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경찰 수사권 확대 그늘 추적…무너진 신뢰 이유는?
경찰의 수사 권한이 확대되는 가운데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수사 논란과 내부 통제의 문제를 MBC 'PD수첩'이 집중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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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4일 제주에서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약 석 달 만에 한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5월 실종된 장미란 씨였다.

그런데 최초 실종 신고 과정에서 경찰의 대응에 의문이 제기됐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은 “실종자와 연락이 닿았고, 본인이 행적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신고 접수 약 2시간 30분 만에 사건을 종결했다.

하지만 약 두 달 뒤 가족들이 다시 실종 신고를 하면서 수사가 재개됐고, 예상하지 못한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담당 경찰관이 장 씨와 실제로 통화한 사실이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 지난 22일부터 사흘 사이 제주에서 실종자 4명이 잇따라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경찰의 실종사건 처리 과정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해당 수사관이 임의로 종결했던 실종 사건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가 시작된 배경이다.

검찰의 직접 수사가 폐지되고 일반 수사를 경찰이 전담하게 되는 형사소송법 개정 시행을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이 같은 사건은 경찰 수사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과 불신을 더욱 키우고 있다. 'PD수첩'은 확대되는 경찰의 수사 권한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행사되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피해자가 가해자로 뒤바뀐 사건…8개월간 이어진 억울한 옥살이

현직 경찰관인 부친의 범죄 증거 은닉 의혹으로 논란이 일었던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 'PD수첩' 취재진은 이 사건을 수사했던 광주 광산경찰서에서 과거에도 수사 과정의 왜곡 논란이 제기됐던 사실을 확인했다.

2018년 여자친구를 감금하고 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광주 데이트 폭력 1호 사건'의 피의자로 알려졌던 손솔빈 씨 역시 해당 경찰서의 수사 대상이었다.

그러나 손 씨가 전한 당시 상황은 알려진 내용과 달랐다. 오히려 손 씨가 여자친구로부터 지속적인 폭언과 폭행을 당해왔다는 것이다.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전직 경찰서장이었던 가운데 손 씨는 자신의 결백을 입증할 수 있는 현장 CCTV를 확인해달라고 경찰에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은 그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폭언과 강압적인 조사를 이어갔다고 손 씨는 주장했다.

수사보고서에도 문제가 있었다. 여자친구의 폭행을 피하기 위해 손 씨가 보인 행동을 상대방을 밀어 넘어뜨린 장면으로 왜곡해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법원은 손 씨에게 적용된 핵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손 씨가 8개월 동안 억울하게 수감 생활을 한 뒤였다.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와 경찰청 내사 조사 등을 통해 수사 과정에서의 과오가 확인됐지만 관련 경찰들의 공식적인 사과는 이뤄지지 않았다.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고통 속에 남아 있는 손 씨의 이야기를 'PD수첩'이 조명한다.

수사종결권과 뇌물의 거래…“돈 입금해 줘”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자체적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했다. 'PD수첩'은 경찰 개개인에게 주어진 수사종결권이 범죄와 결합해 악용된 사례도 추적했다.

의정부경찰서 소속 한 경찰관은 대출 사기 브로커 김OO 씨에게 수억 원의 뇌물을 받고 수사를 무마해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경찰관은 결국 징역 6년과 약 2억 5천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브로커에게 “김OO 씨(브로커)는 구속과 거래를 하는 거고, 나는 해고 위험을 감수하는 거야”, “돈 입금해 줘. 나한테 자신 있게 투자해 봐”라며 금품을 요구했다.

여기에 위장전입을 권유하는가 하면 전국 각지에서 접수된 고소 사건을 자신의 관할로 가져와 '수사 중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사건이 왜 수년 동안 진척되지 않는지 알지 못했다. 'PD수첩'이 취재를 위해 연락하기 전까지 담당 경찰관을 좋은 사람이라고 믿었다는 피해자 차철호 씨도 그중 한 명이었다.

차 씨는 현재도 성치 않은 몸으로 6,200만 원에 이르는 빚을 갚아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 비위 조사했더니 돌아온 것은 '좌천'

경찰 조직 내부의 비위를 감시해야 할 청문감사관 일행이 한밤중 편의점에서 음주 난동을 벌여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비위 사실을 파악한 형사와 수사과장은 CCTV를 확인하고 피해자 진술서를 확보하는 등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사건을 인지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두 사람에게 내려진 조치는 지구대 순찰요원으로의 발령이었다. 이후 수사 절차 위반과 내부결속저해행위를 이유로 정직 징계까지 이어졌다.

동료 경찰의 일탈을 덮지 않고 조사한 데 따른 '보복성 인사'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경찰 조직 내부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도 불거졌다.

30년 동안 수사 업무에 몸담아온 베테랑 수사관들은 하루아침에 좌천된 상황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자정 기능을 상실한 조직이 확대된 수사 권력을 과연 공정하게 행사할 수 있겠느냐며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례들이 경찰 내부의 자율적인 감찰이나 구성원들의 선의에만 의존해 공권력을 통제하는 방식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특히 경찰에 확대된 권한을 실질적으로 감시하기 위해서는 영국의 독립경찰감시기구(IOPC)와 같은 독립적인 외부 통제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강력한 실효성을 갖춘 외부 감시 체계를 조속히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의 직접 수사가 폐지되고 경찰이 일반 수사를 전담하는 시점이 다가오는 가운데, 수사권 남용을 방지하고 시민들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경찰 조직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 할지 관심이 쏠린다.

MBC 'PD수첩' '수사권 독립 D-31 '흔들리는 경찰, 신뢰의 조건''은 오는 9월 1일 화요일 밤 10시 20분 방송된다.

수사권 확대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견제할 실질적인 장치인 만큼, 경찰 내부 통제에만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감시 시스템 마련이 경찰 신뢰 회복의 핵심 과제로 보인다.

iMBC연예 유정민 | 사진출처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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