
점검 위치와 작업 이력을 정확히 기록하고, 사업 전후 정전 발생 건수와 피해 규모를 비교하는 성과관리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전력 안전을 지키기 위한 예산은 얼마나 많이 썼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정전을 예방했는지로 평가받아야 한다.
한전이 조류정전 대응을 단순한 포획·철거 실적 관리에서 벗어나 과학적인 위험 관리와 실질적인 정전 감소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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