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 영화계는 긴 침체기와 조심스러운 회복기 그 어디쯤을 지나고 있다. 이 복잡한 길목에서 올 한 해 가장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진 배우를 꼽으라면 단연 조인성이다. 영화 '휴민트'를 시작으로 나홍진 감독의 SF 대작 '호프', 그리고 9월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까지. 한국 영화의 구원투수이자 굵직한 텐트폴 작품들의 중심에 선 조인성을 만나 그가 짊어진 왕관의 무게와 영화계를 향한 솔직한 속내를 들었다.

업계 안팎의 뜨거운 기대감은 역설적으로 그에게 거대한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연이은 대작들의 개봉을 앞둔 심경을 묻자 조인성은 "사실 지금도 도망가고 싶다"며 털털하게 웃어 보였다.
"책임을 다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 부담이 크다는 은유적인 표현이다. 애초에 제가 거창한 사명감을 띠고 이 작품들을 연달아 선택했던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한국 영화계의 현실과 맞물려 저에게 부여된 상징성이나 외부의 시선들을 결코 모른 척할 수는 없더라. 피할 수 없다면 묵묵히 받아들이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이 제 몫이라 생각한다."
그는 현재 한국 영화가 처한 안팎의 위기를 거친 비바람에 빗댔다. 당장 안으로는 SF와 크리처물이라는 외피의 영화'호프'의 개봉을 앞두고 있어, 한국 시장에서 태생적으로 극복해야 할 장르적 허들이 존재하고, 밖으로는 극장가 전체의 회복 속도가 더디다는 점이 그렇다. 이 냉혹한 현실 앞에서 조인성이 꺼내든 화두는 뜻밖에도 한 송이의 꽃, '능소화'였다.
"능소화라는 꽃이 있습니다. 하필 거센 장마와 태풍이 몰아치는 한여름에 피어나는 꽃이죠. 모든 비바람을 다 맞아내면서도, 마침내 꽃이 활짝 피어나 고개를 들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어요. 저는 우리 영화계의 현주소, 그리고 '호프'가 처한 상황이 딱 이 능소화와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비유처럼 '호프'는 수많은 리스크를 안고 출발한 작품이다. 제작 기간은 길어졌고, 나홍진 감독 특유의 타협 없는 연출 스타일과 지독한 완벽주의는 현장을 극한으로 몰고 갔다. 대중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크리처물의 한계도 고스란히 안고 있다. 그러나 조인성은 그 거친 비바람 속에서 피어날 결과물의 힘을 믿고 있었다.
"안주하기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다가 멋지게 부딪히는 쪽이 배우로서 더 가치 있다고 믿습니다. 전작 '무빙'을 택했을 때도 같은 마음이었죠. '호프' 역시 태생적인 부침과 외부의 장마를 다 겪어내야겠지만, 결국에는 관객들의 품속에서 당당하게 확 피어나는 능소화 같은 작품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도망치고 싶다던 그의 말은 역설적으로 그 누구보다 한국 영화의 최전선을 치열하게 지키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왕관의 무게를 피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는 조인성. 거센 태풍 속에서도 하늘을 향해 당당히 고개를 드는 능소화처럼, 그의 뚝심 있는 여정이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활력을 피워내길 기대해 본다.
조인성이 출연한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로 7월 15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