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퐁피두미술관 분관 건립 전면 중단…100억 라 스칼라 공연도 접는다
부산시청.부산시청.

[투어코리아=권태윤 기자] 전임 시정에서 무리하게 추진되며 막대한 시비 낭비와 환경 파괴 시비를 낳았던 ‘퐁피두 센터 부산 분관 유치’와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작 라 스칼라 초청공연’에 전재수 부산시정이 마침표를 찍었다. 전시성 메가 이벤트와 외래 브랜드 도입 대신 환경 보전과 공공성,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우선하겠다는 숙의 행정의 결단이다.

부산시는 14일 공식 브리핑을 열고 이기대공원 내 건립이 추진되던 프랑스 현대미술관 ‘퐁피두 센터 부산 분관 건립 사업’을 전면 중단하며,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기념으로 기획됐던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초청공연’도 현행 계획으로는 추진하지 않는다고 최종 발표했다.

이번 결단은 지난 9월 30일 전재수 시장이 타운홀미팅에서 “시민 여러분의 의견을 부산 문화정책의 나침반으로 삼겠다”고 천명한 이후 석 달간의 민관 숙의 절차를 거쳐 내린 첫 대형 정책 수정 조치다. 시는 시의원과 외부 전문가 18명으로 구성된 정책점검단과 문화협력위원회, 시민 1000명 여론조사 및 타운홀미팅을 연계해 찬반 여론을 정밀 검증했다.

퐁피두 분관 사업의 백지화 배경에는 국가지질공원인 이기대의 자연 훼손과 불투명한 재정 부담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8000만 년의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 해안 절경에 건립비 1100억 원, 매년 125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혈세를 쏟아부어가며 외국의 상업적 미술관 브랜드를 들여오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여기에 독점적 브랜드 로열티 계약에 따른 공공성 결여, 부실한 경제성 분석, 지역 미술계와의 소통 부재도 중단 근거로 명시됐다.

대신 시는 동부산 시립미술관과 서부산 현대미술관의 연구·전시 역량을 고도화하고, 북항 재개발 구역 일원에 지역 예술인을 위한 복합문화전시공간을 전액 국비로 확충해 지역 문화 자생력을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사업비 100억 원 중 절반가량을 민간 협찬에 의존하려다 재정 위기를 자초했던 ‘라 스칼라 극장 초청’ 역시 민간 기부 부진과 기술적 무리수를 이유로 전면 유보됐다. 시는 지자체 최대 규모의 극장인 오페라하우스를 연말 준공한 뒤, 무대 설비 시운전과 시범 공연을 거쳐 2028년 정식 개관하기로 로드맵을 재정비했다. 개막 무대는 부산의 서사를 담은 지역 예술인들의 창작 페스티벌로 채워진다.

문화정책 및 행정재정 전문가는 “막대한 로열티와 수백억 원의 초청비를 수반하는 외래 메가 프로젝트는 단기 홍보 효과에 비해 장기적인 지방재정 파탄과 문화 종속을 야기할 위험이 컸다”라며 “시민 공론화와 숙의 과정을 통해 과감히 출구 전략을 택한 것은 전시 행정의 관행을 깨고 풀뿌리 지역 문화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책임 행정의 본보기”라고 평가했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이번 결정은 부산의 문화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을 시민들과 함께 찾아가는 진정한 숙의 민주주의의 과정이었다”라며 “시민 체감도와 공공성,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고한 원칙으로 삼아 지역 예술인이 주역이 되고 시민의 일상 속에 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문화 기본 도시 부산’을 완성하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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