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옥 공주시의원 “주민자치, 봉사만으론 한계… 상근 사무국이 답이다”
▲박미옥 공주시의원이 지난 13일 열린 주민자치 의정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박미옥 공주시의원이 지난 13일 열린 주민자치 의정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투어코리아=류석만 기자] 주민자치는 주민이 결정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마을의 의제를 발굴하고 주민총회를 열며 예산을 집행하고 결과를 정산할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제도가 작동한다.

박미옥 충남 공주시의원이 주민자치 현장의 오랜 과제인 실무인력 부족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며 상근 사무국 설치와 인건비 지원의 제도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공주시 주민자치협의회 초대 회장을 지낸 박미옥(국민의힘·산업건설위원회 부위원장) 공주시의원은 지난 13일 공주시 월송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충청남도의회 의정토론회 ‘주민자치, 시범을 넘어 제도로’에 지정토론자로 참석해 주민자치회 운영을 뒷받침할 행정·재정 지원 방안을 제안했다.

박 의원이 제시한 핵심은 명확하다. 주민자치위원은 마을의 미래를 논의하고 주민 의견을 모으는 데 집중하고, 사업 추진과 회계·정산 등 반복적인 행정 실무는 전담 인력이 맡도록 역할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자치가 시범사업의 단계를 넘어 제도적으로 정착하려면 자원봉사에 의존하는 운영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 주민참여예산은 늘었는데 실무는 여전히 위원 몫

공주시의 주민자치 현장은 인력 부족의 현실을 보여준다.

시는 2025년부터 읍·면·동별 자치계획형 주민참여예산을 8천만 원으로 늘려 배정했다.

마을사업을 추진할 재원이 확대됐지만, 사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 필요한 실무 부담도 함께 커졌다.

주민자치위원들은 마을 의제 발굴과 자치계획 수립, 주민총회 개최는 물론 사업 집행과 영수증 관리, 정산 서류 작성까지 맡고 있다.

대부분 명예직으로 활동하는 위원들이 생업과 봉사를 병행하면서 늘어난 행정업무까지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장의 인력지원 요구는 이전부터 이어졌다. 2024년 충청남도의회 의원연구모임에서는 당시 공주시 주민자치협의회장이 공모사업을 관리할 전문 간사가 부족하다며 운영비 지원을 요청했다.

공주시의회도 2025년 2월 사무국장 인건비 지원을 담은 조례 개정을 검토했지만, 당시 소관 부서는 법령에 명시적인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방보조금 관리 법령상 운영비 지원에는 명시적인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박 의원은 이러한 상황을 바꿀 제도적 전환점으로 지방자치법 개정을 들었다.

■ 개정 지방자치법, 인건비 지원의 새 근거 될까

박 의원에 따르면 15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지방자치법 제17조의2 제9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자치회의 운영 및 기능 수행에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 의원은 해당 조항이 주민자치회 운영을 위한 재정 지원의 근거가 될 수 있는 만큼, 과거 법적 근거 부족을 이유로 미뤄졌던 사무국 인건비 지원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행정안전부가 올해 6월 배포한 제8차 주민자치회 참고조례 안내서에서도 해당 조항을 지방보조금을 통한 기본적인 운영비 지원의 근거로 해석할 수 있다는 취지의 안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방보조금 관련 시행령에서 운영비에 인건비가 포함되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다만 실제 지원을 시행하려면 관련 법령과 지침에 부합하는 구체적인 지원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박 의원은 충청남도와 공주시가 개정 법령의 취지를 반영해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주시 월송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지난 13일 ‘주민자치, 시범을 넘어 제도로’를 주제로 열린 의정토론회 모습.▲공주시 월송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지난 13일 ‘주민자치, 시범을 넘어 제도로’를 주제로 열린 의정토론회 모습.

특히 주민자치회 위원은 명예직으로 운영되는 만큼, 위원에게 실무 부담까지 집중시키기보다 별도의 사무국 인력을 두고 의사결정과 집행 기능을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올해 7월 연구에서 상근 사무국장과 간사 배치를 통한 기능 분리를 제안한 점도 언급했다.

■ 충남도는 공통 기준, 공주시는 조례·예산 정비

박 의원은 충청남도 차원의 공통 가이드라인 마련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시·군마다 사무국 운영과 인건비 지원 기준이 달라지면 지역 간 격차가 커지고, 담당 공무원 역시 예산 편성과 집행 과정에서 법적 해석과 감사 문제를 우려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충남도가 사무국 설치와 인력 채용, 인건비 지원, 회계·정산 및 성과평가 등에 관한 공통 기준을 마련하고, 개정 법령에 맞춰 기존 안내도 재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재정 여건이 열악한 시·군에는 도비 지원을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주시에는 관련 조례와 예산을 정비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제도적 근거만 마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인력을 배치하고 운영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농복합도시인 공주의 지역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모델도 제시했다.

공주시 16개 읍·면·동 가운데 10곳이 읍·면인 만큼 모든 지역에 동일한 형태의 사무국을 설치하기보다는 동 지역부터 상근 사무국을 두고, 읍·면 지역은 여러 곳을 묶은 권역형 사무국이나 순회 간사 방식으로 보완하자는 구상이다.

이는 지역별 인구 규모와 행정 수요, 재정 여건을 반영해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주민자치 지원에서 소외되는 지역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다.

■ 주민자치 현장 경험, 이제 조례와 예산으로

박 의원의 제안은 주민자치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공주시 주민자치협의회 초대 회장을 맡아 조직의 기반을 다지는 과정에 참여했고, 이후 충청남도의회 의원을 거쳐 현재 공주시의회에서 활동하며 주민자치 운영의 제도적 한계를 개선하는 데 관심을 이어왔다.

그는 주민자치 사업과 공모사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실무인력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위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사업의 지속성도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도 공모사업의 도비·시군비 매칭 비율이 5대 5에서 3대 7로 바뀌면서 시·군의 재정 부담이 커진 만큼, 인력 지원을 위한 재원 확보 역시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봉사만으로 주민자치회를 이끌기는 어렵다. 봉사하는 위원 곁에 상근으로 함께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자치가 제도화됐다고 해서 현장에서 저절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위원들이 주민 의견을 모으고 마을 의제를 결정하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려면 행정 실무를 담당할 사람이 곁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산을 확보하고도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말이 공주와 충남의 마을에서 다시 나오지 않도록, 오늘 논의된 내용을 공주시 조례에 담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충청남도의회 노한섭 의원이 주최했으며, 장창석 충남연구원 박사와 전지훈 안산미래연구원 박사가 발제했다.

박미옥 의원을 비롯해 성인제 공주시 주민자치협의회장, 조상현 충청남도 자치행정과장이 지정토론자로 참여해 주민자치의 제도화와 현장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주민자치의 성패는 제도를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주민이 결정한 일을 실제 사업으로 구현할 인력과 예산, 일관된 지원 기준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충청남도의 공통지침 마련과 공주시의 조례·예산 정비가 주민자치 현장의 인력난을 해소하고, 주민참여예산이 실질적인 마을 변화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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