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목지' 악몽도 영감의 재료로 삼은 이상민 감독 "공포 영화의 묘미는 심리 싸움" [영화人]
호러 영화 '살목지'로 장편영화에 데뷔한 이상민 감독을 만났다. 이상민 감독은 단편 영화 작업부터 호러와 스릴러 장르 외길을 파오며 대한민국 대학영화제 대상, 수려한합천영화제 대상, 서울충무로영화제 관객상 등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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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괴담의 소재로도 유명한 살목지를 배경으로 한 이상민 감독의 '살목지'는 언론 시사와 공포 GV 이후 호평을 받으며 개봉을 앞두고 있다.

어릴 때 동네 폐목공소에서 실제로 귀신에게 홀린 적이 있었고 그때의 경험이 너무 강렬해 공포 장르에 매력을 느꼈다는 이상민 감독은 어릴 때 자신이 겁쟁이였다는 말을 했다. 텔레비전에서 공포 에피소드를 하나 보고 나면 그 잔상이 며칠씩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고. 혼자 방에 앉아 "여기서 귀신이 나오면 어떡하지, 저렇게 나오면 어떡하지"를 되뇌는 아이였는데 그 상상이 어느 순간부터 무섭지 않고 재미있어졌단다. 그렇게 공포를 즐기는 법을 스스로 터득한 이상민 감독은 두려움을 상상력의 연료 삼아 관객들에게 똑같은 경험을 전달하는 입장이 되었다.

영화 '살목지'는 영화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무서운 장면과 가슴 졸이며 추측하게 만드는 서스펜스까지 꽤 밀도 높게 버무려져 있었다. 이상민 감독이 공포 장르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점프 스케어의 타이밍이 아니라 그 직전의 심리라 했다. "점프 스케어의 묘미는 심리 싸움"이라고 하며 나오겠다 싶은 순간 한 박자 늦추거나, 예상보다 빠르게 치고 들어오거나, 혹은 분명히 뭔가 있을 것 같았는데 아무 일도 없거나. 그 밀당의 리듬을 설계하는 것이 감독에게는 가장 큰 즐거움이자 과제였다고 했다.

또 하나 '살목지'를 준비하면서 그가 하나의 명확한 목표로 삼은 단어가 있다. 서스펜스였다. 관객에게 긴장할 포인트를 먼저 던져주고 그때부터 밀당과 긴장감을 점점 증폭시켜가다가 확 터뜨리는 순간의 타이밍을 설계하는 것. 그는 '살목지'를 단순한 귀신 영화가 아니라 "액션 못지않은 스펙터클"을 품은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무섭다는 감각과 흥미진진하다는 감각이 동시에 작동하는 롤러코스터. 그것이 그가 이 영화에서 노린 지점이었다.

그 서스펜스의 무대로 선택한 것이 바로 살목지라는 공간이다. 이상민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기 전 실제 살목지를 찾아가 현장의 힘을 확인했단다. 저수지에 물안개가 피어오르는데 이상하게 물 안쪽으로 안개가 흘러들어가는 게 마치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고. 그 광경을 목격한 순간, 그 공간이 이미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확신이 생겼단다. 영화에서 보이는 살목지의 기괴한 나무, 덩굴, 음산한 숲 등 그 어떤 것도 인공적인 장치를 더하는 대신 공간 자체가 주는 음산함을 1순위로 두고 돌탑도, 나뭇가지도, 물도 원래 거기 있던 것들로 영화에 담았다고 했다.

공간에 대한 감독의 시선은 카메라 앵글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영화 속 여러 장면에서 인물은 화면 한켠에 작게 자리하고 저수지는 압도적으로 넓게 펼쳐진다. 누군가는 그 롱샷이 공포의 긴장을 다소 풀어놓는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상민 감독의 의도는 달랐다. "저수지는 엄청 큰데 사람은 조그맣게 보이는, 이 인간이 저수지의 강한 힘 앞에서 초라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귀신의 형체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방식도 같은 맥락이다. 커플이 빠지는 순간, 경태가 물속에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카메라는 오히려 멀리서 그 풍경을 바라본다. 저수지가 사람을 집어삼킨다는 감각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그 공간을 지배하는 귀신의 설계에도 이 감독만의 논리가 담겨 있었다. "물귀신은 바운더리가 있는 존재다. 물속으로 끌어들이면 죽는다는 명확한 규칙이 있기에 관객들은 물이 등장할때마다 긴장하게 되고 물 소리만 들려도 뭔가 벌어질 것 같은 심리적 압박이 작동하게 된다. 그리고 물이라는 링 위에서 귀신은 지인의 얼굴로, 사람인 척 나타나서 물로 데려간다."라며 물귀신을 소재로 한 이유를 설명했다.

영화에 대한 압박 때문인지, 살목지의 기운 때문인지 이상민 감독은 영화를 준비하는 동안 악몽을 많이 꿨다고 한다. 꿈속에서 분장 실장이 귀신 분장을 마친 사람들을 줄 세워 하나씩 내보이는데, 문득 그 사람들이 모두 귀신이고, 귀신들이 일제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그 순간의 이미지가 영화 속 귀신의 얼굴과 의상, 헤어 스타일에 직접 영감이 됐다는 비하인드를 밝혔다. 무서워서 상상하고, 상상하다 꿈을 꾸고, 꿈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사람. 이상민 감독에게 공포는 오래전부터 그런 방식으로 작동해왔다.

로드뷰에 정체불명의 형체가 찍히고, 재촬영을 위해 저수지로 향한 촬영팀이 검고 깊은 물속의 무언가를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공포 영화 '살목지'는 4월 8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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