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세경이 영화 '휴민트'로 돌아왔다. 영화 '휴민트'로 12년 만에 다시 스크린 앞에 선 신세경은 긴 시간의 무게를 오히려 덤덤하고도 단단한 태도로 마주하고 있었다.

흔히 외부에서는 2~3년의 작품 공백이나 오랜만의 영화 복귀를 두고 조급함을 묻곤 하지만, 그는 "조급함을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단지 제작 환경의 변화로 릴리즈 시점이 늦춰졌을 뿐, 스스로는 늘 꾸준히 좋은 작품을 통해 팬들을 찾아왔다는 자부심이 기저에 깔려 있었다.
'휴민트'에서 신세경이 연기한 캐릭터에 배우 나나가 캐스팅되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결국은 신세경이 '채선화'를 연기하게 되었지만, 그는 캐스팅 과정의 우여곡절이나 일정의 변동조차 "모든 것은 제 주인이 있고 인연이 있는 법"이라며 "자연인 신세경이 캐릭터를 만나 어떤 면은 달라지고 어떤 면은 풍부해졌을 것이라 믿기에 그저 운명대로 잘 만났다고 생각한다"는 철학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지붕뚫고 하이킥'의 '미나'가 자신 하나 건사하면 되는 깨발랄한 청춘의 상징이었다면, 12년의 세월이 흐른 뒤 만난 '휴민트'의 '선화'는 어머니를 건사하고 스스로를 지켜내야 하는 묵직한 책임감을 지닌 인물이었다. 이제 30대 중반에 들어선 그는 "지금의 내 모습이 훨씬 마음에 든다"며 현장에서든 일상에서든 더 옳은 판단을 내리고 신중하게 행동하려 노력하는 현재의 자신에게 깊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러한 신세경의 단단한 내면은 류승완 감독이라는 거장을 만나 더욱 선명한 시너지를 냈다. 평소 한국 영화의 팬으로서 감독의 작업을 동경해 왔다는 그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는 감독님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며 그 책임감의 무게를 피부로 느꼈다"고 회상했다.
특히 배우로서 가장 고마웠던 점으로 명확한 디렉팅을 꼽았는데, 작은 동작 하나까지 디테일하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감독의 배려 덕분에 현장에서 혼란스럽거나 헷갈릴 일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그가 연기한 '선화' 역시 감독과 치열하게 대화하며 구축한 결과물이다. 신세경은 "선화는 단순히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인물이 아니라, 자기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와 가족을 위해 휴민트가 되기로 결단하는 용기 있는 여성"이라고 정의했다. 상대적으로 행동반경은 작을지 몰라도 그 안에서 내리는 선택들은 누구보다 능동적이고 강인하다는 분석이다.
신세경은 "류승완 감독님이 사전에 저에게 '본인과 선화의 닮은 점이 무엇이냐'고 물으셨다. 그때 굉장히 강한, 심지가 굳은 사람인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살고자 하는 의지가 대단하고 지키는 것을 위해 용기 있는 선택을 내리는 인물이더라"라며 자신을 캐릭터에 어떻게 투영시켰는지를 이야기했다.
평양대학 출신의 북한 여성 연기를 위해 신세경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투리 연기에 도전했다. 완벽한 캐릭터 구현을 위해 쏟은 노력은 그녀의 대사가 노출된 홍보용 영상의 댓글에 '신세경 고향이 평양이냐?'는 글이 달릴 정도로 유쾌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평양 또래 여성의 뉘앙스를 정확히 묘사하고 싶어 연습생 같은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놓았다. 북한말 선생님의 녹음 파일을 입에 익을 때까지 무한 반복하고, 다시 녹음해 들어보기를 반복하는 성실함은 기본이었다. 뿐만 아니라 극 중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도 단순히 무대를 선보이는 것을 넘어, 그 안에 담긴 복합적인 정서와 선물을 주는 듯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보컬 트레이닝에 매진했다. "짧은 클립이 공개된 후 다행히 좋은 반응이 많아 1차로 통과했다는 생각에 정말 안도했다"는 그의 고백에서는 12년 차 배우임에도 여전히 정석대로 준비하고 평가에 겸허한 프로페셔널함이 묻어났다.
라트비아 리가에서의 해외 촬영 당시, 맛있는 식당을 발견하면 동료들과 함께 가기 위해 직접 예약을 도맡아 하며 "세경이가 날 잡았다"는 귀여운 찬사를 듣던 소탈한 모습 또한 그가 가진 인간적인 매력을 배가시켰다. 옥색 한복을 입고 화면을 가득 채우는 그의 얼굴은 촬영과 분장팀의 노고 덕분이라며 공을 돌렸지만, 정작 관객들은 그 속에서 비치는 맑고 강인한 신세경의 진면목을 발견하고 있었다.
영화 '휴민트'는 비밀도, 진실도 차가운 얼음바다에 수장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격돌하는 이야기로, 오는 2월 11일(수) 전국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더프레젠트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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