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는 영화 '가능한 사랑'의 스페셜 GV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진행, 이창동 감독, 조인성, 조여정이 참석해 영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베니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 모더레이터 이동진은 "베니스가 영광이다"라는 표현을 해 박수를 이끌어 냈다.

이창동 감독은 "영화제에 나가면서 월드 프리미어이기에 처음으로 관객과 만나는 자리였다. 관객이 어떻게 봐줄지 설레고 궁금했는데 제가 체감하는 건 좋았고 재미있게 본다는게 놀라웠다. 상은 결과의 한 부분일 뿐.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의 반응이다. 베니스, 토론토에 이어 서울까지 관객들과의 접점을 넓힐수록 새로운 반응을 느끼는데 이런 과정이 저에게 의미있는 것 같다"라고 베니스 영화제의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동진은 "이창동 감독이 자랑을 잘 안하시는데 딱한번, '딴건 몰라도 내가 캐스팅은 잘해'라고 하시더라. 설경구, 전도연의 캐스팅에 대해 여쭤본다"라며 질문했다.
이에 대해 이창동 감독은 "저 캐스팅은 잘 합니다. 그렇게 자부하고 있다. 저는 연기 연출의 출발이자 전부는 캐스팅이라 생각한다. 배우의 연기를 감독이 연출해서 만든다는 건, 연기의 본질을 생각해보면 자만스러운거라 생각한다. 배우는 자기 안에서 끌어내지 연출자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어떤 어려운 감정이건 그 문을 열게하는 손잡이 정도를 감독이 제공해준다고 생각하기에 결국 영화 속 인물을 찾아 데리고 들어오는게 캐스팅이라 생각한다."라며 캐스팅에 신경 쓰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 "조인성 조여정이 겸손하게 '이제야 이창동 영화에 들어올수 있게 되었다'는 말을 했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 같은 잘생기고 우아한 배우도 이창동 영화에 나올수 있다'는 걸로도 해석이 된다."라고 받아쳐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이창동 감독의 작품에는 비주얼보다 연기력이 우선되는 배우들이 캐스팅되긴 했었다. 이번에 조인성, 조여정을 캐스팅한 이유로 그는 "영화 속 '상우'라는 인물은 딱히 뭘 하는게 없고 유일하게 하는게 헤엄치는 것, 클라리넷 불고, 영어도 하고, 태권도도 하고 심지어 커피도 내리는 등의 소소한 일들을 한다.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일반적인 다른 영화와 비교하자면 진짜 아무것도 안하는 인물이다. 제가 조인성에게 '가능하면 카메라앞으로 오지 마라, 뭘 하지 말라'고도 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영화속 사람들의 삶을 지배하는 힘은 '상우'같은 사람이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했기에 존재감이 강렬해야 했다. '상우'를 연기할만한 배우는 한국에 조인성밖에 없었다. 지적인 이미지, 우아한, 성실하게 일한 인물이기에 '예지'에게 어울리는 이미지는 조여정 밖에 없었다."라며 자세하게 이야기를 했다.
설경구와 전도연의 캐스팅 비화에 대해서는 "원래 이 영화는 10여년 전 준비했었는데 그때부터 설경구는 주인공이었다. 이후에 굉장히 여러 버전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그때마다 설경구는 당연히 주인공이었다. 계속 준비하고 엎어지고를 반복하다가 2025년 '심장소리'라는 단편을 찍으면서 이제는 이 작품을 떠나 보내자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기존의 설정에서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의 이야기를 더해 구조를 바꾸게 되면서 '가능한 사랑'을 하게 되었고, 시나리오를 써서 설경구에게 줬더니 스케줄이 이미 잡혀있다고 하더라. 한차례 위기가 있었는데 거의 억지로, 주변에서 도와줘서 무리해서 같이 참여하게 되었다. 전도연은 동네 식당에서 만났다. 내가 오랜만에 시나리오 썼다고 하니까 너무 좋아하더라. 자기가 출연하는 건지도 모르고 내가 시나리오를 끝냈다는 소식에 눈물을 글썽이면서 좋아하고 축하하더라. 내 영화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구나 생각되었고 그 마음이 참 고마웠다. 그 자리에서 '너도 나와야 하니까 시나리오를 읽어보라'는 말을 했다"라며 주연 배우들의 캐스팅 과정을 설명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조인성과 관련된 질문과 답변이 눈길을 끌었다. 영화 속에서 조인성이 연기한 캐릭터에 대해 '만인의 연인' 또는 '스티브 잡스 닮은꼴'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창동 감독은 "오정미 작가의 고등학교 시절에 만인의 연인인 사람이 있었다더라. 대사를 쓸 무렵부머 조인성과 같이 이야기 했었던거라 이 표현은 조인성을 생각하고 쓴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며 "조인성이 보여주는 건 '의인화된 자본' '자본의 의인화'였다. 서로 다른 계급의 이야기지만 두 계급간의 간격은 굉장히 멀다. 초격차가 나는 사람들이다. 그 자본의 힘은 지금의 기술혁명과 연결이 되어 있다. 스티브 잡스는 세상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었다. 그는 모든 걸 알고 있으면서도 자유로와 보였고 그가 이끄는 기술 혁명의 세계는 좋을 것 같이 보였다. 그런데 그 기술이 발전되면서 지금의 노동시장은 무너지고 있다. 노동이 상실되고 자아를 잃어가는 시대를 만들어 냈다"라며 영화 속 대사 하나가 그저 웃음을 안기기 위함이 아니라 이렇게 깊은 의미가 있는 것임을 설명했다.
또한 이창동 감독은 "화장실에서 웃는 '상우'(조인성 분)의 웃음을 참 좋아한다. '상우'는 표정이나 행동, 모습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후반부 바닷가에서 화난 표정과 화장실에서 웃는 표정이 유일하게 '상우'를 드러내는데, 화장실에서 '상우'의 웃음은 속에 있는 악마적인 것이 드러나는 순간이다"라고 말해 해당 장면을 곱씹어보게 했다.
영화에는 계급간의 문제, 노동의 문제 등 다양한 메시지가 담겨 있지만 특히나 어떤 주제를 다루는 창작자의 윤리에 대한 메시지도 담겨있다. 이창동 감독은 '예지'라는 인물에 자신을 동기화했다며 "10년 전부터 이 이야기를 준비하다가 엎었던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굳이 극영화로 만들어서 보여주는 의미가 있느냐?'였다. 영화를 만든다면 나에게도 의미가 있고 관겍에게도 의미가 있고 영화 자체로도 의미가 있어야하는데 그 확신을 못하겠다라. 그 사건(대기업의 대량 직원 해고)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있는데 이걸 극영화로 만드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답을 못 찾겠더라. 그래서 엎었는데, 다큐 감독의 이야기가 들어오면서는 그게 내 이야기일수 있겠다 싶더라. 나의 시선이나 태도, 나의 윤리가 들어간다 생각해서 해볼만 하다 싶었다."라고 했다.
이어 "저는 소설을 쓰는 창작자로 일을 시작했지만 창작자로 살면서 항상 부딪히는 건 '남의 고통스러운 삶이고 공적인 의미를 가지는 삶일수록 내가 어떤 태도로 이야기 해야하나'라는 고민이었고 이런 고민을 20대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하고 있다. 학생 운동이건, 소수자의 삶이건, 노동자이건 내가 그들이 아닌데, 내가 그들을 대신해서 이야기 한다는 것에 대해 '타인의 고통을 영화를 위해 소비하거나 이용하는 건 아닌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 하게 되더라. 그런 태도를 '예지'에게 대입했다. 내 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대상을 사랑하려고 노력하지만 과연 그 사랑이 순수한 사랑인가? 그렇게 사랑한다면 영화를 찍을 수 있는건가? 그런 '예지'의 노력을 '상우'는 다 알고 있고 오히려 냉소적으로 일깨우는 말을 옆에서 한다. 그런 질문을 저는 계속 던지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관객과 공유하고 싶었다. 남의 이야기를 전하는 창작자는 다 이런 고민을 갖고 있다 생각하고,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친구 사이이건 부부 사이라 하더라도 서로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데 이런 '내것이 아닌걸 내것으로 하고 싶어하는 것, 탐함'에 대해 같이 생각하고 싶었다"라며 감독으로서 고민하고 있는 것에 대해 토로했다.
영화의 제목인 '가능한 사랑'의 의미에 대해 감독은 "제목 자체가 질문일수 있겠다 생각했다. 대부분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사랑은 이뤄질수 없는 사랑인데 우리는 대놓고 가능한 사랑이라고 한다. 이 자체가 질문이라 할수 있겠더라."라며 말을 이엇다.
이창동 감독은 "이뤄질수 없는 두 부부가 관계를 가지는데, 착취하기 위한 의도였건 별 생각이 없었던 건 간에 어떻게든 관계가 이뤄진다. 심지어 이들의 관계가 의도적이었다 하더라고 그 속에서 뭔가가 생겨날 수 있다. 마음의 병을 갖고 있던 호석이가 아내 미옥의 앞이 아니라 예지의 카메라 앞에서 마음을 드러낸 것 같이 이익을 위한 일방적인 관계라 할지라도 그 속에 희망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관계를 살려내는 유일한 건 사랑이 아닐까? 예지가 의도적으로 사랑하려고 노력했던 마음이 호석과의 관계를 만들어 낸 것이다. 갈수록 우리 사회에서 사람간의 만남의 기회가 줄어드는데 관계를 회복시키는 힘은 사랑이라 생각했고, 비록 그 사랑이 고통받는 관계라 할지라도 앞으로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다 생각되더라. 호석은 배신당하는 인물이자 실패하는 사람으로 호석 집 마당의 대리석 평상은 실패와 배신의 상징이다. 인생의 가장 아픈 부분을 마당에 만들어 둔 인물이 호석인데, 그 깊은 상처와 실패를 겪어내고 이제야 비로소 처음으로 부부가 대리석 평상에서 술을 마시며 달을 바라본다는 건 어쩌면 사랑이 가능하도록 하는 장면일수 있겠다. 달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모두가 바라볼 수 있으니까. 그렇게 공평하게 달을 쳐다보는 장면이 가능한 사랑을 누구나 꿈꾸고 생각해볼수 있게 하는 장면이라 생각했다."라며 제목과 엔딩 장면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설명했다.
영화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녀의 남편,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만나 서로 다른 삶과 숨은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로 9월 23일 극장개봉에 이어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 iMBC연예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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