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 영화 단체, '암살자(들)' 사태에 공동 성명 "비판은 자유지만 사생활 위협은 안 돼"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정치적·역사적 갈등이 출연 배우의 자택 앞 집회와 신변 위협으로 치달으면서, 영화계 전체가 공동으로 대응에 나섰다. 제작·연출·배급·상영 등 영화 산업 각 분야 19개 단체가 결성한 '영화인연대'가 공식 성명을 내고, 창작자와 배우의 개인적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연대의 뜻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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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연대는 5일 발표한 성명에서 "실제 역사를 다룬 작품에 대해 다양한 문제 제기와 비판, 토론이 이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유족이나 당시를 기억하는 이들의 아픔도 존중받아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작품에 대한 비판과 개인을 향한 실질적 압박은 엄격히 구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작품 참여나 의견 표명을 이유로 개인의 주거지에 접근해 집회를 열거나 일상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는 정당한 비판의 범주를 벗어난 것"이라며, "개인이 이러한 위협을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영화계가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는 1974년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이 사건 배후에 중앙정보부 등 권력 상층부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극적 연출로 다루면서 촉발됐다. 정치권과 보수 성향 단체들은 '역사 왜곡'이라며 상영 중단을 요구했고, 지난 4일에는 일부 단체가 주연 배우 유해진의 자택 앞에서 집회를 강행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여기에 여당 측이 해외 영화제(싱가포르국제영화제) 초청 철회 서한을 보내는 등 외압 논란마저 더해졌다.

안전 우려가 극에 달하자 영화 측은 부산국제영화제 관련 행사와 무대인사 등 공식 일정을 취소했고, 유해진의 소속사 역시 배우 보호를 위한 법적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정부 차원의 대응도 이어졌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5일 경찰청 등 관계 기관에 배우와 영화 관계자들에 대한 신변 보호 및 집회 현장의 불법 행위에 대한 엄정 조치를 요청했다. 최 장관은 "작품 평가는 자유지만 신변 위협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며 "법적 문제가 있다면 사법 절차를 거치면 될 일"이라고 밝혀 사태의 조속한 침착을 촉구했다.

한편, 연일 이어지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암살자(들)'은 박스오피스 정상을 재탈환했다. 5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기준 '암살자(들)'의 누적 관객 수는 223만 명을 넘어서며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하 영화인연대 입장 전문]

영화에 대한 논의가 개인의 일상과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영화인연대는 최근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작품을 둘러싼 논의가 작품의 내용과 해석을 넘어, 작품에 참여했거나 의견을 밝힌 개인의 일상과 안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배우의 주거 공간을 대상으로 한 집회가 예고되고, 영화와 관련된 활동과 행사도 취소되고 있습니다.

영화는 관객의 판단과 선택을 통해 만나는 매체입니다. 관객에게는 영화를 보거나 보지 않을 자유가 있고, 영화에 대해 판단할 자유가 있으며, 비판할 자유도 있습니다. 실제 역사적 사건을 다룬 작품이라면 그 해석과 표현을 둘러싸고 다양한 문제 제기와 사회적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유족과 그 시대를 기억하는 이들이 느끼는 아픔과 문제의식 또한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작품에 대한 비판과 개인에 대한 압박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작품의 내용이나 역사적 해석에 이견이 있다면 비평과 토론, 공개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의견을 밝힐 수 있습니다. 그 과정이 개인의 주거지나 신상정보 등 사생활의 영역으로 확대되거나, 안전과 생업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영화인연대는 '암살자(들)'이라는 작품에 대한 평가나 역사적 해석에 대해 입장을 내는 것이 아닙니다. 작품에 대한 판단은 관객과 사회의 몫이며, 서로 다른 평가와 비판이 자유롭게 존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작품에 참여했거나 의견을 밝혔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생활과 안전까지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영화인연대의 입장입니다.

시민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영화에 대한 판단은 관객의 몫입니다.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논쟁이 사람을 향하지 않도록 함께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동료 영화인들에게 전합니다.
작품에 참여했거나 의견을 밝혔다는 이유로 개인이 위협과 압박을 홀로 감당하지 않도록 영화인연대가 함께하겠습니다.

영화인연대는 영화에 대한 시민의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의 권리를 존중하는 동시에 영화인의 생활과 안전을 지키고, 영화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필요한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2026년 10월 5일

영화인연대
한국예술영화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미술감독조합,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커뮤니티시네마네트워크 사회적협동조합, 지역영화네트워크,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영화제정책모임, 영화수입배급사협회, 영화마케팅사협회, 여성영화인모임, 부산영화인연대(가나다 역순)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하이브미디어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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