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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BC
신분 세탁에 폰지 사기, 허위 브랜딩 등 각종 범법 행위를 저질렀지만 미워할 수가 없다. 오히려 짜릿한 범행 방식에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뿐이다. 온전히 섬세한 연출과 신혜선의 흠 없는 연기가 완성해낸 설득력의 힘이다.

13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레이디 두아'(극본 추송연·연출 김진민)는 가짜일지라도 명품이 되고 싶었던 여자 사라킴(신혜선)과 그녀의 욕망을 추적하는 남자 무경(이준혁)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2022년 JTBC X SLL 신인 극본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극본을 김진민 감독이 스크린에 옮겨놨다. 김 감독이 OTT 드라마를 연출하는 건 '인간수업' '마이 네임' '종말의 바보'에 이어 네 번째다.
김 감독은 그간 흡인력 있는 전개, 자극적이지만 선을 넘진 않는 디테일한 연출로 호평받아왔다. 김 감독의 역량이 빛난 건 '레이디 두아'도 마찬가지. 사라킴의 리플리 증후군을 중심으로 살인청부, 신분 위조 및 세탁, 폰지 사기, 짝퉁 등 자극적인 요소가 쉴 새 없이 등장하지만,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도구로만 활용될 뿐 지나침이 없다. 오직 도파민 형성만을 목적으로 소모적으로 활용됐다면 피로감이 컸을 텐데, 적절할 때 들어오고 빠지는 덕에 거슬리지가 않다. 오히려 텐션이 떨어질만 하면 느슨해진 밧줄을 팽팽이 당기며 긴장감을 끝까지 끌고 가는 역할을 해낸다.
연출적으로 칭찬할 또 다른 부분은 전개 구조. '레이디 두아'는 일반적인 작품들과는 달리 두 개의 서로 다른 시간 흐름을 지니고 있다. 무경의 시점에선 시간이 정방향으로 흐르는 반면, 사라킴의 이야기는 반대로 향한다. 겉껍질을 벗길수록 새하얘지는 양파처럼 무경이 사라킴의 민낯에 가까워질수록 시점은 점점 더 먼 과거를 비추게 되는데, 속내를 알만 하면 또 다른 사라킴이 등장하는 탓에 절로 무경과 함께 그의 과거를 쫓게 된다.
사라킴의 다양한 사기 방식은 추리의 재미를 더한다. 범행 구조 자체는 일관되지만, 피해자마다 다른 접근 방식과 사기 전략, 시시각각 변하는 말투와 태도로 흥미를 유발하는 것. 분명 사라킴이 저지르는 건 합법과 불법 사이를 오가는 범죄 행위이고 사기의 심각성 역시 얕지 않지만, 납득이 되는 사라킴의 순수한 욕망과 갈증에 과연 다음 타깃은 어떻게 홀리고 뒤통수를 칠지 기대하게 만든다.
사라킴이 지닌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건 신혜선의 독보적인 캐릭터 소화력이다. 1인 3역에서 4역을 오감에도 불구, 각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분해 표현해 내며 사라킴의 서사를 탄탄히 한 것. 꿈을 향해 굳건히 나아가는 모습부터 구질구질한 면모, 갑이 된 것에 취해 변해가는 사라의 얼굴까지 섬세하게 연기하며 몰입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비밀의 숲' 이후 8년 만에 재회한 이준혁과의 합도 좋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극이 진행되는 만큼, 다른 한쪽의 연기 스타일이 일관되지 않거나 톤이 다를 경우 어설픈 완성도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준혁의 경우 신혜선과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며 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간다. 긴장감을 쌓아가는 정도도 엇비슷하다. 세계관은 공유하지만 서로 다른 세상에서 저마다의 속도로 긴장감을 쌓아가던 두 사람은 특정 회차에서 서로와 만나 묵혀온 서스펜스를 폭발시키는데, 이 장면이 '레이디 두아'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비밀의 숲'의 묵직한 분위기를 좋아했다면 이번 '레이디 두아' 역시 취향에 맞을 것이라 생각한다.
'레이디 두아'의 유일한 흠을 꼽자면 막내 형사 재현 역의 신현승. 풋풋함에 초점을 맞춘 것인지, 극의 전반적인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톤의 연기로 의아함을 자아낸다. 다행히 출연 분량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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