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도 반해서 쉬어간다는 절벽 뷰? 감성 터지는 영동 월류봉
월류봉 둘레길 코스 영동군 제공월류봉 둘레길 코스 /사진-영동군 제공

[투어코리아=민경원 기자] 달도 반해 잠시 머물다 간다는 봉우리가 있다. 병풍처럼 솟은 절벽 아래로 맑은 물줄기가 굽이치고, 가을빛을 머금은 산과 정자가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내는 곳. 충북 영동의 월류봉이다. 이름부터 낭만적이다. ‘달이 머물다 가는 봉우리’라는 뜻처럼, 잠시 스쳐 가려던 여행자의 발걸음마저 붙잡는다.

영동의 매력은 월류봉에서 끝나지 않는다. 포도향 가득한 와인터널에서 로컬 와인의 매력에 빠지고, 국악의 고장에서 우리 소리의 깊은 울림을 만난다. 금강 위 바위에 걸터앉은 정자에서는 물멍을, 산속 고찰에서는 고요한 쉼을 즐길 수 있다. 바쁘게 인증샷만 남기는 여행보다 천천히 걷고, 보고, 느끼는 시간이 더 잘 어울리는 곳. 늦가을의 여유를 찾아 영동으로 떠나보자.

월류봉, 달도 쉬어간다는 절벽, 가을엔 더 그림 같다

영동에서 가장 먼저 만나야 할 풍경은 황간면 원촌리의 월류봉이다. 한천팔경의 제1경으로 꼽히는 이곳은 깎아지른 암벽과 그 아래를 휘감아 흐르는 초강천이 어우러져 수려한 절경을 자랑한다.

월류봉 포토존/사진-영동군월류봉 포토존/사진-영동군

풍처럼 펼쳐진 봉우리와 맑은 물길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가을이면 산자락에 붉고 노란 단풍이 스며들고, 물가에 자리한 정자와 강물에 비친 산 그림자가 어우러져 더욱 운치 있는 풍경을 연출한다.

월류봉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둘레길을 걸어보자. 초강천을 따라 이어지는 길에서 물소리와 바람 소리를 들으며 여유로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월류봉 광장 일대에서는 병풍처럼 솟은 봉우리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사진 명소로도 손색없다.

월류봉 아래에는 조선시대 학자 우암 송시열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한천정사가 자리한다. 자연 속에서 학문을 닦고 풍류를 즐기던 옛 선비들의 정취를 떠올리며 잠시 시간을 늦춰보는 것도 좋다.

영동 월류봉 둘레길영동 월류봉 둘레길 /사진-영동군

영동와인터널,420m 지하 와인 여행, 포도향에 취하다

영동은 전국적인 포도 주산지이자 와인산업으로도 이름난 고장이다. 지역 와인의 매력을 경험하고 싶다면 영동읍 매천리 레인보우 힐링관광지에 자리한 영동와인터널로 향해보자.

길이 420m, 폭 4~12m의 터널 안에는 와인을 주제로 한 10개 테마공간이 펼쳐진다. 포도밭 여행과 와인문화관, 영동와인관, 세계와인관 등을 둘러보며 포도 재배부터 와인 생산과 문화에 이르는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영동와인터널 / 사진-투어코리아영동와인터널 / 사진-투어코리아

영동 지역 농가에서 생산한 와인을 전시·판매하는 공간을 비롯해 시음과 체험, 포토존 등도 마련돼 있다. 와인을 좋아하는 여행객에게는 지역의 새로운 맛을 발견하는 기회이고, 와인이 낯선 이들에게는 와인 문화를 친근하게 접하는 시간이 된다.

터널에는 아픈 역사의 흔적도 남아 있다. 조성 과정에서 발견된 일제강점기 탄약저장고 용도의 토굴 입구가 보존돼 있는 것. 향긋한 와인 문화와 함께 지역의 역사까지 돌아볼 수 있다는 점도 이곳만의 특징이다.

영동국악체험촌,세계 최대 북 ‘천고’, 우리 소리의 울림을 만나다

영동은 조선시대 음악가 난계 박연의 고향으로, 국악의 전통이 살아 있는 곳이다. 심천면 고당리에 자리한 영동국악체험촌에서는 우리 음악을 듣고 직접 체험하며 국악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난계 박연의 탄생지 일원에 조성된 국악체험촌은 7만5,956㎡ 규모로, 우리소리관과 국악누리관, 소리창조관, 천고각 등 4개 주요 시설을 갖췄다.

영동국악체험촌 야외무대 /사진=영동군영동국악체험촌 야외무대 /사진=영동군

우리소리관에서는 난계국악단의 토요 상설공연을 통해 전통음악의 흥과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소리창조관에서는 국악기 연주와 명상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으며, 국악누리관에는 숙박과 식사 시설도 마련돼 있다. 공연과 체험 일정은 방문 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곳의 상징적인 볼거리는 천고각에 보관된 거대한 북 ‘천고’다. 세계 최대 북으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된 천고는 압도적인 크기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국악을 그저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소리를 내고 체험하며 우리 음악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족 여행객에게도 매력적인 공간이다.

강선대/ 사진=영동군청강선대/ 사진=영동군청

영동의 또 다른 감성 명소는 양산면 봉곡리 금강변에 자리한 강선대다. 양산팔경 가운데서도 아름다운 풍광으로 손꼽히는 곳으로, 강물 위로 솟아오른 바위와 그 위에 자리한 육각 정자가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주변의 오래된 소나무와 푸른 강물이 어우러진 모습은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바라볼수록 깊은 운치를 전한다.

정자에 오르면 금강의 유유한 물길과 주변 바위 절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바람이 스치는 소리를 들으며 강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굳이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좋다. 그야말로 물멍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강선대에는 조선시대 문인 이안눌과 임제의 시가 걸려 있어 옛 문인들이 사랑했던 풍류도 엿볼 수 있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 문학과 역사가 자연스럽게 스며든 공간이다.

반야사,산속 고찰에서 만나는 고요한 쉼

영동 여행의 마지막은 황간면 우매리에 자리한 반야사에서 차분하게 마무리해보자.

대한불교조계종 제5교구 본사인 법주사의 말사로, 백화산 자락의 산세와 계곡이 어우러진 고즈넉한 사찰이다. 울창한 숲과 오래된 전각이 만들어내는 차분한 분위기는 분주했던 마음을 내려놓기에 좋다.

반야사 / 사진=영동군청반야사 / 사진=영동군청

반야사의 대표적인 볼거리 가운데 하나는 문수전이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주변 산세와 계곡이 한눈에 들어오는 시원한 전망을 만날 수 있다.

경내를 천천히 거닐며 사찰 특유의 고요함을 느끼거나 주변 자연경관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통해 사찰에 머물며 일상에서 벗어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달이 머문다는 월류봉의 절경에서 시작해 와인과 국악, 금강의 풍류를 만나고 산속 고찰의 고요함으로 마무리하는 영동 여행. 이곳에서는 유명 관광지를 얼마나 많이 둘러봤는지보다 어떤 풍경 앞에서 오래 머물렀는지가 더 중요하다.

가을이 완전히 떠나기 전, 일상에서 잠시 로그아웃하고 싶다면 충북 영동으로 향해보자. 발걸음을 늦출수록 더 많은 매력이 보이는 여행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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