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폰소 쿠아론 감독 "'그래비티'의 시작은 아들의 시나리오" 영화같은 父子의 비하인드 [BIFF]
'칠드런 오브 맨'(2006), '그래비티'(2013), '로마'(2018) 등을 통해 아카데미 시상식을 매료시키며 기예르모 델 토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과 함께 멕시코가 낳은 세계적 거장 '스리 아미고(Three Amigos)'로 불리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 그리고 그의 아들이자 영화 '디시에르토'(2015)로 토론토국제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연출 세계를 구축해온 호나스 쿠아론 감독이 부산을 찾았다.

iMBC 연예뉴스 사진

8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기자회견에 참석한 두 사람은 오랜만에 한국 관객을 만난 반가운 소회와 함께, 부자(父子)이자 동료 연출자로서 나누어온 영화적 교감과 철학을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이번 영화제에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개막식을 시작으로 '그래비티' 특별 상영, 스페셜 토크, 마스터클래스 등 다채로운 행사를 통해 관객과 호흡하며, 호나스 쿠아론 감독이 연출한 신작 '가바초 챔피언'은 월드시네마 부문에 초청되어 아시안 프리미어로 한국 관객에게 첫선을 보인다.

세계적인 거장의 위치에 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지만, 정작 자신의 아들이 영화계에 발을 들이는 것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강하게 반대해 왔다는 의외의 사실을 밝혔다. 세트장에서 자라나다시피 하며 영화를 자연스럽게 접한 아들에게 알폰소 감독은 영문학과 시각예술, 사진 등을 공부하게 하며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시야를 먼저 넓히기를 권유했다.

알폰소 감독은 "영화만 너무 많이 보다 보면 모든 것이 레퍼런스가 된다"며 "삶을 깊이 있게 바라보아야 하는데 삶 자체를 영화적 레퍼런스로만 소비하는 위험이 있다"고 반대했던 까닭을 설명했다. 이어 "꿈이 짓밟히는 충격과 고통, 그럼에도 계속 나아가야 하는 그 힘겨운 마음을 아버지로서 아들이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며 "하지만 호나스는 결국 이쪽에 발을 들이게 됐다"고 애틋한 부성애를 내비쳤다.

그러나 아들 호나스 쿠아론은 결국 영화라는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으로 돌아왔다. 사진과 사운드, 내러티브가 주는 강렬한 영감 속에서 연출의 길을 택한 호나스 감독은 "결국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 사운드와 내러티브 등에서 영감이 찾아왔고 자연스럽게 영화를 하게 됐다"며 "강력한 스토리가 관객을 이끄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고 관객을 위한 영화를 하고 싶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대해 알폰소 감독은 "어느 날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물었더니 영화감독이라고 하더라"며 "스틸 사진으로 만든 첫 데뷔작부터 이미 자신만의 고유한 언어를 만들고 있었다"고 대견함을 숨기지 않았다.

세계 영화사에 묵직한 족적을 남긴 SF 명작 '그래비티'의 출발점 역시 아들 호나스 쿠아론 감독이었다. 알폰소 감독은 어느 날 호나스가 써온 시나리오 초고를 읽은 뒤 "정말 대단하다, 나도 이렇게 만들고 싶다"는 강렬한 충격을 받았다. 알폰소 감독은 "호나스는 수사를 배제하고 주제에 포커스를 맞춰 시각화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며 "나 자신의 영화 언어를 만드는 데에도 큰 영향을 준 감독이자 동료"라고 극찬했다.

이에 호나스 쿠아론 감독은 "아버지가 쓴 스크립트를 읽고 콘셉트가 좋다고 생각해 대화를 시작했고, 이야기를 나누며 브레인스토밍을 하다가 우주로 무대를 넓혀보자는 아이디어가 유기적으로 연결됐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부자는 현장에서 일할 때는 아버지와 아들이 아닌 '연출자와 작가'로서 서로를 완벽하게 존중한다. 알폰소 감독은 "아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아들과의 작업이 정말 좋다"며 "같이 밥을 먹을 때 비로소 아들로 돌아온다"고 말해 현장에 훈훈한 웃음을 자아냈다.

두 감독은 한국 영화와 관객을 향한 남다른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호나스 쿠아론 감독은 "한국 영화의 엄청난 팬"이라 칭하며, "최근 본 작품들 중에서도 사회적인 중대한 주제를 장르라는 디바이스를 통해 스토리텔링과 유머로 매끄럽게 녹여내는 한국 영화의 방식을 크게 존경한다"고 밝혔다. 그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 '기생충'은 물론,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 등을 언급하며 "관객과 장르를 통해 연결성을 만들어가면서도 확고한 주제의식과 의미를 지닌 작품들을 계속 쫓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둘째 아들이 한국을 너무 좋아하고 특히 '부산행'의 열혈 팬이라 KTX를 타고 부산에 내려오며 매우 기뻐했다"는 정겨운 에피소드도 전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미국 내 이민자 배척 현상과 차가운 정치적 현실 속에서, 아시안 프리미어로 소개되는 호나스 쿠아론 감독의 신작 '가바초 챔피언'이 지닌 메시지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모든 영화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정치적 메시지를 담게 된다"며 "현재 미국의 이민자 정책이 매우 어렵고 정치적 쟁점이 많지만, 이 영화는 보통 이민자를 다룰 때 말하는 연약함과 비극에만 머물지 않는다"고 평했다. 이어 "힘들고 고된 현실 속에서도 상상하고 꿈꾸며 즐거움을 만들고, 커뮤니티를 구축하려는 열망을 영화를 통해 멋지게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호나스 쿠아론 감독 역시 "이민이라는 개념이 통계나 숫자로 지워지기 쉽지만, 그 안에는 생생한 인간의 얼굴과 복잡한 담론이 존재한다"며 "캐릭터들이 마주하는 고난과 폭력 너머에 있는 열망과 꿈, 시적인 상상력을 보여주고 싶었고, 스스로를 찾기 위해 성장하고 주변 커뮤니티와 함께 꿈을 이루어가는 이야기가 큰 영감을 주었다"고 연출 의도를 덧붙였다.

창작자로서의 끊임없는 고민에 대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작품을 쓰거나 연출할 때 언제나 내가 극장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드는가에 초점을 맞춘다"며 "때로는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쓰기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인가 고민하기도 하지만, 언제나 관객을 믿고 작업을 이어간다"고 털어놓았다.

현재 호러 장르의 각본을 쓰고 있으며 코미디 연출도 구상 중이라고 밝힌 알폰소 감독은, 기술의 발전 속에서 영화관이라는 공간이 갖는 본질적인 가치를 강조했다. "극장 관람 경험과 OTT 플랫폼은 앞으로도 흥미롭게 공존할 것이다. 하지만 어제 '그래비티' 상영관에서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보며 느꼈듯, 한 공간에 모여 커뮤니티이자 공동체가 되는 극장의 경험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다음 세대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를 예술로 접목해 나갈지 깊은 기대감을 안고 지켜보고 있다."

서로를 향한 깊은 신뢰 속에 예술적 영감을 주고받는 쿠아론 부자의 대화는 단순한 영화 제작 비하인드를 넘어, 영화라는 창작물이 세대를 건너 어떻게 삶과 연결되는지를 선명히 증명해 보였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 고대현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등을 금합니다.

핫 뉴스

뉴스 view