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헤매는 남자'는 지하철을 타고 일터로 가고 있다. 지하철에서 내려 출구를 향해 가고 있지만 어쩐지 계속해서 같은 자리를 맴도는 기분이다. 방심하는 순간 영원히 이곳에 갇힐 것 같은데, 무한루프 속 이상 현상을 찾아 탈출해야 한다. 끝없이 반복되는 지하도에 갇힌 '헤매는 남자'는 아래의 규칙에 따라 8번 출구로 탈출해야만 한다.
1. 단 하나의 이상 현상도 놓치지 말 것.
2. 이상 현상을 발견하면 즉시 되돌아갈 것.
3. 이상 현상이 없다면 앞으로 나아갈 것.
4. 8번 출구를 통해서 밖으로 나갈 것.


▶ 비포스크리닝
이 영화는 게임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2023년 출시된 1인칭 3D 워킹 시뮬레이션 게임은 심플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를 극대화해 전 세계 누적 다운로드 190만 회(2025년 9월 기준)를 돌파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또한 2024년 4월 닌텐도 스위치 다운로드 랭킹 1위를 기록해 출시 1년 만에 수많은 게임 유저들을 사로잡았고 2024년 일본 게임 대상에서 브레이크스루상(breakthrough award)을 수상한 화제의 게임이다. 이 게임의 실사화 확정이 되자마자 화제를 일으킨 영화는 제78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개봉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동시에 게임 실사화 최초로 칸영화제에 진출, 현장에서 8분간 기립박수를 받으며 매체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미드나잇 패션 섹션 공식 초청,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센터피스 부문 및 제58회 시체스영화제 경쟁 부문 공식 출품 등 유수 영화제를 통해 전 세계 관객과 만나고 있다.
영화 '8번 출구'는 '괴물', '고백', '기생수 파트1', '분노'를 비롯해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스즈메의 문단속' 등의 프로듀서로 알려진 카와무라 겐키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다. 일본 국민 그룹 아라시 출신이자 배우로서 입지를 탄탄히 한 니노미야 카즈나리가 '헤매는 남자'로 분해 관객들의 몰입을 높일 준비를 마쳤다. 여기에 '남은 인생 10년',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와 같은 로맨스 작품으로 국내 관객들에게도 친숙한 고마츠 나나가 '여자'로 등장하고, 연극 무대에서 커리어를 쌓아 올린 코치 야마토가 '걷는 남자'로 분해 게임 원작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고 있다.


▶ 애프터스크리닝
평범해 보이는 지하철 속, 고막을 때리는 익숙한 클래식 라벨의 '볼레로'와 함께 영화는 시작된다. 하지만 이내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제거된 듯 고막을 찌르는 지하철 속 어떤 아기의 울음소리, 그리고 나에게 걸려온 전화벨 소리 등 순간적으로 게임 속, 아니 영화 속 인물에 내 영혼이 빠져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주인공인 1인칭 시점으로 하얗고 차가운 타일이 깔린 지하철 복도를 터벅터벅 걷다 보면 이 게임의 룰, 아니 영화의 룰을 이해하게 된다. 이상 현상을 발견하면 뒤로 돌아가고, 이상 현상이 없다면 앞으로 나아가 8번 출구로 탈출하면 되는 간단한 룰이다. 이런 간단한 룰인데 95분의 이야깃거리가 된다고?
볼수록 놀랍다. 아무리 봐도 똑같은 타일 복도인데 틀린 그림 찾듯이 어딘가 다르다. '헤매는 남자' 혼자서 95분을 다 채우는 건가? 저 남자 끝내 이 미로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죽는 건가? 싶을 때 뜻밖의 반전이 나타난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고작 5명 정도이지만 이들이 서로 등장인물이 되기도, 배경이 되기도, 의미나 상징이 되기도 한다. ㄱ자로 꺾어진 몇 개의 복도가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공간의 전부이지만 공포스럽기도, 희망스럽기도, 숨 막히기도, 절망스럽기도 하다.
과연 8번 출구는 실제 하는 걸까? 의심하며 보다 보면 이 영화의 또 다른 메시지가 느껴진다. 이상 현상이 있으면 돌아서라는 단순한 룰인데 왜 사람들을 자꾸 기웃거리고 의심하지 않고 유혹당하는 걸까? 마치 우리네 인생 같다. 앞으로만 가라고 주변에서, 어른들이 아무리 조언을 해도, 정답을 알려주는데도 불구하고 딴 길로 기웃거리는 사람들의 습성을 반영하는 듯. 그리고 등장인물을 통해 낙태 금지나 주변 사람들에 대한 관심, 인간 대 인간으로의 시선까지도 공감하고자 한 게 아닐까.
대단한 미장센이나 미술과 의상, 분장 없이 심플하고 작은 규모의 공간만으로도 이렇게 다층의 메시지를 주는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니, 상당히 충격적이다.
원작 게임을 모르는 관객이라면 더욱 놀랍고 재미있게 관람이 가능하며 새로운 감각, 기발한 발상에 목마른 문화인이라면 이 영화를 꼭 보시길.
영화의 엔딩에도 라벨의 '볼레로'가 나온다. 무한 루프를 그렸던 영화에 걸맞게 비슷한 선율이 반복되며 점점 고조되는 '볼레로'의 선곡이라니! 영화가 끝나면 관객들은 다시 영화의 시작부터 거슬러 올라가 주인공의 다음 결정을 복기하며 8번 출구를 찾기 위한 무한 루프를 셀프 리마인드 하게 될 것.
‘8번 출구’는 무한루프의 지하도에 갇혀 8번 출구를 찾아 헤매는 남자가 반복되는 통로 속 이상 현상을 찾아 탈출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10월 22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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