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긴, 절대 살아서는 못 나와"


영화 '살목지'가 300만 관객 돌파를 기념해 이상민 감독의 일문일답을 공개했다.
한국 공포 영화의 새로운 이정표를 써 내려가며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영화 '살목지'가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5월 10일(일) 기준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2018년 개봉한 '곤지암'의 기록을 제치고 국내 박스오피스 역대 공포 영화 흥행 2위에 오른 '살목지'가 이상민 감독의 일문일답이 공개됐다.
-이하 이상민 감독 일문일답 전문-
Q. '살목지' 개봉 후,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 최근 근황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근엔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들을 실컷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책을 읽기도 하고, 보고 싶었던 영화들을 실컷 보거나 만화책방에 가서 만화를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친구들과 여행도 다녀왔습니다. 원래 산책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데, 요즘에는 날씨도 좋아서 원 없이 산책하고 있습니다.
Q. 첫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상상하셨던 순간들과 지금 실제로 마주하고 있는 풍경이 많이 다를 것 같은데요. 300만 관객 돌파 소식을 듣고 어떠셨는지 소감 부탁드립니다.
300만은 상상도 못 했던 숫자라 이게 현실인가… 싶습니다. 무엇보다 요즘은 촬영 현장에 있었던 시간들이 많이 떠오릅니다. 현장에서 스태프분들이 "많은 관객분들이 봐주시면 좋겠다"며 해 주셨던 좋은 말씀들이 생각이 납니다. 그땐 300만이라는 숫자가 농담 삼아서 꺼내기도 조심스러운 관객 수였습니다. 그 정도로 저에게는 비현실적인 숫자였기에, 지금도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Q. 기억에 남는 관람평 혹은 주변 분들의 평가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또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하시면서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을 관객분들이 새롭게 해석해 주신 순간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특히 인상 깊었던 해석이나 새롭게 보게 된 부분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최근 극장에 영화를 보러 갔다가, 바로 옆 관에서 '살목지'를 관람하고 나오시는 관객분들을 마주친 적이 있습니다. 어떤 말씀을 하실지 괜히 궁금해서 조용히 귀를 기울여봤는데, 다들 재미있게 봐주신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특히 "일단 나는 당분간 물가는 못 갈 것 같아"라는 말씀이 굉장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또 어떤 분은 "영화 보는 내내 귀신을 잘 피했는데, 물속 장면에서 결국 귀신이랑 제대로 눈이 마주쳐 버렸다" 라며 하소연하시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았던 평은 "감독이 멱살 잡고 롤러코스터를 태워준다"는 평이었습니다. 영화를 만들면서 내심 생각했던 방향과 가장 맞닿아 있는 표현이라 인상 깊었습니다.
수인이 홀린 시점에 대한 해석과 '진짜 기태'가 '가짜 기태'로 변하는 시점에 대한 해석도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수인은 살목지에 오기 전부터 이미 홀린 상태였다"는 해석이 있었는데, 이 부분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수인이 홀린 시점이 명확했는데, 영화를 촬영하면서 점점 그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을 제 스스로도 느꼈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어디서부터 가짜 기태였는가'에 대한 해석은 제가 오히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인상 깊었습니다. 관객분들께서 영화 속 여백을 각자의 방식으로 이어 붙이며 또 다른 이야기를 완성해 주시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고 감사하게 다가왔습니다.
Q. GV와 무대인사를 통해 직접 관객들을 만나 오셨는데, 현장에서 체감한 분위기는 어땠나요?
우선, 영화에 대한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게 편지를 써주신 분들도 계셨는데, 이번 기회에 그분들께 저의 감사함이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보내주신 편지들은 하나하나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고, 제게 큰 힘이 되는 문장들이 많았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영화를 만들고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저희 배우분들이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알고는 있었지만, 다시 한번 '이렇게 멋진 분들과 작업을 했구나!' 싶은 마음이 들어 괜히 벅차기도 했습니다.
Q. 입소문 흥행으로 이어진 '살목지'의 핵심 포인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었던 점이 큰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분들에게 실제로 물귀신에 홀리는 듯한 체험을 선사하고 싶었기 때문에 서사적으로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런 지점들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자연스럽게 서로 이야기를 이어가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보다도 가장 큰 힘은 저희 배우분들이 가진 매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관객분들께서 캐릭터들의 케미스트리를 많이 사랑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태와 수인의 케미는 김혜윤 배우님과 이종원 배우님 두 분이 계셨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두 캐릭터 모두 많은 부분을 직접 설명하지 않는 캐릭터인데도 불구하고, 두 분의 연기력과 매력이 설명되지 않은 그 지점들을 오히려 더 큰 장점으로 승화시켜 주셨습니다.
두 분뿐만 아니라 김준한 배우의 미스터리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담은 연기, 김영성 배우와 오동민 배우의 날것 그대로 같은 생생한 연기, 장다아 배우님과 윤재찬 배우님 특유의 생기 넘치는 연기와 발랄한 매력 덕분에 관객분들께서 캐릭터들을 더 사랑해 주신 것 같습니다.
Q. 첫 장편 상업 영화 데뷔작인 '살목지'의 기록이 감독님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은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살목지'의 제작부터 개봉까지 모든 과정은 제게 있어 커다란 행운의 연속이었습니다. 매 순간 새로운 경험이 몰아치듯 지나갔고, 조금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 모든 순간들이 얼마나 행운이었는지를 다시금 깨닫고 있습니다. '살목지' 가 만들어낸 수많은 행운과 기록들은 이제 제게 있어 앞으로 다시 넘어야 할 또 하나의 기준점이 된 것 같습니다. 그 마음과 기대에 부끄럽지 않도록, 앞으로도 좋은 영화로 찾아뵐 수 있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Q. 관객들이 왜 호러 영화에 열광한다고 생각하시는지, 또 '호러 장인'으로서 감독님이 느끼는 공포 장르만의 가장 큰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나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호러는 '체험의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극장에서 보았을 때 그 진가가 느껴지기에, 관객분들이 호러를 사랑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호러의 가장 큰 매력은 자유로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지적으로도, 서사적으로도 호러는 제게 "그래도 돼"라고 이야기해 주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또, 정보를 제한할수록 매력이 살아나는 장르기에,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하는 과정 역시 무척 즐겁습니다.
제가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상황이나 이미지들이 아무래도 호러라는 장르에 잘 부합하는 편이라 지금도 자연스럽게 이러한 서사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포 못지않게 감동적인 이야기도 무척 좋아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벅차오르게 만드는 이야기도 언젠가는 해보고 싶습니다.
Q. 함께 1년의 여정을 달려온 배우, 스태프들에게 지금 가장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가장 하고 싶은 말은 "함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말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살목지'는 기획부터 제작, 완성, 개봉까지 많은 행운이 함께한 작품입니다. 그중 가장 큰 행운은 우리 배우분들과 스태프분들을 만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낯도 가리고 쑥스러움도 많아서 애정 표현을 잘하진 못 하지만… 다들 꿈에도 자주 나올 정도로 좋았습니다. 다음에도 또 함께 작업할 수 있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조만간 다 같이 모여서 회포를 풀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300만 돌파를 함께 응원해 준 팀 '살목지', 관객분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느 영화나 그렇겠지만, 특히 호러는 극장에서 함께 체험해 주시고 비명도 질러 주시는 관객분들 덕분에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살목지'를 함께 완성해주시고, 팀 '살목지'를 사랑해 주신 모든 관객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살목지' 로드뷰에 정체불명의 형체가 찍히고, 재촬영을 위해 저수지로 향한 촬영팀이 검고 깊은 물속의 무언가를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공포 영화 '살목지'는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iMBC연예 백아영 | 사진출처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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