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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코리아
'먼 눈'/사진-인천시립무용단[투어코리아=박태성 기자] 오픈리허설 현장의 유임하 작가와의 대화에서 본 인천시립무용단의 작품 ‘먼 눈’은 아버지를 위해 희생한 효녀 심청이 아니라, 눈을 뜨고 싶은 욕망 때문에 가장 소중한 딸을 잃은 아버지 심봉사의 내면을 무대의 중심에 세운다. 익숙한 고전 《심청전》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천시립무용단의 창작무용극 ‘먼 눈’이 오는 13일부터 14일까지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공연된다.
인천시립무용단 제93회 정기공연으로 선보이는 ‘먼 눈’은 효와 희생을 강조해 온 기존 《심청전》의 서사에서 벗어나 인간의 욕망과 선택, 죄책감과 깨달음을 춤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백현순 예술감독이 연출과 안무를 맡았으며, 심봉사의 시선을 통해 고전 속 인물을 새롭게 조명한다.
오픈 리허설 장면작품의 출발점은 하나의 질문이다. 딸을 사랑하는 마음과 자신의 눈을 뜨고 싶은 간절한 욕망 사이에서 심봉사는 무엇을 선택했으며, 그 선택은 어떤 결과를 남겼을까.
이번 공연에서 심봉사는 단순히 딸의 희생으로 구원받는 아버지가 아니다. 딸을 사랑하면서도 자신의 소망을 포기하지 못하고, 그 욕망에 흔들리다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마주하는 인간으로 그려진다.
작품 제목 ‘먼 눈’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겼다. 하나는 앞을 보지 못하는 심봉사의 눈이고, 다른 하나는 먼 곳의 소망을 좇느라 정작 가까이에 있는 소중한 존재를 보지 못하는 마음의 눈이다.
심봉사가 간절히 원했던 것은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이었지만, 그 소망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던 딸을 잃는다는 역설이 작품의 핵심을 이룬다.
작품은 《심청전》의 주요 모티브를 바탕으로 심봉사의 욕망과 선택을 재구성한다. 딸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소망이 ‘공양미 삼백 석’이라는 소문을 만나 흔들리기 시작하고, 사랑과 욕망 사이의 갈등은 결국 비극적인 선택으로 이어진다.
오픈 리허설 장면이 과정에서 ‘빛’, ‘눈’, ‘어둠’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의 심리를 드러내는 상징으로 활용된다. 앞을 보지 못하는 신체적 상태와 소중한 것을 알아보지 못하는 내면의 상태가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통해 겹쳐진다.
무대 표현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띈다.
이번 공연은 오케스트라의 현장 연주를 비롯해 회전무대, 영상, 조명 등을 결합해 심봉사의 심리적 변화를 시각화한다. 제를 올리는 의식 장면은 집단적인 춤과 무대 연출로 구성되며,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장면에서는 회전무대를 활용해 극적인 움직임을 구현할 예정이다.
특히 라이브 음악과 무용수의 움직임이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도록 구성한 점은 녹음 음악을 사용하는 공연과 구별되는 요소다. 회전무대와 영상 역시 장면 전환에만 머무르지 않고 인물의 내면과 극의 긴장감을 전달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심봉사 역은 작품의 조안무를 맡은 박성식 인천시립무용단 상임 부안무자가 직접 연기한다.
심봉사역 박성식 박성식은 인천시립무용단 상임단원과 상임훈련장을 거쳐 현재 상임 부안무자로 활동하고 있다. 제23회 전국무용제 은상, 제23·24회 인천무용제 대상, 2009년 공연과 리뷰의 ‘올해의 춤연기상’, 2023년 국회의원상 등을 수상했다.
인천시립무용단의 ‘만찬-진오기’에서 박수무당을, ‘풍속화첩-춘향’에서 변학도를 연기하는 등 강한 개성을 지닌 인물을 춤으로 표현해 왔다. 이번에는 사랑과 욕망, 죄책감 사이에서 흔들리는 심봉사의 복합적인 심리를 몸짓으로 전달한다.
심청역 홍수연심청 역은 홍수연 단원이 맡는다. 현대적인 창작무용에서 활동해 온 홍수연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첫 주역 무대에 오른다. 제사장 역의 유나외, 상인들의 수장 역의 전수진, 심봉사를 유혹하는 인물 역의 박진아 등도 주요 배역으로 참여한다.
상인 수장역 전수진특이한 점은 그동안 원작에서 주로 다뤄지 않았던 심청이를 사고파는 상인의 수장역의 역동적인 표현이다. 전수진 단원이 맡아 남자 상인들속의 단 한명의 여자무용수이지만, 역동적인 동작으로 상인 수장역을 멋지게 소화한다.
작품의 문학적 배경을 살펴보는 과정도 마련됐다. 공연에 앞서 열린 오픈 리허설에서는 유임하 작가와의 대화와 주요 장면 실연을 통해 《심청전》을 재해석한 작품의 방향과 무대 구성을 소개했다.
유임하 작가유임하 작가는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국체육대학교 교양과정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작가의 신화: 한국소설과 이야기의 사회문화사》, 《재일 디아스포라와 국문학 갈등》, 《개척과 경멸의 사회문화사》 등의 저서를 펴냈다.
그의 문학 연구 이력은 이번 작품을 바라보는 데 하나의 배경이 된다. 고전 속 인물을 선악이나 효의 관점에만 가두지 않고, 인물의 욕망과 선택을 통해 오늘날에도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다.
이번 공연을 이끄는 백현순 예술감독은 인천시립무용단 제10대 예술감독으로, 한국 전통춤과 창작춤 분야에서 40여 년간 활동해 왔다.
백현순 예술감독창원시립무용단 상임안무자,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한국춤협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2007년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과 2016년 대한민국무용대상 대통령상 등을 수상했다. 전통춤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영상 등 다른 예술 장르와 결합하는 창작 작업을 이어 왔다.
‘먼 눈’은 이러한 창작 방향을 바탕으로 고전의 이야기를 오늘의 관객에게 다시 질문하는 작품이다. 심청의 희생을 통해 아버지가 눈을 뜨는 익숙한 결말보다, 그 과정에서 심봉사가 무엇을 보지 못했는지에 주목한다.
인천시립무용단 제93회 정기공연 ‘먼 눈’은 11월 13일 오후 7시 30분과 14일 오후 5시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관람료는 전석 2만 원이며, 인천문화예술회관과 놀티켓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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