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도, 사연도 중요하지 않다. 심수봉의 가벼운 언행에는 개인적인 감정이 짙게 묻어났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한 실수에 애꿎은 김다현만 봉변을 당했다.

지난 20일 전북 진안군에서 열린 ‘제10회 진안고원 트로트페스티벌’에는 심수봉과 김다현 등이 출연했다. 김다현이 먼저 공연을 마쳤고, 뒤이어 무대에 오른 심수봉은 자신의 노래 두 곡을 부른 뒤 돌연 앞선 무대의 김다현을 언급했다.
심수봉은 김다현을 “저 앞에 노래 부른 여자”라고 지칭하며 자신의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매니저를 찾더니 “젊은 아가씨가 노래가 뭔지, 삶이 뭔지도 모르는 아가씨인 것 같다”며 김다현의 무대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수위는 더 높아졌다. 심수봉은 앞으로 자신의 앞에 김다현을 내보내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요구까지 했다. 그러면서 “노래라는 건 그렇게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며 인생 경험과 고생을 이야기하고, 관객을 위로하는 음악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선배 가수가 후배의 노래를 평가할 수는 있다. 수십 년간 무대에 선 심수봉이라면 음악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과 기준 역시 분명할 터다. 문제는 무엇을 말했느냐 못지않게 어디서, 어떻게 말했느냐다.
이날 자리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석도, 김다현에게 조언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도 아니었다. 수많은 관객이 모인 축제 무대였다. 김다현은 이미 공연을 마치고 내려간 상태였고 반론하거나 설명할 기회조차 없었다. 그런 자리에서 한 가수를 특정해 “노래가 뭔지, 삶이 뭔지도 모른다”고 단정하고 다음부터 자신의 앞에 세우지 말라고 요구했다.
더욱이 현재까지 알려진 심수봉의 발언만으로는 정작 김다현의 노래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기 어렵다. 발성인지, 감정 표현인지, 무대 태도인지 구체적인 음악적 지적은 없었다. 후배의 성장을 위한 쓴소리였다면 무엇이 부족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뒤따라야 설득력이 생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혹평만 남는다면 가르침보다 모욕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크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두 사람 사이의 ‘앞뒤 맥락’을 찾아 나설 이유도 없다. 오히려 그것이 이번 공개 발언의 또 다른 문제다. 설명 없이 강도 높은 비판부터 던져놓으니 “김다현이 무대 뒤에서 무슨 잘못을 한 것 아니냐”, “심수봉이 저 정도로 말할 만한 사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뒤따른다. 실제 온라인에서도 두 사람 사이에 알려지지 않은 일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반응이 등장했다.
확인되지 않은 사정을 상상해 김다현에게서 이유를 찾는 순간 또 다른 가십만 만들어질 뿐이다. 만약 별도의 사정이나 개인적으로 짚어야 할 문제가 있었다면 당사자에게 직접 이야기할 일이었다. 반대로 김다현의 노래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라면 인신성 평가가 아니라 음악적으로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짚었어야 했다.
어느 쪽이든 때와 장소를 가렸어야 한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공개적인 발언에는 그만큼의 파장이 따른다. 특히 알려지지 않은 맥락을 생략한 채 한 사람을 강하게 질책하면 당사자는 하지 않은 일까지 의심받을 수 있다. 대선배의 한마디가 어린 후배를 향한 근거 없는 추측과 가십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까지 헤아렸어야 했다.
‘인생 경험’이라는 지적도 의문을 남긴다. 2009년생인 김다현에게 71세 심수봉과 같은 세월의 깊이를 요구할 수는 없다. 젊은 가수가 아직 겪지 못한 삶이 있다는 사실과 그가 노래할 자격이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서로 다른 나이와 경험을 지닌 가수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노래를 해석하고 표현하는 것 역시 대중음악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두 사람이 전혀 접점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심수봉은 지난 2023년 MBN ‘현역가왕’에 스페셜 마스터로 출연했고, 당시 참가자였던 김다현의 경연을 심사했다. 김다현은 해당 프로그램에서 최종 3위에 올랐다.
대선배의 쓴소리는 때로 후배에게 값진 자산이 된다. 하지만 오랜 경력이 상대를 공개적으로 깎아내릴 권리까지 주는 것은 아니다. 심수봉은 자신의 음악에 대한 자부심과 철학을 이야기할 수 있다. 김다현의 노래가 자신의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많은 관객 앞에서 자리에 없는 후배를 특정해 “노래가 뭔지, 삶이 뭔지도 모른다”고 몰아세우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iMBC연예 이호영 | 사진 iMBC연예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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