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M] '태풍상사', 부도 걱정 NO…낭만도 야만도 가득해★★★☆
'태풍상사'가 약 30년 전 묻힌 타임캡슐의 뚜껑을 열었다. 그 시절 낭만부터 IMF의 상흔까지 품고 돌아온 이준호에 시청자들의 기대가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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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새 토일드라마 '태풍상사'(극본 장현·연출 이나정)가 기분좋은 출발을 알렸다. 지난 12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첫 화 시청률은 5.9%(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집계됐다. 최고 시청률은 7.1%까지 올랐다.

'태풍상사'는 1997년 IMF, 직원도 돈도 팔 것도 없는 무역회사의 사장이 된 초보 상사맨 강태풍의 고군분투 성장기를 그린다. 첫 화엔 자유분방한 오렌지족이었던 강태풍이 사망한 아버지 강진영(성동일)의 회사를 국제통화기구(IMF) 외환위기 속에서 지켜내게 된 이유와 배경이 그려졌다.

그 시절 '압구정 날라리'가 어엿한 기업인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흡입력있게 만든 건 리얼리티다. 당시의 TV 프로그램 스타일부터 삐삐와 카세트테이프 등 추억의 물건들, 서울 사투리까지 그 시절 미장센을 충실히 구현해냈다. 이나정 PD는 당시의 고증을 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이 PD은 "그 당시의 오렌지족, 상사맨 분들을 많이 취재했다. 박물관에서까지 소품을 구해왔다. 사무실을 있는 그대로 구현하는 게 목적이었지만,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더 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리얼리티를 극대화한 화룡점정은 배우들의 연기. 이준호는 브릿지 헤어와 화려한 가죽의상 등 90년대 청춘을 고스란히 재현하며 '날 티나는' 연기 고증을 철저히 지키는가 하면, 오미선 역의 김민하는 말투와 눈빛까지 90년대 직장인을 자신의 몸에 이질감 없이 이식했다.

잘 지킨 고증으로 향수를 자극했다면 그 다음은 이야기다. '태풍상사'는 가상의 성장담에 IMF 위기라는 현실 사건을 접목시켜 몰입감을 더했다. 성장담은 평이하지만, 시대상과 얽힌 현실적 플롯을 각 인물들의 서사로 보여준다. 시대를 낭만적으로 추억하는 이들에겐 그리움을, 야만적으로 회상하는 이들에겐 위로를 전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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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상사'는 1990년대 후반을 낭만의 시대로만 소비하지 않고, 그 이면의 현실에 눈을 돌린다. 최근 공개돼 화제를 모은 넷플릭스 '애마', 디즈니+ '파인', JTBC '백번의 추억' 등 8090 시대상을 조명한 작품들 역시 궤를 같이 한다. 그간 낭만적으로 미화되던 과거를 때론 야만적으로 그려내는 것이, 그 시절을 추억하는 이들에게 더 강렬하게 기억되는 까닭이다.

물론 그 시절이기에 특별했던 낭만도 놓치려 하진 않는다. 죽은 아버지의 편지와 강태풍의 통장을 보여주며 "아버지는 너의 꿈을 응원한다, 너는 항상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다, 결과보다 중요한건 사람이다, 우리들이 꽃보다 더 향기롭고 돈보다 더 가치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지만, 거센 파도에 무작정 뛰어드는 '오피스 청춘물'로서의 낭만도 담아냈다.

고증에서 합격점을 받은 만큼, 시대의 아픔을 얼마나 잘 다뤄낼 수 있을지가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본격적으로 회사를 이끌게 된 강태풍이 어떤 방식으로 위기를 돌파해 나갈지, 또 뜻깊은 관계가 예고된 오미선과는 어떻게 진전될지도 향후 관전 포인트다. 이에 더해, IMF에 비견할 정도는 아니지만 팍팍한 현실을 살고 있는 오늘의 청춘들에게도 유효한 질문이 던져질 것을 기대해본다.

'태풍상사'는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10분 방송된다.


iMBC연예 백승훈 | 사진출처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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